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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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데뷔 30년을 맞이한 거장 #온다리쿠 가 스스로가 가장 사랑하는 장르 호러를 들고 찾아왔다.
그런데 설정이 묘하다.
프로듀서, 외과의사, 검사 등 사회의 중추를 맡고있는 배나온(누군가는 머리도 휑하다)중년 아저씨들이 교토, 요코하마, 도쿄, 고베를 돌아다니며 온갖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괴담을 돌아가며 이야기한다.
한번 만날 때마다 여러군데 찻집을 돌아다니고 찻집 하나에 괴담 하나씩. 시작 때 “커피 괴담에 잘 오셨습니다.”인사도 빼먹지 않는다.

#커피괴담 (#열림원 출판)은 온다리쿠가 긴 시간을 들여 쓴 연작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들이 찾아가는 찻집들도 실제로 존재하는(존재했던)곳이고 그들이 말하는 괴담도 실제로 있었던(겪지 못했어도 들었던)이야기들이다.

한번씩 들어본 것 같고 내 주변에도 있었던 일 같은 괴담을 차 한잔과 평온한 일상으로, 이해관계없는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핑곗거리로 삼는 것을 따라 읽고 있노라면 이 책이 호러물인지를 잊는다.

이 책을 밤에 읽게되어서 괜히 무서웠는데 현생을 살아가느라 일년에 한번 보기도 힘든 친구들이 보고싶어지는 뜻밖의 효과가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감상에 젖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호러물에서 느낄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모임 한번이 끝날 때마다 다몬이 섬찟한 경험들을 겪으면서 이 책 장르는 호러라고, 잊지말라고! 해주지만 커피가 주는 향긋하고 편안한 이미지 때문인지 여기저기에 보여선 안될 것들이 을씨년스럽게 담겨있는 표지가 무섭지? 라며 애쓰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전설의 고향, 엠M (모..모르실려나)을 보면 너무 무서워서 눈 감고 귀막고 지나갔어? 묻기 바빴는데, 심지어 절반도 제대로 보지 못했으면서 보고나면 무서워서 이불 밖으로 발도 못내밀고 얼굴 내놓는 것도 무서워서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자곤 했었는데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나에게도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보는데도 무섭지 않았던 이유는, 호러보다 더 잔혹한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싶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괴담은 결국 현실이다. 우리는 그러한 현실이 매일 뉴스에서 보며 밥을 먹고 일을하며 살아간다. 스트레스 받을 때 괜히 매운음식과 공포영화를 찾는다. 물론 나에게 직접적으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믿기에 그렇게 오락거리로 소모할 수 있을 것이다.

차 한잔과 좋은 사람들과 키득거리며 나누는 괴담. 그 시간동안 등장인물이 겪는 미스터리한 일은 언제라도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를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찻집, 카페는 들어가는 순간 외부와 격리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끄럽고 무덥고 비가 내리는 바깥과 문 하나 차이일 뿐인데 조용하고 향긋하고 인테리어에 따라 낮인지 밤인지도 구분이 모호할 때가 있다.

이런 카페의 특성이 괴담을 주고받을 때 이것이 이야기인지 지금 겪고 있는 일인지 미묘한 어긋남을 야기한다.
그래서 카페와 괴담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캔디맨을 다섯번 부르고 아무도 없는 카페문이 열릴 때 종업원도 흠칫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오락거리로 소모하며 편한 사람들과 시시콜콜 이야기를 주고받고 차를 마시고 술잔을 부딪히며 같이 하룻밤 잘 수 있다면 아주 훌륭하지 않은가.

무섭지 않았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이러다 밤에 꿈을 꿀수도 있지만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그리워지는 마음이 더 컸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이 책에서 친구들이 나눈 괴담보다 더 무섭고 소름돋는 학창시절 찌질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지새우고 싶다.

일단 맛있는 커피부터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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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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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넘게 여전히 한창의 생기를 유지하는 책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고전이라 부르고 필독서로 분류하여 널리 읽도록 장려한다. 그런 책들에는 무슨 매력이 있을까?

#제인오스틴 탄생 250주년인 2025년 그녀의 생일인 12월 19일 즈음 그녀의 작품들이 새로운 옷을 입고 세상에 축포를 쏘아올렸다.

