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지금 어디에 있니 - 역사적 트라우마에 저항하는 단독자 1949~1992 아티스트웨이 2
김응교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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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나의 성인 시절의 독서를 정의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움베르트 에코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정의 될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스무살이 되었을 때 외삼촌이 사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 고전을 입문하며 무심한 듯 그러면서도 열렬히, 기호학의 ‘있어보이는’문장에 푹 빠졌었다.
그리고 ‘푸코의 진자’와 같은 에코의 다른 책들도 읽어나갔고 그러다 만난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다.
특유의 어두우면서도 깔끔하고 그러면서도 여러분야의 지식들이 무심하게 나열되어 있는 문장에서 에코의 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하루키도 내가 방학이 되면 손에 쥐는 책의 작가가 되었다.

#무라카미하루키지금어디에있니 (#김응교 지음 #책읽는고양이 출판)의 제목을 보자마자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다. ‘노르웨이의 숲’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의 “나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것을 따온 듯 싶었다.

저 대사는 지금 본인의 물리적 위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있어서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담아놓은 존재의 기원과 관련된 질문이다.

‘노르웨이의 숲’의 저 대사를 안다면 제목만 보아도 얼추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능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존재가 가진 의의에 대해 말하고 있는 하나의 평전이겠거니라고 말이다.

그리고 책읽는 고양이 출판사의 #아티스트웨이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데 아티스트웨이 1번 책이 아시아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 평전이었으니 이것으로도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하다.

에세이와 소설 두 분야에서 모두 뚜렷한 성과를 거두며 노벨상 시즌이 되면 문학상 수상자 후보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하루키는 수십개국에 번역되어 읽히는 시대를 대표하는 월드와이드 작가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들에게 외면 당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80년대 하루키의 소설이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한 감정도 한 몫 했을 것이고, 독자들에게도 어느순간 반복되는 쓸데 없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남녀간의 성적행위가 변화하는 시대에 많은 비평을 받게 되는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에게는 그 시대가 감당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외면하지말고 글로써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의무감을 부여하는데, 하루키는 그것에 소극적이었다라는 말도 말이 듣는다.

보통 어떤 비과학적인 신비한 요소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김응교 저자는 하루키가 물론 직접적인 주제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일본내의 극우파, 일본 자본주의의 타락,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들의 인터뷰로 완성한 ‘언더그라운드‘, 옴 진리교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약속된 장소에서‘ 등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어왔다.
그럼에도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비판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교적 최신작에 속하는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일본군이 중국 난징에서 벌인 ’난징 대학살‘의 악행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반애국적이라며 불매운동이 벌어졌었다.

솔직히 하루키는 일본의 발전 역사에 그렇게 긍정적인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의 책은 항상 먹구름이 낀 듯이 우중충하다. 아마 그것은 일본의 역사에 가지고 있는 아픔과 잊지 말아야할 그 시절의 행동에 대한 회의가 담겨있어서 그럴 것이다.
또한 일본 특유의 권태와 상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두꺼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대체 무슨 말을 하고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키의 책을 읽으며 자기의 이야기라 여기며 눈물을 흘리는 일본인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

