폭풍의 언덕 윌북 클래식 브론테 세 자매 컬렉션
에밀리 브론테 지음, 박찬원 옮김 / 윌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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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목이 #폭풍의언덕 일까?
<폭풍의 언덕> (#에밀리브론테 지음 #윌북 출판)을 덮을 때 까지도 제목이 의아했다. 이 책의 원제는 워더링 하이츠 wuthering heights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저택의 이름이다.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저택과 세트처럼 등장하는 집으로, 그 저택 간의 거리는 대략 6km정도이다.

하지만 이 두 저택은 보란 듯이 분위기가 다르다. 한 곳은 이승 한 곳은 저승(심지어 지옥)이라 여겨질만큼.
그 두 저택의 괴리감만큼 같은 인물이라도 어떤 저택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도 다른 인물이라 할 만큼 180도 달라진다. 아마 폭풍의 언덕이란, 워더링 하이츠가 있는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장소를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언덕보다는 자택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더링 하이츠는 2대에 걸쳐 복수를 꿈수는 히스클리프를 말그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곳이고, 헤어턴에게는 삐뚫어진 부정을 못박게했음에도 세상의 전부였던 곳이다. 마땅히 가져야 할 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불만은 날이 곤두선채 동거동락한 오랜 시간 앞에서 서서히 사라졌다. 서로에게 고운 말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으면서도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서로 사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히스클리프에게 사랑이자 삶 그자체였던 캐서린에게서 태어난 캐시는 유순하고 정많은 아버지에게서 스러시크로스에서 사랑을 받고 사랑을 할 줄 알았으나 워더링 하이츠의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자신의 가장 큰 사랑의 대상은 아버지를 헤친 원수로 여겼기에.

세대를 대물림하며 희대의 복수를 꿈꿨던 히스클리프는 어느날 자신의 복수의 완성을 더이상 바라지 않는 자신을 발견한다. 스스로도 그 이유를 정의하지 못한다. 배운 적이 없었기에. 다만 헤어턴을 보면 그에게 그러고 싶지 않음은 느낀다.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지도, 부르지도 못하고.

결국 히스클리스가 허망하고도 측은하며, 악마같은 모습으로 새상을 떠나고 남겨진 젊은 세대 캐시와 헤어턴은 미래를 약속하고 웨더링 하이츠를 뒤로하고 스러시크로스로 떠나갈 준비를 한다.
두 세대에 걸친 워더링 하이츠와 스러시크로스를 드리웠던 어둠은 마침내 걷혀질 준비를 한다.

<폭풍의 언덕> 초반을 읽는 동안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와 워더링 하이츠가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스러시크로스는 응당 그래야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곳, 워더링 하이츠는 그러지 못한 곳으로.

하지만 이것은 상대적이었다.
자신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찐사랑(!)을 버리고 스러시크로스로 떠난 어떤 이에게는 워더링 하이츠가 돌아가고 싶은 사랑이 흐르는 곳이었고, 원치 않게 워더링 하이츠에 갇힌 어떤 이에게는 스러시크로스가 향수를 일으키는 고향이었다.

하지만 지옥같은 워더링 하이츠에서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그곳에서 세상 그 어떤 곳도 줄 수 없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끼며 ’진짜 내집‘으로 여기는 인물들도 있었다.

결국 건물House가 집Home이 되는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이러한 변화를 야기하는 것이 ’사람과 살을 부대끼며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랑을 말하고 있는 책이지만 연인끼리의 사랑보다 가족끼리의 사랑에 가깝다. 배우지 못해 깨닫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고 으르렁거리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자기도 모르는 무언가가 싹튼다.
무덤을 다시 파내도 풀리지 않는 평생의 복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
그도 자신이 그러한 이유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결국 알았을 것이다. 평생에 걸쳐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 자신의 평생을 부정하는 길이라 여겼을 것이다.
다만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자신의 전부였던 그녀를 혼자 느끼며 평생 거의 없던 기쁨을 느꼈던 것을 보아 그녀가 그것이 사랑임을 알려준 것이 아니었을까.
비록 그의 그런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는 공포스러웠겠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중요치않다.

평생 대부분을 집에서만 보냈던 작가가 사랑했던 황야와 집 그곳을 가득채웠던 사랑이 <폭풍의 언덕>에 가득 담겨있다. 에밀리는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이야기 끝에 남겨진 두 남녀는 오래동안 사랑이 가득한 가정에서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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