#엘리 에서도 #김선형 번역가 버전의 <오만과 편견>, <이성과 감성>이 출판되었다. 이런 작품들은 세상에 수많은 번역본이 존재한다. 대형 출판사부터 중소 출판사까지 모두 저마다의 가치관을 담아서 우리말로 원문을 번역한다. 미흡하지만 2025년에 몇 권의 고전을 읽어본 경험으로 번역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분위기가 다르고, 같은 문장이라도 의미하는 것이 큰 차이가 난다. 그러니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가 그 책을 접하는 타국 독자들의 첫인상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클래식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악보,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하여 오역이 아닌 한 최대한의 해석을 한다. 같은 곡일지언정 똑같이 연주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그런 다양함이 오히려 독이 된다. 무엇이 오리지널인지도 모른 상태도 의도가 담긴 것들을 마주하다보면 어떤 부분이 다른지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 구분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

친절한 해설이 없을까 절로 찾아보게 되는 것이다.

#디어제인오스틴 #젊은소설가의초상 이 바로 그 친절한 해설서이다. 엘리의 제인 오스틴을 번역한 김서형 번역가가 직접 쓴 에세이로, 제인 오스틴이 소설이라는 장르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 시대배경, 제인 오스틴의 개인사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어떤 의도로, 무엇에 중점을 두고 번역을 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자신이 번역한 문장을 실제로 보여주기도 한다.

가령 Sense and Sensibility 라는 원제가 왜 <이성과 감성>으로 번역되었는지, 그렇다면 왜 원제가 Reason and Feelings 로 하지 않았는지를 이 책을 발표할 때의 시대상들을 보여주며 유추한다. 그것을 이용해 자신이 <이성과 감성>에서 어떻게 두단어를 공유하는 sensible을 구분해서 번역했는지도 알려준다. 물론 자신이 번역한 문장과 함께. (작품에 sensible을 혼용해 두어서 독자도 생각하면서 읽기 좋게 되어있다)

번역가는 건강상의 이유로 번역일을 더이상 하지 못할 뻔 했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하고싶었던 제인 오스틴 작품 번역을 더이상 미루지 않기로 했다 말하며, 제인 오스틴의 글이 지금까지 널리 읽히는 이유 중의 하나를 이야기해준다.

“제인 오스틴은 언제나 고립되어 있거나 깊은 절망에 빠져있거나 상실을 애도하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도 더이상 사랑하는 일로부터 멀어져 고립될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냥 번역이 하고 싶어서 일하고 싶었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번역을 발화하고 싶어서, 사랑하는 작가를 함께 읽고 함께 사유하고 싶어서, 그 과정에서 슬픔과 고독과 절망을 관통해 제인 오스틴과, 나 자신과, 문학과, 독자와, 그리고 세계와 연결되고자 분투하고 싶었어요.”라며 비평이자 번역이자 고백인 이번 작업을 했다고 말한다.

세계 대전 중에도 병사들에게 문고판 서적들이 배포되었는데(참호 속에서 즐길거리를 주고 싶었나보다)그곳에서 가장 인기있던 작가가 바로 제인 오스틴이었다.
제이나이트로 스스로를 부르는 제인 오스틴의 광팬들은 평생 그녀의 문장과 함께하고, 모든 것을 잃고 무너져 버린 순간에 제인 오스틴의 책만 읽으며 다시 일어설 에너지를 비축한다.

읽는 재미는 물론 그 속에서 희망과 위안끼지 담겨있는 것이다.

나도 작년 책을 읽으면서 여성 작가들에게 눈이 많이 갔다. 남성 대작가들의 글로 훌륭했지만 여성 특유의 예리한 감성과 관찰력, 유려한 표현력은 그들만의 고유한 재능이자 영역이었다. 남성 여성 성별로 구분 지어지는게 아닌 하나의 불가침 의 장르로 인정받는 요즘 그들이 있기까지 제인 오스틴도 그 이전에 이미 왕성한 활동을 해왔던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작가들이 있었음을 깨닫았다. 나에게는 제인 오스틴이 그 시작이다.

나도 제이나이트가 되고 싶어졌다.
좋은 번역가를 만난 것 같다. 그가 옮긴 제인 오스틴을 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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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를 입은 비너스 을유세계문학전집 146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 지음, 김재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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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히즘.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받는 것에서 쾌락을 느끼는 용어. 학창시절에 애들이랑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M이냐 S냐 낄낄 거렸던거 같은데 그 단어의 출처를 이제서야 영접하다니.