그래서 그런 하루키의 책들을 따라가며 하나하나 짚어주는 ’하루키 오디세이‘로 채워진 이 책을 읽으면 팬이라고 하더라고 그냥 주구창창 읽어내려만 갔던 것과는 다른 전형적인 이해를 추가할 수 있다.
그로인해 나와 같이 하루키를 좋아했던 사람은 하루키에게 땡겼던 이유를 정확히 알게 해주고, 하루키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는 하루키가 왜 이렇게나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이 드높은지를 알게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적지않은 분량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면서 “하루키 랜드에서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그곳을 걷는 것 자체가 이미 위로이 자 치유이며 깨닫는 길이 아닐까”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에게 이 책은 의미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좋아하고 열성인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남들도 설득할 만하기를 요구하는 세상에 한방 먹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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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기원 - 우주와 인간 그리고 세상 모든 탄생의 역사
김서형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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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우리 인간은 끝없이 무언가를 파고 들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려하는 도전적인 성향이 강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을 두려워하던 시기에도 두려움을 무릅쓰고 별자리를 읽어 방향과 계절의 변화를 깨닫고, 나아가 불빛으로 밤을 환하게 밝혀 활동시간을 넓혔으며, 항해술로 바다를 나아가 새로운 대륙을 발견했으며,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닌 지구가 돈다는 것을 밝혀내며 지금까지 무수히 많은 것들을 밝혀냈다. 밖을 무한히 탐험하다 결국 도달한 곳은 우리 인간 스스로였다. 우리 인간이라는 종을 이해하고자 그 무수한 것들을 알아왔던 것이다. 우주의 기원과 지구의 기원, 지구에서의 생명의 기원 등. 138억년의 빅뱅의 역사를 담은 책들을 ‘빅히스토리’가 부른다. 대표적인 예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대표적인 예이다.
630페이지가 되는 방대한 양이라(하긴 138억년의 세월이 담겼는데 이정도도 얇지)선뜻 도전하기에는 쉽지않다. 언젠가 읽어야지 라는 도전욕을 불러일으키는(또다른 대표적인 예로 코스모스가 있지)책으로 마음만 가지고 있어나 멋지게 책장의 한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나🤣

사피엔스를 도전하기 전에 빅히스토리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조금 더 얇고 세밀한 디테일보다 굵직굵직한 큰 틀을 먼저 이해하고 머리에 넣어둔다면 세부적인 디테일도 가득한 사피엔스를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선택한 책이 바로 #존재의기원 (#김서형 씀 #클랩북스 출판)이다.
우리나라의 빅히스토리 최고 권위자인 김서형 교수가 ‘최소한의 빅히스토리’라는 이름으로 반드시 이것만은 알면 좋겠다는 개념과 정보만을 담아 놓아 ‘나’라는 존재의 현재를 이해하게 해주는 책이다.

에너지로 작용하는 원재료이자 배경인 '구성 요소‘, 새로운 것이 탄생이나 복잡성의 진화를 위한 알맞은 조건이나 환경을 나타내는 '골디락스 조건’ 이 둘이 충족되면 '새로운 복잡성'이 발생하며 이런 변화의 순간을 ‘임계국면‘이라고 한다는 간단한 공식을 설명하고 이 공식에 맞춰서 우주가 태어나는 시점부터 만물의 기원인 원소의 탄생, 바다로 부터 시작된 생명체의 탄생과 진화(여기에는 한 덩어리였던 대륙 ‘판게아’가 여러개의 대륙으로 나눠져 이동해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는 ‘대륙 이동설’이 중요한 조건으로 언급된다) 그 진화 속에서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한 여러 인종들의 환경적응, 농경의 시작, 정착, 태양에서 얻는 지구의
에너지 절반 이상을 인간이 사용하게 된 ‘인류세’에 도달하고 AI기술의 발달까지. 기나긴 우주의 역사 ‘빅히스토리’에서 꼭 알아야 하는 큰 족적들을 김서형 교수의 자세하면서도 따뜻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내 머리안에 각각의 시대가 빅히스토리라는 이름표가 붙은 노트에 굵직굵직한 카테고리가 만들어진다.

비로소 세밀한 것들을 읽어도 각각의 카테고리로 나누어 받아들여 온전히 체화할 수 있는 준비가 되는 것이다.

<존재의 기원>을 읽으면서 <사피엔스>를 읽을 준비가 비로소 되었다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식이 용감이라 그런지 이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속속들이 모든 것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다음으로 넘어가도 좋지만 나는 ‘빅히스토리’에 관심이 생겼던 이유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이해한다면 ‘나’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내가 주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실제로 정작 내가 하고픈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중 거의 없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와서 잠자는 시간을 빼면 얼마 남지않는다. 그리고 이동시간, 식사시간까지 포함한다면 더더욱. 이렇게 사는 것이 맞는 걸까? 라는 질문이 ‘나라는 존재는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라는 질문과 같은 결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는 개인의 존재의미를 찾는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개별적으로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우주가 따가운 태양에서 오는 강력한 에너지를 자기한몸 희생하여 걸러낸 것의 절반을 우리 인간이 쓰고있다.
우리가 지구의 미래를 결정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른 것이다.
모든 것은 주고 받고이다.
우리 하나하나가 지닌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 그만큼 이 지구에서 매우 유의미한 존재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독서였다.

