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자질론, 행태론, 상황론으로 발전되어온 리더십 이론은 조직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분명한 리더십 자질이나 행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보니 학문적 흥미가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P.292, 유민봉, 『한국행정학』)"

 

리더십 이론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80년대 들어 '변혁적 리더십'이 등장하면서였다. 변혁적 리더십은 transformational leadership을 그렇게 번역해 부르는 것인데, '전환적 리더십'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카리스마 리더십도 실제 내용에 있어 유사한 점이 많아 변혁적 리더십과 구분하지 않고 쓰이기도 한다.

 

변혁적 리더십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1980년대라는 등장 시점이다.

1980년대는 신자유주의의 세계적 확산이 본격화되던 시기였다. 1979년 영국에 대처 정부가 , 1981년 미국에 레이건정부가 들어섰고, 이는 이들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리더십 이론이 조직 관리 이론의 한 분야로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신자유주의적인 조직 관리, 신자유주의적인 인간 관리라는 맥락에서 변혁적 리더십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변혁적 리더십을 '거래적 리더십(transactional leadership)'과 비교하여 설명한다. 거래적 리더십 하에서 리더의 역할은 부하의 욕구나 직무수행에 필요한 자원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대한 보상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때, 부하는 보상과 지원에 상응한 노력을 통하여 리더가 제시한 과업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한편, 변혁적 리더십 하에서 리더는 전 구성원이 함께 공유하는 새로운 비전(shared vision)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의 제시란 변화의 추구로 읽어도 될 것이다. 이외에도 영감을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부하에게 지적 자극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라는 등 변혁적 리더십에 관한 설명은 다양하나, 이를 통해 '평소의 능력을 초월하는 힘을 발휘하도록 동기를 유발'(P. 294)야 한다는 점은 같다.

 

변혁적 리더십이 공유된 비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성과주체의 형성'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최근 등장한 리더십 이론이 셀프리더십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셀프리더십은 개인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동기부여시켜 자기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존의 리더십 이론과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주체가 아예 다른 듯하다. 말하자면 기존의 리더십 이론이 리더의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셀프리더십은 부하의 리더십, 리더와 부하를 포괄하는 모두의 리더십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착취하는 성과사회의 주체가 바로 이와 같지 않은가. 그런데 무시무시한 점은 이것이다. 셀프리더십이라는 리더십 이론은 '셀프리더를 키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변혁', '리더십', '셀프' , 매끈한 말의 설득력이 두렵다고 생각한다면  한병철의『피로사회』를 읽어보아도 좋겠다. 서동진의『자유의 의지 자기계발의 의지』도.  

 

 

 

 


댓글(0) 먼댓글(3)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제임스 쿠지스 - 신뢰성이 리더십의 근원이다 (Credibility is the Foundation of Leadership, James Kouzes)
    from 리더십포럼:코칭리더십:안창준 대표코치 2013-06-14 13:37 
    James Kouzes– Credibility is the Foundation of Leadership 리더십에관한 연구 결과에 대해서 이야기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발표할 주제는 “신뢰성이 리더십의 근원이다”입니다. 우리는리더들에게 어떤 것들을 기대할까요? 조사결과 존경 받는 리더(Admired Leader) 상은 아래와
  2. 셰익스피어에게 배우는 경영자코칭 - INSEAD KNOWLEDGE
    from 리더십포럼:코칭리더십:안창준 대표코치 2013-06-14 13:45 
     헨리왕자(*PrinceHal)의 경영자코칭 *아래 주석 참조 요약– 세익스피어에게 경영에대한 조언을구하는 중역들의 수가 늘고있다. 셰익스피어가 집필할시절에는 기업, 매니저, 리더십코스 같은것은 존재하지도않았다. 융이나프로이드는 태어나지도않았으며 조직변화나 직원참여(engagement)등에대한 학술적인강의도 16
  3. 리더십코칭
    from 리더십포럼:코칭리더십:안창준 대표코치 2013-06-14 13:48 
    리더십코칭  현대의직장인들은직장에서일의의미와목적을추구하려는경향이높아지고있습니다.이에따라현대의리더십은기업의리더(기업가,CEO,임원)에게자기자신과직원들의보다깊은삶의문제까지를다루는리더십을요구하고있습니다.그러나기업의리더들은매순간현장에서부딪히는상황에서스스로의변화와업무상의성취를위한리더십에대한도움을회사의내외부에서구하기어렵습니다.업무
 
