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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사라진 세계 - G제로 세계에서의 승자와 패자
이언 브레머 지음, 박세연 옮김 / 다산북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69] “지금의 과도기는 단지 서구 세력의 몰락과 신흥 세력의 성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향후 몇 년 동안은 어느 세력도 중요한 변화를 이끌 만큼 충분한 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G20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G7은 시대에 뒤떨어졌으며, G3은 현실성이 없고, G2는 아직 한참 멀었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에서 이언 브레머가 제시하고 있는 G제로는 낯선 표현이지만 그 의미는 낯설지 않다. 미국 주도로 성립된 제2차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질서인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한 이후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이 더 이상 공공재를 공급하지 않는-공급할 능력이 없는 세계이다.
한편, 현재의 국제질서를 미국 패권의 쇠락과 중국의 부상에 초점을 맞춰 두 리더가 존재하는 상황으로 본다면 G2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G2는 현 국제질서를 가리키는 말이라기 보다는 미국이 중국에게 국제질서의 규범을 따르고, 국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책임있는 주체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면서 사용된 용어에 가깝다. 다른 한편으로 이 책에서 저자는 리더가 없는 G제로 상황 이후의 다섯 가지 시나리오 중 미중 관계가 협력적이고, 여타 국가의 힘이 약한 상황에서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G2라 칭한다. 어느 쪽이든 G2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G제로 세계의 다양한 측면 중에서 이언 브레머는 국가 간의 충돌, 글로벌 기준을 둘러싼 싸움, 기본적인 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G제로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리더 없이 해결되기 어려운 성격의 과제들이다. 또한 G제로 세계는 “수많은 문제들을 더욱 복잡하게 바꾸어놓을 것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127]” 이 책 1장에서 등장하는 기후 변화에 대한 코펜하겐 정상회담의 실패가 그 예이다.
[28-29] “실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모든 참여국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합의점을 이끌어내기 위한 공통 기반을 기존 선진국들과 떠오르는 신흥국들 사이에서 발견해내지 못했다. 둘째, 어떠한 단일 국가 또는 국가들의 연합도 합의점을 강제할 만한 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리더가 사라진 세계>>는 미국이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고(국가 채무를 악화시키는 문제들), 유럽, 일본, 신흥국가들, 국제기구들이 새로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2장에서는 G제로 시대의 전사로서 제2차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의 성립과정과 미국 지배의 쇠퇴과정을 다룬다. 1970년대에 OPEC이 강대국들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유럽-미국 간의 균열이 발생하고, 닉슨 대통령의 달러-금태환 정지 조치 등으로 미국의 힘이 쇠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냉전 이후로 일어나고 있는 국제 권력의 확산 흐름은 2008년 금융위기와 이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안정 때문에 더욱 빨라지고 있다.[120]”
책의 후반부에서는 G제로 시대의 문제들을 예상해 보고, 각 국가들의 위기와 기회를 분석하고 유형화하여, 승자 집단과 패자 집단으로 분류한다. 포스트 G제로 세계의 다섯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포스트 G제로 세계에서 이전의 글로벌 리더였던 미국의 과제를 확인한다.
이언 브레머가 제시한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현 상황에 대입해 보면,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고, 다른 나라들의 힘이 약한 상태인 ‘냉전 2.0’ 시나리오에 가까울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2012년에 출간(원서 기준)되어서인지, 금융위기 이후 셰일오일 혁명의 영향은 분석 요인에서 배제되어 있다. 저자가 2장에서 설명하였듯이 석유 문제는 미국 지배의 쇠퇴 요인이기도 했으므로, 셰일오일 혁명으로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급증하여 최근(2018년) 원유 순수출으로 전환한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에 제시된 시나리오는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