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박상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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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서는 게이 소설가의 소설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목이 너무 길어서 파스타 소설이라고 기억해 두었다. 최근에 트위터에서 의외의 사람들이 정말 재미있다는 평을 남긴 걸 보고 게이 소설가의 파스타 소설을 구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김애란을 잠깐 떠올렸다. 다른 리뷰들을 찾아보니 나만 그런 건 아니었다. 특히 표제작인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를 읽으며 <침이 고인다>를 떠올렸다. <침이 고인다>는 치사해지는 가난한 청춘을 보여주었고 서글픈 마음이 들게하는 작품이었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에서 청춘은 좀 더 구체적인 경로를 따라 소진된다. 청춘이 소진되는 방식은 게이 로맨스이다.

화자인 박감독과 왕샤는 모두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라는 점에서 이 게이 로맨스의 공동 주연이라고 볼 수 있다. 왕샤는 서른다섯이고 현대무용 전공자이며 현재는 승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백수이다. 박감독은 <잠든 근육청년 탐하기> 한 편을 찍은 삼십대 초반의 무명 감독이다. 자이툰 부대에서 만난 박감독과 왕샤는 벽화제작 분대원이 차린 자이툰 파스타에서 만난 뒤 한동안 연락이 끊긴다. 그리고 한 성소수자 인권 단체에서 주최한 “주목받지 못했던 퀴어 영화 상영회”에서 박감독의 영화가 상영되고, 왕샤가 이 상영회에 참석하면서 두 주인공은 재회한다. 박감독과 왕샤의 로맨스는 샤넬 노래방과 비욘세 순대국밥에서의 소동을 겪으면서 우스꽝스럽고 피곤한 - 횟집에서 나와 오감독을 벤츠S클래스 택시에 태워 강원도 화천으로 실어보내고 미자와 각자의 서러움이 폭발하는 말다툼을 치룬 다음, 왕샤와 박감독은 낯선 신도시에서 노래방을 찾아 오래 걷는다. - ‘무엇’으로 대체된다.

주인공 박감독은 미자가 오감독의 택시비로 준 3만원을 챙겨두었다가 노래방을 가고(+), 한 시간이 모자란 시간에 분노하며 노래방에서 마이크 두 개를 훔쳐달아났다가(+), 결국 발각이 되어 샤넬 노래방 주인에게 카드를 맡겼다가 30만원을 결제하고, 돌려받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27만원이다. 잠시 흑자가 되었다가 이내 더 큰 적자가 되는 하룻밤 사이의 가계부를 보면 삼십대 초반인 두 주인공의 청춘이 소진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로맨스가 아닌 ‘무엇’이 된 로맨스는 끝나버렸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게이 독자/평론가가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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