 
 

 

 

 

 

 

 

 

 

 

 

 

 

 

 

 

손보미의 「과학자의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손보미는 이 소설에서도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인 '번역 문체'를 전면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손보미의 소설에서 '번역 문체'는 읽기에 거추장스러움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그녀의 '번역 문체'를 잘못된 문장 구사 능력이라 볼 수 없고, '기법' '스타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과학자의 사랑」에서는 '번역 문체'에 전기(biography)를 모방하는 형식을 취함으로써 '번역 문체'를 채택함으로써 의도했던 효과를 더 밀고 나가고 있다. 

 

전기를 모방하는 형식을 통해 작가는 다중의 화자를 만들어 낸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과학자의 사랑」은 브라이언 그린 박사가 쓴 글인데, 브라이언 그린 박사는 고든의 부인이었던 비비안 스턴우드가 쓴 『위로와 정복』이라는 회고록을 인용함으로써 비비안에게 직접 이야기하도록 목소리를 부여하면서도, 비비안의 어떤 이야기를 인용할 것인지 자신이 결정함으로써 비비안의 목소리를 편집하고 있다. 한편 '번역과 정리'라는 명목으로 이런 다중의 화자의 목소리에 '역주'를 달고 '강조는 역자'라는 멘트를 달고 있는 '설치미술가이자 린디합퍼인 손보미씨'가 등장한다. 작가가 자기 자신을 허구화하고, 소설에 직접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번역 문체'를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문체가 만들어내는 일관된 효과 때문이다. 번역된 소설을 읽을 때 독자는 소설 속 현실에 완전히 몰입할 수 없다. 소설 속 현실은 탈색되고 탈취된다. 독자는 번역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불러들인 '번역가'라는 화자를 품고 이야기를 읽어 나가게 되고, '번역 문체'는 독자가 이 점을 잊을 수 없도록 하는 번역가의 흔적이다. 그리고 아이러닉하게도, 몰입할 수 없는 소설 속 현실은 독자에게 쾌적한 독서의 위치를 만들어 준다. 

 

전기를 모방하는 형식은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다' 라는 패러독스를 만들어 낸다.

 

이 소설에는 우리가 결코 읽을 수 없는 책들이 등장한다. 고든이 쓴 「맹인을 위한 푸리에 변환 활용」,「무선전력전송의 활용과 한계」를 읽을 수 없다. 비비안 스턴우드가 쓴  회고록『위로와 정복』을 읽을 수 없다. 랄프 토렌도어가 쓴 「뇌 무법자- 월터 프리먼」을 읽을 수 없다. 브라이언 그린 박사의 글이 실린 『포퓰러 사이언스』2012년 1월호 도 읽을 수 없다. 이 책들은 소설 속의 책들이기 때문에 결코 읽을 수 없는 책들이다. 한편 이 소설에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처럼 우리가 읽을 수 있는 책도 등장한다.

 

 

 

 

 

 

 

 

 

 

 

 

 

 

읽을 수 없는 가상의 책과 읽을 수 있는 현실의 책이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손보미와 스테판 슈워츠라는 현실 속 인물과 고든 굴드와 비비안 스턴우드 같은 가상의 인물이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가상의 인물에 대한 전기에 실존하는 인물을 집어 넣은 셈이다. 가상화된 현실, 현실화된 가상은 전기 형식으로 인해 이 이야기를 거짓말이라고도, 거짓말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게 된다. 독자는 소설 속 현실에 완전히 몰입할 수 없게 된다. 소설과 현실 사이의 균열을 품고 이야기를 읽어 나가게 된다.

 

결국, '번역 문체'와 '전기를 모방하는 형식'은 독자가 이야기에 너무 가까이 가지 못 하도록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독자가 얻은 쾌적한 독서의 위치는 '관찰자'라는 자리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등장 인물이 되지 말고, 관찰하도록. 다중의 화자를 관찰하도록.'이라는 요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문체와 형식이 만들어 낸 효과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독자가 소설을 관찰함으로써 삶의 진실에 다가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지금 하는 이야기는 거짓말이다'라는 패러독스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패러독스에 빠지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독자는 발밑에 패러독스를 두고 이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하는 문체와 형식으로 인해, 별달리 극적인 서술이 없는 이 소설을 긴장감을 가지고 읽어나가게 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점에서 말이다.

