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뇌과학자의 뇌가 멈춘 날, 개정판
질 볼트 테일러 지음, 장호연 옮김 / 윌북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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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에서 뇌과학자인 질 볼트 테일러는 뇌졸중이 발생한 날의 아침부터, 뇌졸중에서 회복되는 과정의 경험을 쓴다. 1996년 12월 10일 아침 테일러는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선천적 동정맥 기형으로 왼쪽 대뇌피질에서 출혈이 발생해 좌뇌 기능이 마비된다.

테일러는 좌뇌 기능이 마비되면서 겪었던 혼란을 전적으로 우뇌의 기능하에 놓였던 경험으로 서술한다. 한편 테일러가 묘사하는 우뇌 경험은 명상체험이나 종교체험 같다.

“[59] 좌뇌는 이런 자신을 남들과 구별되는 존재로 인식하도록 길들여졌다. 이런 제약에서 풀려나자 나의 우뇌는 영원한 우주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했다. 나는 더 이상 고립된 외톨이가 아니었다. 내 영혼은 우주만큼이나 거대했고, 드넓은 바다에서 흥겹게 장난치며 놀았다.”

테일러의 뇌졸중 수술후 회복 과정도 흥미롭다. 수학 교사였던 어머니의 지도/도움 아래 잘한 것에 대해 기뻐하되, 도전이 되는 과제로 옮겨가며 발전하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과거의 자신의 연설 영상을 보면서 말투과 제스처를 배웠다는 대목도 나온다.

“[147] 이런 성격을 되살리면 새롭게 찾은 우뇌의 순수함을 위협할 게 분명했다. 나는 이런 낡은 회로들을 그냥 내버려둔 채 좌뇌의 자아 중추를 회복하려고 의식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이 책이 특별한 것은 저자가 뇌줄중 경험을 계기로 자기 뇌의 작동 방식을 재구성하려고 노력했다는 점 때문이다. 뇌졸중에 걸린 뇌과학자가 좌뇌 기능 장애로 인해 우뇌가 우세하게 기능하는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 구성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독특해지는 것이다.

덧 1) 좌뇌 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어떻게 상황을 기억할 수 있었는지는 궁금증으로 남는다.
덧 2) 분리뇌 이론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질 볼트 테일러의 경험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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