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가 매력적인 건 인간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생을 얻었다는 게 다르긴 하지만 일상의 의무와 금기에 매여 살아간다는 점에서는 인간과 같다. 뱀파이어의 일상은 이렇다. 해가 지면 일어나서 식량 마련 활동을 하고, 해가 뜨면 관에 들어가 잠이 든다. 그가 밤새 4층 건물 위로 훌쩍 뛰어올라갈 수도 있고, 첨탑 끝에서 뛰어내려도 다치지 않는다해도 뭔가를 먹어야 하고 잠을 자야 한다. 이렇게 놓고 보면, 별 사고 없는 한 영생 보장이라는 건 꽤 지루해 보인다. 일상도 그만큼 오래된다는 의미이니까.
그렇다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 나오는 뱀파이어들이 평탄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상상하지는 말기를. 어린아이의 몸으로 몇백년을 사는 클라우디아, 꼭 살인하면서 살아가야 하나라는 존재론적 고민에 빠진 루이스, 격정적이고 탐미적인 레스타 등등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이들의 태도에는 늙은이다움이 녹아있다. 사랑, 분노, 슬픔 모두에 체념이 녹아있다. 나는 이 체념이 오래도록 일상을 지속해 온 탓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체념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격렬한 감정들을 읽고 있으면, 영생과 일생을 오가며 뭔가를 반추해 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