 

 

덧) 린디합퍼는 이런 걸 하는 사람이다.

height=315 src="http://www.youtube.com/embed/18IkHPqY1nU" frameBorder=0 width=560 allowfullscreen>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사르 2013-04-2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거하다는 말을 어느 잡지에선가 읽었어요. '어느'나 '어떤' 등이 들어가는 한정형이 아니라 과학자 전체를 지칭하는 사랑이라니. 역시 손보미는 대담해. 라고 말이죠.

손보미의 문체가 특이한 느낌은 계속 받았는데 그 이유는 딱히 몰라서 궁금한 상태로 있었어요. <폭우> 같은 단편은 기괴하다 그리고 플러스 알파도 있고 말이죠. 한걸음씩 님 표현처럼 '번역문체'에 그 답의 한 지점이 있을 거 같아요.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손보미는 계속 눈이 가는 작가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HAE 2013-04-29 13: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달사르 님.

글을 읽고 댓글까지 남겨주시다니! 고맙습니다.^^

'번역문체'는 제가 만든 표현은 아니고요, 이전에 다른 평에서 보았던 것이어요.
심사평에 보면 김화영 선생님께서도 이 표현을 쓰고 있으시고요.

손보미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제 3회 웹진 문지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여자들의 세상>이라는 단편도
읽어 보시길요. <과학자의 사랑>이 형식과 문체면에서 흥미롭다면, <여자들의 세상>은 주제를 다루는 방식면에서
흥미롭습니다. ^-^

홍시우 2013-12-02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서평 잘 읽었어요. 책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는데 알기 쉽게 정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과학자의 사랑>을 분석하고 있는데, 서평에 나와있는 부분을 조금 인용해도 될까요?

HAE 2013-12-03 00:55   좋아요 0 | URL

인용출처를 밝히신다면, 얼마든지요.^-^
 

 리뷰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제목은 사람을 낚는 구석이 있다. 언어학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변형 생성 문법을 만들어 낸 촘스키의 사고과정을 담아 낸 책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촘스키가 유명한 줄만 아는 사람은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라』류의 책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 고비는 1장, 2장, 4장이다. 1장은 비형식적 오류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주제만을 다룬 책들도 드물지 않다.

 

줄리언 바지니가 쓴 『가짜논리』도 그런 책이다. 줄리언 바지니의 책의 장점은 비형식적 오류의 사례를 기막히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형식적 오류의 말이 안되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를  보여 준다. 말이 안되서 웃기는 그런 사례를 보여 준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의 첫 번째 고비를 넘어가고 싶다면, 줄리언 바지니의 책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아무튼 첫 번째 고비를 넘겨도 두 번째 고비가 또 만만치 않다. '확률과 통계라니, 으웩!' 이라고 하는 숫자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힘든 두 번째 고비이다. 하지만 '통계,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를 제목으로 한 책이 네 권이라는 점이 암시하듯이 숫자 공포증을 가진 사람일 수록 2장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숫자로 된 자료도 결국 누군가 어떤 목적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떤 범위에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숫자 자료라는 점이 곧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마지막 고비 4장이다. 과학자들의 가설 검증 방법, 사이비 과학, 비과학을 판별해 내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과학이라니, 문이과 교육체계 하에서 숫자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과학 공포증도 가질 확률이 높다고 할 때, 2장에서 괴로웠던 자들이 또 괴로울 장이다. 

 

이렇게 힘든 고비들을 넘겨서 만나는 마지막 주제는 '미디어와 민주주의'이다. 촘스키는 이미『여론조작』이라는 책에서 에드워드 S. 허먼과 함께 미디어의 불공정성 문제와 이것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이 마지막 주제에서 나왔으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꽤 방대하고 만만치 않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시민의 상식'이라는 점이다.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기본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민처럼 생각하는 법' '시민으로 생각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인 노르망 바야르종에 대해서는 '시민의 교과서'를 기획하다니, 정녕 radical한(근본적인, 철저한이라는 의미에서) 기획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