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제목은 사람을 낚는 구석이 있다. 언어학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라면 변형 생성 문법을 만들어 낸 촘스키의 사고과정을 담아 낸 책이라고 생각했을 지도. 촘스키가 유명한 줄만 아는 사람은 『스티브 잡스처럼 생각하라』류의 책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이 책에서 고비는 1장, 2장, 4장이다. 1장은 비형식적 오류를 다루고 있는데, 이런 주제만을 다룬 책들도 드물지 않다.
줄리언 바지니가 쓴 『가짜논리』도 그런 책이다. 줄리언 바지니의 책의 장점은 비형식적 오류의 사례를 기막히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형식적 오류의 말이 안되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를 보여 준다. 말이 안되서 웃기는 그런 사례를 보여 준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의 첫 번째 고비를 넘어가고 싶다면, 줄리언 바지니의 책을 함께 읽어도 좋겠다.
아무튼 첫 번째 고비를 넘겨도 두 번째 고비가 또 만만치 않다. '확률과 통계라니, 으웩!' 이라고 하는 숫자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힘든 두 번째 고비이다. 하지만 '통계, 거짓말'이라는 키워드를 제목으로 한 책이 네 권이라는 점이 암시하듯이 숫자 공포증을 가진 사람일 수록 2장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숫자로 된 자료도 결국 누군가 어떤 목적에서 어떤 방법으로 어떤 범위에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숫자 자료라는 점이 곧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제 마지막 고비 4장이다. 과학자들의 가설 검증 방법, 사이비 과학, 비과학을 판별해 내는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과학이라니, 문이과 교육체계 하에서 숫자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과학 공포증도 가질 확률이 높다고 할 때, 2장에서 괴로웠던 자들이 또 괴로울 장이다.
이렇게 힘든 고비들을 넘겨서 만나는 마지막 주제는 '미디어와 민주주의'이다. 촘스키는 이미『여론조작』이라는 책에서 에드워드 S. 허먼과 함께 미디어의 불공정성 문제와 이것이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한 적이 있다.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이라는 제목이 이 마지막 주제에서 나왔으리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꽤 방대하고 만만치 않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시민의 상식'이라는 점이다.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한 기본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민처럼 생각하는 법' '시민으로 생각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저자인 노르망 바야르종에 대해서는 '시민의 교과서'를 기획하다니, 정녕 radical한(근본적인, 철저한이라는 의미에서) 기획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