#모피를입은비너스 (을유문화사 출판)을 쓴 작가 #레오폴트폰자허마조흐 의 이름에서 유례된 이 단어. 이 단어 그 자체, 위에서 말했던 M과 S가 이 책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굉장히 자극적이다. 하얀건 하얘서, 붉은건 붉어서, 어두운건 어두워서 그자체만으로 괜시리 책을 읽는데 꼴깍 침이 넘어간다. 책이 좋은 점이 혼자서도 볼 수 있고 다함께 볼 수도 있다는 건데 다함께 봐도 역시나 각자 따로 보는 모양세이기에 괜히 헛기침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관이었으면 너무 똑바로 쳐다보는것도, 시선을 돌리는 것도 애매해서 진땀이 나는데 말이다.
물론 그런 영화들 처럼 살색이 난무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두 다 알고 있지 않나? 오히려 살색이 적어서 더 자극적인 것들을.

티치아노의 유명한 그림 ‘거울을 보는 비너스’ 속 비너스에 모피를 입힌 그림과 마조히즘적 성향을 가진 주인공 제베린을 발밑에 깔고 서있는 채찍을 들고 선 모피입은 여인을 그린 그림이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친구들을 응접하는 곳에 걸려있다.

자신의 성향을 숨기지만은 않는 성격을 뜻하는 것일까.
제베린은 자신이 원하던 이상을 이루어 줄 것만 같은 반다에게 다가가 노예계약을 권한다. 그렇게 반다에게 모피를 입히고 자신은 철저한 노예로, 학대받길 원한다.

칼같이, 완벽하게 준비된 노예계약이었으나, 실상은 계약대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애초에 사람 사이의 일들이 계약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계약서는 필요 없는 것이 아닐까? 물론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이 스스럼이 없어야 하고 개인의 이익이 둘의 이익과 결이 같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둘의 계약은 누군가에겐 꺼림직한 것이었고 둘의 이익으로 나아가지도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학대를 받기위해 나를 사랑해 달라 나랑 결혼해 달라고 조건을 거는 것 그것은 학대 받는 것이 아니라 학대하는 것이 아닐까.

마조히즘을 원해서 하는 계약이 실은 사디즘이라는 모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서는 상대방의 쾌락을 위해 자신도 피, 땀, 영혼을 바쳐야 한다는 것.
결국 마조히즘이든 사디즘이든 권력을 가지고 행하는 자만이 쾌락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동등한 듯 보이나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사랑과 닮았다.

끝없이 약자는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한다. 그렇게 강자라 여겨지는(스스로는 강자라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이는 끝없이 시험에 들며 괴롭힘을 당한다.
마조히즘이라면 괴롭힘을 당했으니 즐거워야 하지않을까. 하지만 여기서 쾌락은 약자라 생각했던 사람의 몫이다. 쾌락을 얻으려면 사디즘이 되어야하는 것일까.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가장 친밀한 관계라는 사랑에서도 태초에 원래 그랬던 것 마냥, 인간의 무의식 속 본성마냥 관계 속 권력의 역학이 존재한다.

얼마나 능숙하게, 회복될 수 있는 만큼만 괴롭힐 수 있는지(사디즘)가 마조히스트로 만족할 수 있는 꿀팁이다.

그렇게 사랑 앞에서 여성은 제베린의 생각을 빌리자면 남성에게 노예이거나 폭군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 그 수 밖에 없다면 기꺼이 폭군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만족, 쾌락, 사랑을 위해서.
여기서 사랑은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겠지만.

