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코끼리 똥 일기장 소원저학년책 4
오드 지음, 시미씨 그림 / 소원나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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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형제가 없다. 그러니 혈육만 안다는 관계의 오묘함도 알 길이 없다. 남이라면 척을 지고 영영 다시 보지 않는데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마음을 할퀴고 후벼파놓고선 툭툭 털어버린다. 어릴 적엔 간헐적으로 끈끈해지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느슨하고 냉담했던 사이 같은데 놀이터에서만 만나면 죽이 척척 맞아서 내 동생, 내 언니를 찾는다. 부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광경이었는데 내가 나처럼 외동딸을 키우는 부모가 되어보니 형제간에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이해관계와 사회화의 경험을 우리 집 꼬마는 지나치고 건너뛰고 있었다. 질투, 미움, 분노, 설움, 타협과 같은 감정과 함께 관계적 기술에도 무디고 더딘 것에는(꼭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반면에 육 남매의 막내로 자란 남편은 남다르게 사람에 대한 이해의 진폭이 넓다. 선천적으로 공감의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 누나들이 엎어 키우고 이불에 태워 놀린 덕분이기도 했던 것이다!

#마법의코끼리똥일기장 은 의기투합과 투닥거림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매와 반려견이 들려주는 진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표현하지 않아도 통하는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우당탕 이야기 속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끈이 얼마나 질긴가에 대해 다시 되새기게 된다. 가족이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다 느낄 수 있을거라 예측하지 말고 자세히 듣고자, 보고자 열려있는 태도를 가진다면 어렵지 않게 가족의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엉뚱발랄하게 들려주는 책이다.

우리집에 사는 천둥벌거숭이양에게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왜 그렇게 하고 싶어? 왜 그렇게 했어?” 와 같은 이유를 묻는 의문문이다. 같은 문장이지만 우리 둘은 조금 다른 맥락을 가지고 질문을 한다. 남편은 정말 궁금해서 일때가 많고, 나는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간절함을 담은 접근인 경우가 대다수다. 아이가 자라서 의사를 표현하게 되면 해소가 될 줄 알았지만 요즘에 들어서 나는 훨씬 더 많이 의문을 품게된다. 그럴때면 나는 육아서보다 먼저 어린이들이 읽는 글책을 펼친다. #마법의코끼리똥일기장 은 내 마음처럼 타인의 마음에 이야기를 듣고 싶은 아이들에게 떨어진 한권의 일기장이자 책이다 #소원나무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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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툭! 개나리문고 9
한영미 지음, 보라 그림 / 봄마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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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이불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보았지만 또록또록 정신이 든다. 마사지볼을 몸 이리저리 옮겨가며 피곤을 물리쳐본다. 때마다 조금씩 장을 보는데 오늘따라 텅 비어있는 냉장고 안에서 짜투리 채소를 긁었다. 오늘 아침과 간식 도시락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양이다. 머리 속으로 오늘 하루에 동선과 일정을 그려보고 몇가지 메모를 한다. 띠링! 꽤 이른 아침인데 친구가 여행가자는 문자를 보내왔고 그러자 답했다. 오늘은 비가 와서 꼬마의 등교에 동행했다. 그래도 아침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약속 장소에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동료와 동료의 짐을 싣고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무사히 행사는 시작됐고 중간에 일어나 아이의 하교 픽업을 위해 또 달렸다. 조금 늦었나 싶게 학교 앞에 다다랐을 때 마침 운동장 트랙을 걸어나오는 녀석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침에 싼 간식 도시락에 유부초밥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갈 때에 비로소 내 오늘의 1부가 마무리 된다.

뜻하지 않게 새벽에 일어난 것도, 채소가 알맞게 남아 있던 것도, 친구의 여행제안 날짜가 마침 비어있는 날인 것도, 동료와의 약속에 늦지 않은 것도, 내 작은 차로 그녀를 도울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 좋은 행사에 곁다리를 걸칠 수 있었던 것도, 급히 움직였지만 아이와 엇갈리지 않은 것까지. 모든 일정이 순조로웠고 이변이 없이 매끄러웠다. 오늘 내겐 그 자체가 행운이었다. 엄마로, 친구로, 동료로_힘을 보탤 수 있는 내 자리가 있었던 것 말이다. 친정엄마의 표현을 빌리면 영양가가 없는 일에 에너지를 쓰는 하등 실속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곳이라도 내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내어줄 수 있는 기회가 곧 일상의 행운이라 확신한다.

받아쓰기 백점을 받았으니 선물을 주면 좋겠다는 꼬마에게 너를 위해 공부했고 백점을 받아 스스로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냐는 말로 시작해서 넘치는 행운을 바라기 보다는 현재의 기쁨에 집중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잔소리로 마무리 했다. 아이는 아직 이 말을 다 받아들이지 어렵겠지만, 지금 별탈 없이 자라주는 너를 보며 욕심보다는 현재의 반짝임을 더 잘 알아차리자고 다짐하는 내 마음이 모쪼록 너에게도 닿길 바래본다. 행운에 총량이 있다면 절반이상을 뚝 잘라 할애한 결정체가 너라고 말해주고 싶은 책을 만났다. #행운이툭 #봄마중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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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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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어선생님>이란 다큐를 떠올렸고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리고 함께 아쿠아리움에 가장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직감적으로 이 소설의 모든 실마리는 당연히 그가 가지고 있을거라는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수조 밖 인간의 삶과 수조에 갇힌 문어의 시선이 계속 해서 부딪친다. 서로를 말갛게 관찰할 수 있는 투명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지만 유리 너머에 갖힌 존재가 진정 누구인지 달리 보인다.

