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김기창 지음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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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서동아리에서 기후위기 관련 책을 읽다가 권유받은 책이라 읽게 되었다. 


한 번 잡은 소설집은 '단편집이구나!'를 깨닫고 나서야 손에서 내려 놓았다. 장편이었으면 한 자리에서 다 읽었을 책이다.
서문을 정용준(소설가)가 썼다. '이런 경우도 있나?' 싶다. 기후위기에 대해 마치 내 생각이라도 알고 있는 듯 잘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했다. 어쩜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도 적당하게 잘 표현해 주었는지. 감각의 앎. 

10개 단편 중 앞의 세 편은 '돔시티'라는 배경으로 판타지하게 그렸다. 영화 같은 느낌으로 읽었다. 가끔 머릿속 필름이 종종 끊겨지기도 했다. 그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배경들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상의 고리들이 나를 계속 끌고 들어갔다. 흥미진진했다.
굴과 탑의 대비되는, 그러나 같은 일을 하는 남녀와 그들의 사랑.

환경단체에서 만난 두 남녀가 함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시위하며 어려운 환경과 여론을 이끌어 가면서 힘들어 하고 결국 헤어지는 모습.

치열한(어쩌면 이도 폭염이 아닐까?) 경쟁 시험에서 9급공무원된 여자가 폭염의 피해의 무허가거주자의 민원을 처리하다가 마음이 끌려 찾아간 남자, 그 역시 시험 폭염 경쟁자.

죽어가는 산호초와 사라지는 흰동가리, 그것을 사랑하는 소년과 서퍼들의 의문의 죽음. 소년만 알고 있다.

작품 하나 하나가 현실을 그대로 잘 반영했다.


10개 작품 중 나에게 의미를 준 작품은 약속의 땅이다. 살려고 하나 죽을 수 밖에 없는 북극곰 환경과 1846년 유빙에 갇힌 테드호를 찾는 남녀, 그곳은 '약속의 땅'이라 불리는 곳. 어미는 자식을 위해 먹이고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뜯어 먹인 그 어미곰을 죽인다. 그리고 발견된 약속의 땅. 그러나 그녀도 가라앉는다. 이 모습은 기후위기를 맞이한 우리의 모습이다. 동반죽음!

 

무기력한 장마속에 무기력한 무직청년의 접는 삶.

마지막 '천국의 초저녁' 또한 우리가 바라는 바의 마음을 그대로 고스란히 담았다. 마지막에 나오는 여자의 마음도 남자의 마음도 다 현재 우리의 마음이다.


읽으면서 소설의 힘을 느꼈다. '그래! 문학의 힘은 이런거야!' 앞서 서문에서 말한대로 감각의 앎을 가지게 하는 힘. 우리는 구체적으로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소설가는 독자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하고 부딪치게 한다. 지금 기후위기 앞에 우리는 이런 부딪히는 감각의 앎이 필요하다. 그냥 뭉기적 말할 것도 뭉기적 행동할 것이 아닌 구체적 선택과 행동이 필요한 지점에 있다. 그런데 왜 뭉기적거리나? 몰라서이다.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기후위기시대와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가 분리가 아닌 하나임을 알게 한다. 이 점에서 오늘날의 우리의 상황은 더 시급한 것임을 느끼게 한다.


독서 동아리에서 같이 읽고 문제들을 짚어 어떻게 사회에서 행동해야 할지 나누고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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