나라는 존재가 한없이 하찮고, 쓸모없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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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앤드)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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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완전히 파괴된 행복.
잃어버린 행복을 대신 보여주는 어느 남녀.
그런데 그 남녀의 행복마저 깨어진다면, 나는 좋을까 아쉽고 분노에 휩싸일까?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휴가철 독서목록에 올라 이슈가 되고 나는 프라다를 입는다, 로사리오와 같은 영화로 세계적 스타가 된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던 #걸온트레인 (#폴라호킨스 씀 #앤드 & 출판)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있다.

통근열차에서 매일 보다보니 이혼한 레이첼은 강력하게 두사람의 모습에 이입한다.
그러던 어느날 행복한 남녀 중 여자가 낯선 남자와 키스를 하는 것을 목격한 레이첼은 강한 분노에 휩싸인다.
알콜중독이었던 레이첼을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술을 엄청 마시다 술기운에 배신당한 남자(제이슨이라고 레이첼이 이름 붙여 주었다. 여자는 제스이다)를 만나러 가겠다며 기차에 오른다.
이것이 토요일 저녁의 일.
그리고 레이첼은 잠에서 깬다. 일요일이다.
그 사이 기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
기억이 나지않는 당황함보다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레이첼의 겉상태. 온 몸에 피투성이에 상처가 있다.

과연 기억이 사라진 반나절 정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리고 월요일. 제스라고 부르던 여성이(원래 이름은 메건)실종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이렇게 되면 남자 제이슨(실제 이름은 스콧)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되는 것이 불보듯 뻔한일.
매일 지켜본 둘의 모습으로 스콧이 메건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는 레이첼은 경찰과 스콧에게 메건이 다른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리겠다고 마음먹고, 사건에 집착하며 증거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굉장히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이런 범죄 추리 소설은 계속 범인이 누군지 추리하면서 봐야해서 배가 빨리고파지는데도 불구하고 <걸 온 더 트레인>은 500페이지의 분량에 달한다. 그럼에도 한번 잡으면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왜 오바마 대통령이 꿀같은 휴가 때 이 책을 골랐는지 짐작이 간다. 찝찝할 수도 있지만 책을 덮을 때의 카타르시스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보통의 추리소설은 등장인물 중 하나의 시선과 서술에 의지해 상황을 따라간다. 그래서 서술자에 대한 신뢰도가 상당하다.
서술자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면 독자가 범인을 추리할 수 있는 증거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서술자인 레이첼은 심각한 알콜중독이다.
그리고 정작 실종사건이 벌어진 때에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 심지어 잠에서 깨어난 레이첼은 온몸이 피투성이이다.
이런 사람이 범죄를 추리하는데 전적으로 신뢰하며 볼 수 있을까? 이미 독자들은 레이첼이 범인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과 그렇게 되면 너무 뻔한 클리셰아닌가 라는 양가의 감정에 흔들린다.
어떤 것이 사실일지 집중되지않는 혼란스러운 마음이 책을 읽는동안 계속 커져만간다.
올바른 추리를 해낼 수 있다면 정말 추리소설 광일 것이다.

기차안에서 진토닉을 몇잔이나 마시는 레이첼이나, 맨정신으로 등장하는 애나의 진술도 썩 그렇게 믿음직하지 못하다.
인간의 불완전함과 한계에 대해 여실히 느끼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만약 내가 레이첼이라면?
기차에서 메건의 부적절한 관계로 의심되는 것을 목격했을 때 레이첼 처럼 관여를 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다.
분명 맨정신의 나라면 관여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봤으니 수사에 도움이 되게 알려야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타인을 위해 나를 어디까지 위험속으로 내몰수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함께 던지는 책이다.

인간의 유한성, 타인을 위한 자기희생, 그리고 추리까지.
500페이지로 끝난게 다행일 지경이다.

