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나의 성인 시절의 독서를 정의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움베르트 에코라는 두가지 키워드로 정의 될 것이다.수능이 끝나고 스무살이 되었을 때 외삼촌이 사준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 고전을 입문하며 무심한 듯 그러면서도 열렬히, 기호학의 ‘있어보이는’문장에 푹 빠졌었다.그리고 ‘푸코의 진자’와 같은 에코의 다른 책들도 읽어나갔고 그러다 만난 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다.특유의 어두우면서도 깔끔하고 그러면서도 여러분야의 지식들이 무심하게 나열되어 있는 문장에서 에코의 냄새를 맡았다.그렇게 하루키도 내가 방학이 되면 손에 쥐는 책의 작가가 되었다.⠀#무라카미하루키지금어디에있니 (#김응교 지음 #책읽는고양이 출판)의 제목을 보자마자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이 떠올랐다. ‘노르웨이의 숲’마지막에 남자 주인공의 “나 지금 어디에 있는거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것을 따온 듯 싶었다.⠀저 대사는 지금 본인의 물리적 위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삶에 있어서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을 담아놓은 존재의 기원과 관련된 질문이다.⠀‘노르웨이의 숲’의 저 대사를 안다면 제목만 보아도 얼추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가능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존재가 가진 의의에 대해 말하고 있는 하나의 평전이겠거니라고 말이다.⠀그리고 책읽는 고양이 출판사의 #아티스트웨이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데 아티스트웨이 1번 책이 아시아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타고르 평전이었으니 이것으로도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하다.⠀에세이와 소설 두 분야에서 모두 뚜렷한 성과를 거두며 노벨상 시즌이 되면 문학상 수상자 후보에 항상 이름을 올리는 하루키는 수십개국에 번역되어 읽히는 시대를 대표하는 월드와이드 작가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들에게 외면 당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80년대 하루키의 소설이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한 감정도 한 몫 했을 것이고, 독자들에게도 어느순간 반복되는 쓸데 없이 세밀하게 묘사되는 남녀간의 성적행위가 변화하는 시대에 많은 비평을 받게 되는 것도 한 몫했을 것이다.⠀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에게는 그 시대가 감당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외면하지말고 글로써 목소리를 내야한다는 의무감을 부여하는데, 하루키는 그것에 소극적이었다라는 말도 말이 듣는다.⠀보통 어떤 비과학적인 신비한 요소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러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이해는 되지만, 김응교 저자는 하루키가 물론 직접적인 주제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일본내의 극우파, 일본 자본주의의 타락,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들의 인터뷰로 완성한 ‘언더그라운드‘, 옴 진리교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담은 ’약속된 장소에서‘ 등에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어왔다.그럼에도 여러 말들이 나오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비판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비교적 최신작에 속하는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는 일본군이 중국 난징에서 벌인 ’난징 대학살‘의 악행을 세밀하게 묘사하여 반애국적이라며 불매운동이 벌어졌었다.⠀솔직히 하루키는 일본의 발전 역사에 그렇게 긍정적인 시작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의 책은 항상 먹구름이 낀 듯이 우중충하다. 아마 그것은 일본의 역사에 가지고 있는 아픔과 잊지 말아야할 그 시절의 행동에 대한 회의가 담겨있어서 그럴 것이다.또한 일본 특유의 권태와 상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두꺼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대체 무슨 말을 하고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키의 책을 읽으며 자기의 이야기라 여기며 눈물을 흘리는 일본인들도 제법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 한다.⠀그래서 그런 하루키의 책들을 따라가며 하나하나 짚어주는 ’하루키 오디세이‘로 채워진 이 책을 읽으면 팬이라고 하더라고 그냥 주구창창 읽어내려만 갔던 것과는 다른 전형적인 이해를 추가할 수 있다.그로인해 나와 같이 하루키를 좋아했던 사람은 하루키에게 땡겼던 이유를 정확히 알게 해주고, 하루키에게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는 하루키가 왜 이렇게나 세계적인 작가로 이름이 드높은지를 알게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적지않은 분량의 책을 순식간에 읽어내려가면서 “하루키 랜드에서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그곳을 걷는 것 자체가 이미 위로이 자 치유이며 깨닫는 길이 아닐까”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에게 이 책은 의미를 다했다고 생각했다.⠀무언가를 좋아하고 열성인데에는 그러한 이유가 남들도 설득할 만하기를 요구하는 세상에 한방 먹이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