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로 두기 - 영국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여성 편집자의 자서전
다이애나 애실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 [12] 출판계의 오랜 관행상 편집자는 교정지에서 삭제하려고 했다 되살리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밑줄을 긋고 옆에 <그대로 두기>라고 적는다. <<그대로 두기>>는 내가 축적한 경험의 일부를 고스란히 되살리려는 목적에서 선을 보이는 작품이다. “
이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없어도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이지만, “그대로 두”고 읽어보면 지워지면 안 될 이야기이다. 작은 이야기들 각각은 재미있고,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과거에 대한 회상의 색조는 유쾌하다.
다이애나 애실은 전후 영국에서 활동한 편집자이다. 전쟁 기간 중 BBC에서 일했으며 전쟁 후에는 안드레 도이치가 세운 출판사에서 출판사가 매각되는 1985년까지 편집자로 일했다. 헝가리 출신의 안드레 도이치는 1945년 앨런 윈게이트를 설립한다. 앨런 윈게이트가 다른 투자자들에게 넘어가게 되자 1952년 독립하여 안드레 도이치를 설립한다.
작가는 1부는 직업에 관한 이야기, 2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쓰고 있지만 1부와 2부 모두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차이가 있다면 1부에서는 출판사에서 책과 관련해서 만난 사람들이 등장하고, 2부에서는 소설가들이 등장한다.
1부에서는 1960년대 아프리카 진출 시도, 1970년대 타임/라이프사에 주식 매각하여 2년간 인수되었던 일, 안드레의 미국 출장 등 영국 출판계의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사건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애실은 그 사건들을 아주 오래 전 일어났던 해프닝처럼 다룬다. - 1917년 생인 다이애나 애실이 이 책을 출판한 것이 2000년 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대로 두기>>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과거에 대한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전후 영국의 출판계와 관련된 중요한 사건들을 시간에 따라 줄을 세우며 다루는 책은 아니다. 출판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작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의 뭉치를 통해서 전후 20세기 후반 영국 출판계의 분위기를 짐작해보는 정도이다. (미국 작가, 영국 식민지 출신의 작가, 영국 식민지에서 태어난 영국인 작가가 전후 20세기 후반 영국 출판계에서 중요했던 작가군이었던 것 같다는 정도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
2부에서는 6명의 작가들에 관해 쓴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트리니다드 출신 인도계 작가 V.S.나이폴과 도미니카 출신 영국인 작가 진 리스 챕터가 재미있었다. 진 리스 챕터에서는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진 리스의 행방을 알아낸 사건, 조지 오웰의 부인 소니아 오웰이 진 리스를 후원한 이야기 등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