뭔가 기존괴는 다른 색다른 범죄추리소설을 원한다면
여가시간동안 책을 손에서 떼지않고 완독해낼 수 있을만큼의 읽기 속도를 갖춘 분들이라면(느려도 좋으나 덮어놓고 일을 나가야 하는 그 심정.. 나는 모르겠다😂) 짜릿한 <걸 온 더 트레인>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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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은 사과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1
김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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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도서제공으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세상은 혼자사는 것이다 울부짓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을 다른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산다.
모두까기인형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생겨나 꾸준히 사용되는걸보니 다른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바라는 눈초리는 꽤나 매서운 모양이다.

왜 마냥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고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오늘의기분은사과 ( #김지현 씀 #다산북스 출판)은 이러한 의문을 한 사람의 생에서 타인의 눈치를 가장 많이 보고, 타인의 시선과 타인과의 관계가 세상 어느 것 보다 중요한 시기인 사춘기 기절의 주인공들로 우리에게 비추어준다.
심지어 막 고등학교에 올라온 여고생.

나도 학교를 다녔고, 심지어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을 다녔지만 한 반에 30여명의 아이들이 있지만 몇 명씩 무리가 지어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고 누군가가 무리에서 떨어져나오는 일로 다반사였다. 수학여행 때 둘씩 앉는 버스에서 혹시나 옆자리가 빌까 꼭 타기전에 같이 타자면서 약속을 하기도 했었다.

주인공 ‘이경’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와 기분을 많이 살피는 약간 주눅이 들어있는 인물이지만 몇 페이지 읽지않아도 매우 선한 인물이라는 것이 바로 느껴져서, 눈치본다라는 특징도 배려하기위해 주위사람들에게 관심이 많다는 뉘앙스로 바뀌었다.

주인공과 초등학교 친구였던 전학갔다 다시 돌아온 ‘전솔’은 다른 사람에게 말도 쉽게 잘 걸고 교우관계도 원활하지만 큰 아픈으로 인해 자기자신을 숨기는 방법 중 하나로 쾌활함을 선택한 친구였다. 하지만 힘든 일에도 자기중심을 잃지않는 참 단단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 인물들이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여러일들을 겪으면서 한 인물에 대한 평가가 계속 바뀌어 나가는데 나름 굉장히 반전이 있어서 추리물을 보는 듯한 재미도 있는 책이었다.

제목인 <오늘의 기분은 사과>는 이경의 고모가 예전에 자신의 아바타 머리위에 이모지를 달아서 그날의 기분을 나타내곤 했다는 이야기에서 착안한 제목이다. 아마 싸이월드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이모지만 하면 다행이다. 뒤돌아 앉은 날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토록 저 사람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 명확하게 알고 싶다는 욕망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매번 일어난다.

그런데 그 이유가 대부분 상사의 눈치를 보고싶지 않아서, 혼나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이경의 이유는 다투고 싶지않아서, 서로 날을 세우기 싫어서였다라는 점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같은 말 아닌가 싶지만 상대에 대한 배려,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경이의 선한 마음이 느껴져서 좋았다.

결국 관계에 있어 주눅들지 않고 할말도 분명히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더욱 견고히 하는 한발자국을 걸어나갔지만 그 한발자국이 얼마나 위대한 한발인지 그 시절을 지나온 우리는 너무나 잘안다. 그 한걸음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그리고 자신이 되고자하는 꿈이 확실하게 있는 이경이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나는 참 꿈없이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서 취업준비하면서 직종을 변경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모했었는데 저렇게 미래에 대한 뚜렷한 주관과 선함, 전솔의 단단함까지.
이 둘을 합치면 완성형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이경이가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충분히 멋지지만 자신감은 한걸음 한걸음 디디는데 필요한 큰 원동력이 되어주니까말이다.

