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대 그들 - ‘그들’을 악마로 몰아 ‘우리’의 표를 쟁취하는 진짜 악마들
이안 브레머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 대 그들>>은 “글로벌리즘의 실패(The Failure of Globalism)”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세계화의 실패로 등장한 국내적, 국가간 분열 현상을 다룬다. 이민자, 종교, 국적 등을 기준으로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현상은 세계화가 가져온 경제적 사회적 불안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한편,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세계화가 만들어낸 연계성을 타고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세계화의 실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안 브레머의 전작 <<리더가 사라진 세계>>처럼 <<우리 대 그들>>도 일종의 보고서 형식을 취하고 있다. 현재의 문제와 상황을 밝히고, 이 문제가 미칠 영향을 거시적으로 개괄하고, 국가별 사례를 분석한다. 문제에 대한 국가들의 대응( 보호주의, ‘우리’와 ‘그들’ 가르기, 선거권을 제한하려는 여러 시도들, 정부가 대량을 개인정보를 취합하여 만드는 새로운 유형의 장벽)을 보여준다.
그리고 현재의 문제뿐 아니라 앞으로 닥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대안들(교육, 사회계약의 업데이트, 세금, 긱이코노미에 대한 기본소득보장제, 민간의 역할)을 검토한다. 저자는 선례가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고, 그 선례가 확장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다. 때문에 책의 전반부에서 등장하는 복잡하고 뒤엉킨 문제들에 대해 추상적 희망이나 구체적 절망을 선택하지 않고, 대안들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저자는 인구가 많고 가장 중요한 12개 개발도상국(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베네수엘라,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을 2장과 3장에 걸쳐 살펴본다. 선진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우리 대 그들’의 전투가 유럽과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될 “준비를 이미 마쳤”[63]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사회안전망, 인구구조, 산업구조가 상이하므로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생존력과 회복력에 차이가 있겠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국가의 무능력 문제에 봉착한다.
책의 결론에서 이안 브레머는 다시 미국의 문제로 돌아온다.
저자는 세계주의에 대한 반감이 이유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 또한 그것이 세계주의를 이해하지 못해서 나오는, 어리석은 좌절감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리고 ‘우리 대 그들’의 문제에 대한 몰이해는 ‘우리 대 그들’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점을 지적한다.
[19] “오바마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무엇이라 말했던가? 그는 어려운 시기가 닥치면 생계 수단을 잃은 사람들이 “울분에 찬 나머지 총기나 종교에 매달리거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적대감을 품거나, 반이민이나 반무역 정서에 기대는 것으로 좌절감을 표출한다”고 했다. 세계주의자들은 이 발언이 신빙성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244] “한때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던 사람들을 포함해 지난 대선에서 많은 사람이 트럼프에게 표를 준 이유는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선거 홍보물에 공약으로 적힌 변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원했다. 미국의 육체노동자 계층은 자유무역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
한편, 이안 브레머는 낮은 투표율(2014년 중간 선거 기준 적법 유권자 기준 36.4%)과 젊은층의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긍정적 반응 저하(1930년 91%, 현재 57%) , 미국인의 군사정권에 대한 선호도 증가(1995년 16명 중 1명, 2016년 6명 중 1명) 라는 통계를 제시한다. ‘우리 대 그들’의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미국 민주주의의 침식이라는 문제에 닿아 있다는 것이다.
덧) <<우리 대 그들>>이 일종의 보고서 형식의 책이라고 본다면, 보고서의 수신자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결론에서 이안 브레머가 미국의 문제로 다시 돌아온다는 점을 단서로 삼는다면, 이 보고서-책의 수신자는 2016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자유무역-세계주의자 연합이 아닐까? 이 보고서-책은 미국 대선에서 드러난 포퓰리즘에 대한 잘못된 반응을 지적하는 한편, 그것이 전세계적으로 부상하는 포퓰리즘에 대한 잘못된 반응으로 이어질 경우의 위험성에 대해 간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