반복되는 시시콜콜한 일상에 가끔 더해지는 색감들이 톡톡 떨어졌다 번졌다를 반복하다 다시금 투명해진다. 귀속과 종속 그 어드매에 놓여 있으며 적당한 감시와 관리를 받는 인간 역시 완벽한 자유 속에 살지 않는 다는 것을 문어는 알고 있다. 그것이 이 책속에서 인간과 문어가 교감하고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지점이다.

우리는 숱한 시간을 내가 아닌 남과 영감을 주고 받으며 맞대어 살아야 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도, 친구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서로의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내 감정과 생활을 과히 침범 당할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반대로 적당한 거리가 유지된 관계로부터의 공감이 절실할 때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간에게 결핍되고 보충되어야 할 부분이 이것이라 느껴졌다.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내게 다가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나를 쓰다듬는 내 아이에 손길처럼 문어의 손길이 따뜻하게 와닿는다. 웰메이드 드라마 한편을 본것 같다 #아쿠아리움이문을닫으면 #힐링소설 #미디어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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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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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청소년일시쉼터 폐쇄‘ 기사에 마음이 풀썩 내려앉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풀씨들이 말라가고 있을까, 청소년일시쉼터 라는 검색어를 초록창에 입력해보면 어렵지않게 가정 밖, 혹은 탈가정을 원하는 아이들의 애절하고 다급한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일시쉼터에는 거리에서 생활을 하다잠깐 들러서 옷을 바꿔입고 가는 아이도 있고, 여성의 경우 생리기간에 단기간 머물다 가기도 한다. 그 밖에 장기간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은 다른 쉼터를 찾아야 하지만 그것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가정 밖 청소년에 경우 사회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보호종료아동’과 달리 문제아로 인식되는 실상이다.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되짚어보야 한다. 정서적, 육체적 학대로부터 생존을 위해 탈출할 수 밖에 없었던 위기청소년들에 대한 이해와 포용을 어른이 된 우리가 발휘해야 한다.

아빠는 어린 내게 늘 공정함에 대해 설명하셨다. 공정과 공평에 차이도 모르는 내게 무척이나 어려운 의미였다. 마음에 중심점이 어디있는지도 더듬거리는 판에 이치를 따지는 공정함 따위는 내 알바가 아니었다. 그래도 아빠는 인이 박이게 공명정대한 것에 대해 말씀하셨다. 오랜시간이 지나고서야 아빠가 뜻하는 공정은 내 타당함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 싫어 집을 뛰쳐나온 것들이라고 싸그리 잡아서 매도하던 어른들 아래에서 자란 세대가 어른이 되었으니 이제는 좀 바뀌어야 그것이 공정한 것 아닌가, 10을 주고 10을 받는 것이 합당한 계산법이라면 안전하게 자라날 권리를 박탈당한 아이들은 누구의 책임도 아니어야 하는 것이 맞는가?

#경우없는세계 는 위기의 벼랑끝에 달랑달랑 매달린 청소년들에 처참하고 처절한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 붕괘가 아이들에 미치는 영향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지독해져야만 했던 어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되었기에 살아내고자 이 악물었을 안감힘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을 지켜버거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안아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선택하거나 물러설수 없는 울타리가 가족이라면 조금 넓은 범위에 테두리는 사회가 되어주길 애타게 바래본다 #창비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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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루 빌딩 네거리에 슈퍼 히어로가 나타났다 쑥쑥문고 89
김미숙 지음, 한호진 그림 / 우리교육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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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선한영향력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좋은 변화가 일어나도록 한다는 뜻인데 여기서 영향응 조종의 의미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효과를 뜻한다. 나는 이 책이 보통 사람들이 전파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이야기 한다고 뜨겁게 느꼈다. 되도록 부딪히지 않고 지나가고 싶었던 펜데믹에 몇년을 끝나가는 이때에, 이제는 모른 척 지나가지 말자고 전하고 있다. 모른 척이라는 말속에는 알려면 알 수 있지만 모르고 싶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나 하나 간섭하고 관여한다고 바뀌지 않으니 내가 아닌 누구라도 하겠지라는 개인주의보다 나의 이웃도 나설 용기 낼 수 있도록 나부터 나서보자!

오지라퍼는 자칫 선을 넘어 참견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쓰이지만 결국엔 타인을 아끼는 관심에수 출발한다고 본다. 이웃을 귀히 여기고, 생명을 존엄하게 생각하고, 친구에 마음을 깊이 공감하는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초능력이 오지랖 아닐까. 또 그런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연결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우리 사회를 살맛나게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전하고 있다. 필살기도, 괴력도, 매직수트도 없지만 마음이라는 커다란 무기를 가진 숨은 히어로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숨어있다고 믿고 싶은 책을 만났다 #마천루빌딩네거리에슈퍼히어로가나타났다 #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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