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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평점 :
단테. 부와 명예, 모든 측면에서 그만큼 성공한 작가가 또 있을까. 작가의 작가로, 많은 음악가와 미술가에게 장르를 넘어서 끝없는 영감을 안겨주는 뮤즈로 살았고 정치적 활동도 했던 단테는 작가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지만 그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대중에게 돌려주려는 연민의 마음이 강했기에 직접 정치를 했지만 결국 고향에서 쫓겨나 정처없는 여행이라는 이름의 망명을 떠났다.
이집 저집, 이 나라 저 나라 떠돌아다니며 떠돌이라는 현실을 잊기위해 책상에 앉아 펜을 들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 위해, 천국을 보기위해 기꺼이 지구 중심을 지나 지옥과 연옥을 지나는 방대한 이야기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간다. <신곡>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의 원래 이름은 영어로 코미디를 뜻하는 코미디아이다. 지옥같은 현실에서도 천국과 같은 희망을 꿈꾸기를, 가만히 있으면 지옥에 계속 머무르니 끝이 보이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라며 그 길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라는(그 스스로도, 이 책을 읽을 수많은 사람들도)연민의 마음이 담긴 책이다.
<신곡>에 대해서 조금 알게 되니 정약용의 <목민심서>가 떠올랐다. 그도 유배지에서의 16년 생활동안 목민牧民, 백성을 이끄는 올바른 길에 대해 생각하며 쓴 48권에 달하는 <목민심서>를 썼다. 지방 수령이 자신의 백성들을 잘 다스리기위해 알아야 할 내용을 연민의 마음을 담아 써내려간 책에는 더이상 실제로 뜻을 펼칠 수 없어 마음만 담는다는 심서心書가 마음을 애틋하게 하지만 뜻을 실제로 펼치지 못한 것도 단테의 <신곡>과 닮았다.
사람을 연민하고 그 마음을 담은 <신곡>과 <목민심서>를 닮았다고 인식하게 되어서야 비로소 <신곡>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목민심서>도 200년이 넘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심지어 근래의 시국과 너무나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신곡>도 당장 눈을 감고 쉬고 싶지만 눈뜨면 다가올 내일이 두려운,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천국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무한경쟁, 잔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매우 필요한 책인 것이다.
#단테신곡인문학 (#박상진 씀 #문예출판사 @ 출판) 은 이렇게 유의미한 <신곡>이 널리 읽히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꽉꽉 눌러 담겨져있는 책이다.
<신곡>을 ‘읽는 책’이 아닌 ‘사는 책’으로 만든 주된 요인인 방대한 분량과 높은 난도를 없애고, 우리나라 최고의 단테 권위자인 저자답게 <신곡>의 13세기와 오늘날의 21세기를 하나로 연결시킨다. 이 시도 자체가 완성도 높은 하나의 번역이다. 촘촘히 나누어져있는 <신곡>속 연옥처럼 저자도 <신곡>속에 숨겨져있는 이야기들을 키워드별로 구분해 원문과 그 문장에 담겨있는 인문학적 의미들을 군더더기 없는 설명으로 담아낸다.
<신곡> 속 단테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던 베르길리우스처럼 저자는 우리의 <신곡>이해하기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철학,예술,중교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지식이 담겨있는 책이지만 그것을 넘어 <신곡>자체를 하나의 흥미로운 인문서적으로 만들어낸다. 그렇게 우리 마음 속에 <신곡>에 대한 장벽을 허물어서 책을 손에 쥐지않으면 베길 수 없게 만든다.
AI의 시대가 오면서 수백년이 지난 고전을 읽는 것은 허세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읽는 것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수고로움을 자처해서 번역이 넘쳐남에도 새로운 번역을 하고, 번역가가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중점으로 여겨 번역을 했는지 설명해주는 에세이도 같이 출간한다. 초장편 고전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항상 곁에두는 애호가들이 어떻게 고전이 요즘의 삶에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애정이 가득담긴 앤솔러지를 내기도하고. 이런 책들을 읽으면 그 원문 고전을 읽고싶어 견딜 수가 없다. 이 좋은 것 함께 읽지않을래? 라는 다정함과 자랑스러움이 줄줄 흘러나온다.
<단테 신곡 인문학>도 자신이 너무나 애정하는 책을 권하면서 그와 동시에 모두 빛나는 희망을 갖기를 바라는 따뜻함이 담겨있는 책이다.
<신곡>의 훌륭한 해제解題임과 동시에 이 자체로 완벽한 독립적인 좋은 책이다.
책을 읽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이 뿌듯하고 <신곡>을 아직 읽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읽어야 할 좋은 책이 너무나 많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