스스로의 사랑 둘 사이의 사랑의 방향이 같기를.
노예와 폭군의 기질이 둘 아닌 외부에 존재하길.
그렇게 둘만의 세상은 평화롭고 핑크빛이길 문득 바라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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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일주 미술 여행 - 카이로에서 뉴욕까지, 일곱 도시의 미술관을 따라 떠나는 예술 여정
오그림 지음 / CRETA(크레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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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짝꿍과 함께한 지방 나들이에서 국사 시간에서 배운 고령 대가야읍 장기리 알터 바위그림을 우연찮은 기회에 봤다. 기하학적 무늬와 동물들, 내가 좋아하는 고래까지 새겨져있어서 해가 져서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 까지 봤다. 글이 없고 해가지면 즐길 것이 없던 시절 기록의 의미로든, 취미의 의미로든 그림은 우리 선조들의 삶 속에 깊숙하게 존재했다. 비교적 가까운 근대까지만 해도 유명작가의 새로운 그림공개는 신작 영화가 개봉하는 듯한 이벤트였고 전시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비록 지금은 미술이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개인소유가 되는 경우가 많아져 보기 어렵고 고급스러운 취미라는 이미지가 생겨버렸지만 화가의 삶에서 똑 떨어져나온 일부(또는 전부)인 미술은 인간의 삶 그 자체이기에 여전히 지금의 우리에게도 유효한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나는 예술을 잘 모르지만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에 있는 미술관, 박물관을 검색해서 하나 정도는 일정에 포함시킨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운 좋게 보기도 하고 내가 이름을 미처 몰라도 눈에 마음에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만나기도 하면서 오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며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고는 한다.

#세계일주미술여행 (#오그림 지음 #크레타 출판)은 그런 미술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정석이자 기초이자 럭셔리인 미술사에서 뺄 수 없는 여섯나라 일곱도시로의 여행을 떠난다.

사이즈의 미학, 도시전체가 커다란 미술관 그 자체이자 미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들을 시작으로 피렌체의 건축물들과 메디치가문이 일으킨 르네상스 미술의 정수를 구경하고 계몽주의 만큼 예술에서도 중심지로 로코코양식이 꽃피고, 메이지 유신으로 만국박람회에서 변방의 미술을 서양에 알린, 그와 동시에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미술관에 서양 유명 작품들이 가득히 걸린 도쿄, 현대미술의 수도 메트로폴리탄의 뉴욕까지 미술사조를 따라가며 유명 화가들의 설명과 그림을 눈으로 보고, 각지의 대표적 미술관과 이왕이면 여기까지 보시라는 추천 미술관과 관광코스까지 빼곡하게 담겨있다.

나는 특히나 인상주의를 좋아하는데(미국 특유의 밝고도 통통튀는 양식도 좋고 모네의 점점 빛의 흔적으로만 채워지는 양식도, 고흐가 빛이 아니라 분위기, 감정을 담기 시작하는 후기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등 크으👍🏻) 그래서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의 도쿄가 참 부러웠다.

일곱도시의 비중을 보려고 책배 쪽으로 보면 예술 혁명 파리 다음으로 분량이 많고, 오스트리아 제국의 마지막 불꽃으로 여전히 밝게 빛나는 빈만큼 많다.
모네 수련이 무려 18점이나 보유하고 있고, 여기가 서양인가 싶을만큼 로댕, 르누아르, 심지어 고흐의 해바라기까지 가지고 있는 도쿄.
소개된 미술관만 무려 15개다.

유명 기업가가 일본에게는 그림을 팔지않겠다는 모네를 직접 찾아가 그가 좋아하는 위스키를 대접하며 설득하여 작품을 구입하여 일본에 가져왔다. 물론 프랑스가 전범국 일본에 미술작품을 내어줄 수 없다 반대를 하여서 그가 모든 3000여점의 작품 중 300점 정도만 일본에 공공 미술관에 전시한다는 조건으로 반입되었지만 그게 오히려 일본인들에게, 삶 속의 미술로 더 바람직하게 제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유명 작가의 진품이 와도 유명작품은 없거나 한 두점 정도일 뿐이라 아쉬운데 이웃나라가 저렇게 라인업이 빵빵하니 참 부럽고 직접 가서 두눈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처럼 전시관을 조금 다니던 사람들에게는 금전적 시간적 물리적 장애를 극복하고 수많은 작품들을 자기 방에서 볼 수 있게 해주고 여기 나와있는 도시와 미술관을 직접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든다.
전시관을 가지않던 사람들도 미술에 흥미를 가지게 하기에 충분할 만큼 미술사적 지식과 유명 화가와 그들의 작품들이 가득 담겨있다.

결국 읽는 사람 모두를 여행하게하고 꿈꾸게 하는 책이었다.

