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인간적인 능력 - 경험 빈곤 시대, 삶의 주도권을 지키는 12가지 능력
그레이엄 리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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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길치였다.(여전히)
한 지역에서 삼십년 가까이 살았지만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나를 놀리는 말은 “여기 버려두고 간다?”였다.
빠져나올수는 있으나 아마 몇시간 걸릴 것이란걸 나도, 그 친구놈들도 알고 있었다.(실제로는 삼십분도 걸리지 않는 길이다.)

하지만 이제 친구들은 그런 것으로 나를 협박(?)하지 못한다. 나의 훌륭한 길잡이 네비게이션 기능이 스마트폰에 들어있기 때문이다.(물론 휴대폰을 뺏고 버리면 될 일이지만 그래도 친구랍시고 그렇게까진 하지 않는다. 정말 대단한 길치임에 틀림없다.)

나는 낯선 길을 걸어갈 때도, 운전을 할 때도 항상 네이게이션 앱을 이용한다. 얼마나 편한지 이 앱이 없었더라면 나는 절대로 타지의 여행도, 낯선 곳으로 혼자 나서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네이게이션 앱을 이용하니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몇 번을 왔다갔다 한 길임에도 길을 외우지 못했다. 네이게이션이 없으면 몇 번을 다녔음에도 나에겐 여전히 낯선 길, 모르는 길이었다.

#이토록인간적인능력 (#그레이엄리 지음 #더퀘스트 출판)은 나의 사연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삶이 편리해지면서 인간이 원래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기술의 도움으로 사용하지 않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핵심능력‘ 12가지를 다루고 있다.

내가 하지않고 있는 길 찾기부터 걷고 달리기, 혼자 있기, 읽고 쓰기, 만들기, 기억하기, 생각하기와 같은 것들이 그 예이다. 스마트폰과 교통의 발달로 이동은 차가 대신해주고,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은 스마트폰 영상으로 대신한다. 기억하는 것도 스마트폰에 저장해두면 된다.

엄청 대단한 능력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인간의 ‘인간다움’을 이루는 근육과 같은 능력들이다.

우리 몸의 바른 자세와 움직이는 기본적인 능력들응 모두 근육에 달려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튼튼하지만 사용하지 않다보면 점점 근육이 빠져서 가만히 앉아있어도 자세가 무너져 허리가 아프로 목이 아프다. 걷는데에도 관절이 삐그덕거리고 힘들어진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지도, 걷지도 못하는 삶이 인간다운 삶이라 할 수 있을까.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신의 근육’이랄까. 무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보지 않고 정리해보지 않는다면 하루하루가 무의미 하지 않을까.

이처럼 몸에도, 마음에도 쓰지 않으면 소실되어 ‘인간다움’을 유지하지 못하는 필수 근육들을 너무 기술들에 외주outsourcing하지말고 ‘주도적’으로 꾸준히 단련하라고 말하는 <이토록 인간적인 능력>을 보면서 인간다움과 주도적인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하루 24시간에서 온전히 내가 주도하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해야하는 시간과 수면시간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이 별로없다. 그 남은 시간이 너무나 귀하지만 쉬기 바쁘다. 집에가면 앉고싶고 앉으면 눕고싶고, 휴대폰을 열면 어느덧 잘 시간이다.

그런 삶을 살아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의미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그런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의 시작으로 내가 ‘직접’ 생각하고, 움직이고, 쓰고,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익혀보는 것은 어떨까.

길을 걷고, 뛰다보면 지도만 보고 걸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인다. 맛있어 보이는 가게들은 물론, 앙상했던 나뭇가지와 텅빈 밭이 초록초록해졌고, 하늘도 바라보게 된다. 무채색이었던 일상이 총천연색으로 뒤덮인다.
그 일상의 감동들이 생각하게 만들고 쓰게 만들고 그리게 만든다. 무언가 더 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샘솟게 한다.

내 주변과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하는 것. 그것이 위에서 언급한 인간 고유의 핵심 역량을 가꿔야하는 이유가 아닐까. 느리면 어떤가. 돌아가면 어떤가.
그로인해 비로소 보이고 느끼는 것들이 있는데 말이다.

내 안을 살피고 그로인해 나를 둘러싼 세상과 공존하는 것을 깨닫고 만끽하는 것. 그것이 인간다움이 아닐까.

인간다운 일상을 막연한 꿈이 아닌 내 삶으로 들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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