나의 절반정도밖에 살지않은 여고생들에게
큰 배움을 얻는 독서였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스스로를 믿고, 뚜렷한 꿈을 가지고, 선한 마음이 필요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오늘의 기분은 사과>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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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하이스트리트 - 명동, 홍대, 강남, 성수, 한남, 도산 대한민국 6대 상권의 비밀
김성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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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첨단산업의 발달과 팬데믹시대를 관통해 오면서 전자화폐 같은 새로운 투자방향이 생기면서 그전의 시대에 전통적으로 제테크라 여기며 행해지던 예금, 주식과 같은 곳에 모이는 금액이 줄어들었다. 그와중에 주식은 미국과 같은 서학동민운동과 같은 현상으로 그나마 낫지만 한국주식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이처럼 어떠한 계기로 인해 우리의 사는 모습은 순식간에 바뀌어나간다. 그 속도가 점차 빨라져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가지못해 발생하는 혼란까지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항상 자금이 모이고, 가격의 변동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전통적인 투자자산이 있으니 바로 부동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거공간을 많이 염두해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상가에서 나오는 월수입은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이슈다. 연예인들이 가지고 있는 건물이 가격이 얼마나 오르고 한달에 월세수입이 얼마에 달한다라는 것은 세상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다 알정도이니 말이다.

전세계에 땅값이 비싼 순위를 놓을때 빠지지 않는 홍콩 뉴욕도 상점가, 그 중에서도 상권의 중심지이자, 카페, 레스토랑, 뷰티, 패션, 테크 브랜드가 밀집된 지역을 뜻하는 하이스트리트의 가격순이다. (밀라노의 비아 몬테 나폴레오네가 뉴욕의 5번가를 제치고 1제곱미터당 3100만원의 임대료로 최고의 땅값이라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우리나라의 명동은 9위로 1100만원이다)

하이스트리트는 결국, 리테일retail의 흥행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리테일이 왕성하게 발생하지 않으면 당연하게도 저만큼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하이스트리트로 들어갈 이유도 없고, 저 가격이 유지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하이스트리트는 명동,홍대,강남,성수,한남,도산 정도이고 애플 스토어로 대표되는 메가 하이스트리트와 고유의 아이덴티티로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또 분류된다.

이렇게 설명을 듣다보면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각 지역의 강남,홍대,성수,한남 같은 곳들이 떠오를 것이다. 모든 것이 모여있는 만남의 중심지라고 해야할까? 높은임대료를 자랑하는 그곳.
하지만 지방의 그곳은 상점들이 많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는 그것을 보는 우리는 누가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냐며 경기가 어려우니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스토어로 대표되는 전통의 메가 하이스트리트와 각종 유니크한 새로운 외국 브랜드가 한국에 거점을 둘 때 유일하게 후보지로 거론하는 네오 하이스트리트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의 리테일이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해외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상징성이 강한 서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지만, 온라인에서의 물품구입이 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하이스트리트의 여전함은 많은 부분을 시사한다.

#서울의하이스트리트 (#김성순 지음 #디자인하우스 출판)은 반드시 존대해야하며,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오프라인 리테일의 미래를 그려본다. 그곳에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이 담겨있고, 미래의 우리 생활모습까지 담겨있다.

이것으로 인해 텅텅비어있는 우리 고향의 ‘하이스트리트’에도 새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인지 판단까지 해볼 수 있다.

그래서 여전히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서울의 메가 하이스트리트와 네오 하이스트리트의 특성을 밸류에드value-add, 앵커anchor, 파사드facade, 레이어layer, 등용문, 연결의 키워드로 나누어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리테일과 라이프스타일을 그 어떤 첨단 과학보다 빠르게 변화시킨 팬데믹과, 세계의 주류로 우뚝선 K웨이브까지 다채롭게 내용을 담고있다.

긴 세월과 미국의 서브프라임, 이미 아득해져버린 팬데믹을 거쳐가는 하이스트리트들의 삶을 보면서 회복이라는 키워드에 주목되었다. 하이스트리트도 물론 힘든 시간을 겪었다. 명동의 길바닥에 적힌 글씨를 보며 걸을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으니. 그래도 놀랍도록 잘 회복했고 새로운 다양한 업체들로 가득하니. 책에 실린 “제비꽃은 제비를 부르지않고 그저 피어 있으면 제비가 와서 날아든다.”라는 문구가 참 와닿았다.
버티는게 이기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묵묵히 견디고 회복해내는 것이 사람이나, 경제나, 스트리트나 똑같다싶다.

그래도 그곳에서 묵묵히 열심히 버텨내는 우리들을 위하여.
우리가 하이스트리트가 되길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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