언젠가 일곱 도시로 향하는 여행에 이 주황색 책을 동반자로 삼아 떠날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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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가지 테마로 읽는 도시 세계사 - 철학의 도시 아테네부터 금융의 도시 뉴욕까지 역사를 이끈 위대한 도시 이야기 테마로 읽는 역사 9
첼시 폴렛 지음, 이정민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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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의 시작 신석기 혁명 ‘여리고’, 종교의 시작 ‘괴베클리 테페’, 장어 양식의 시작 ‘버즈 빔’, 문자의 시작 ‘우루크’, 로마의 것보다 훨씬 이른,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난 화장실과 목욕탕 문화를 가졌던 위생의 ‘모헨조다로’등등.

내가 #40가지테마로읽는도시세계사 (#첼시폴렛 지음 #현대지성 출판)을 펴기 전까지 부끄럽게도(또한 당당하게도)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도시들이었다.

도시란 무엇일까?
정립된 개념이 존재하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몰라도 괜찮을 성 싶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도시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가능성이 넘치는 곳, 그로인해 진보라고 이름붙여도 좋을만큼의 발전 그 이상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발전과 진보. 같은 결을 가진 듯 하지만 나에게는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더 좋게 갈고닦는 것이 발전,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 태동하는 것이 진보라고 느껴진다.
농경도, 종교도 그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에서 언제 태동되었던간에 지금 우리에게 전해졌다. 진보라해도 손색없을만큼의 발전을 거듭한 모습으로.

하지만 눈부신 문명을 이룩한 지금, 각종 매체를 틀면 좋는 소식보다 나쁜 소식들이 더 많다. 전쟁, 사기, 살인, 사건, 사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진다. 이런 발전을 이룩했는데 세상은 왜 나빠졌을까?

이 책에 소개되는 도시들을 살펴보다 보면 지금 우리에게 이전에 없던 키워드를 전해준 진보의 도시들이 마냥 긍정적인 곳이 아니었음이 함께 드러나있다. 서양 인쇄술의 본고장이 되어 목소리를 내고 듣는데 비용을 절감시켜 권력의 재분배를 촉진하고 그로인해 새로운 사회로의 변화의 시초가 되었던 마인츠도 폭력 사태는 물론 경제적 문제가 끊이지 않았고, 예술이 태동되었던 피렌체에는 문화가 찬란히 빛나면서도 노예제도는 성황이었다.

마냥 찬란하기만 할 것 같은 그때의 이 도시들도 밝은 빛만큼 어두운 이면이 존재했다. 지금의 세상이 더 나빠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수치로 살펴보면 굶어죽는 아이들의 비율, 문맹률,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나라 같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문제인 것들이 줄어들고 있다.

끊임없이 그런 문제들이 우리에게 매일 들려오는 것은 부유해지면서 타인을 생각하게 되었고, 도덕의식이 높아졌고, 정보를 접하기 그만큼 쉬워졌다라는 반증이다.

세상은 도시로 대변되는 여러 진보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비록 도시들은 그 진보와 함께 영원을 노래하지는 못하지만, 그 도시의 정신은 다른 도시들에게 전해져 또다른 진보를 꽃피운다.
모헨조다로의 ‘위생’이 멤피스의 ‘의학’으로, 두브로브니크의 ‘공중 보건’으로 선이 이어지듯이 말이다.

도시들은 유적지가 될지언정 그곳에서 꽃피운 진보는 수천년이 지난 우리곁에 여전히 살아숨쉰다.

이 책을 따라 읽다보면 다음 진보를 이끌어낼 도시는 어디가 될지 저절로 궁금해진다.
중국 장안과 항저우, 일본의 도쿄가 실려있는데 우리나라는 빠져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마침 K컨텐츠, 한류가 메인스트림이 되어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지않나.

이 책의 2권이 나온다면, 문화라는 키워드로 우리나라 서울도 실려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자기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사랑하는 것니 얼마나 중요한지, 자기들 문화도 한국처럼 세계적이 되도록 시도해보자는 열의가 또 다른 도시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그 열의는 문화라는 진보 외에도 또 다른 다양한 진보들을 야기시킬 것이다.

진보란 수천년의 시간동안 끊임없이 전해지는 바턴이다.
그 바턴을 손에 쥐고 달리는 선수가 바로 도시이다.
도시들이 자기들은 지쳐 쓰러지더라도 바턴만은 다음으로 다음으로 전해준다.

앞으로도 꾸준히 바턴이 끊임없이 전해지길 바란다.
그렇게 계속해서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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