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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 2020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 선정도서
황경란 지음 / 산지니 / 2020년 6월
평점 :
황경란의 소설집 『사람들』 중 <언덕 위의 집>
(이 책을 다 읽지 않고 단편들을 읽어가며 리뷰를 쓸 예정이다. 일종의 읽기 과정의 리뷰.)
첫 문장: 처음에는 하나였을 것이다.
마지막 문장: 이제 늙은 아버지의 전설은 기다림뿐이다.
집과 집이 이어져 마을이 생겼다.
또 다른 아이들이 태어나 마을의 전설을 이어갔다.
마을의 전설은 왜 사리지고 있을까?
이제 집과 집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로 위로 쌓여있다. 높이 더 높이 쌓는다. 권력의 높이가 더 높아진다.
아이는 아버지의 희망이었다. 좋은 사람이 될 기회 조차 빼앗긴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아버지에게 아이는 온 힘을 다해 살아야 할 이유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게 했다.
어느 덧, 아이는 소년이 되었다. 소년은 하늘을 날고 싶었다.
아픈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가난한 아버지는 언덕 위에 집에서 산다. 하늘과 가까운, 마지막 계단이 있는 곳에. 그리고 배고픈 사랑이 담긴 맛난 아채를 판다. 좋은 사람, 귀밑머리 반듯한 사람은 아들의 소원을 지키기 위해 재개발을 반대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나쁜 사람이 된다. 부자가 되기보다 전설을 지킨다. 그리고 전설이 된다.
“사람이 사니까 길이 있었던거야”
소설에는 길이 있다고 하지만 정말 길이 있는걸까? 우리는 언덕 위의 집을 찾기나 하는 걸까? 무심과 방관,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망친다며 손가락질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 사람의 처지가 어떻든지 간에. 집들이 어떻게 이어지고 어떻게 길이 있게 되었는지는 관심 없이 말이다. 이 시대는 전설을 잃어버렸다. 전설을 이어갈 아이를 잃어버렸다. 날고 싶다는 소년을. 그럼 나는 어떠한가? 나 또한 전설을 잃어버린 이 사회의 일원이다. 나의 전설을 찾아가야겠다. 언덕 위의 집, 잃어버린 진정한 소망의 전설을 되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