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이 툭! 개나리문고 9
한영미 지음, 보라 그림 / 봄마중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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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다섯시에 눈이 떠졌다. 다시 잠을 청하려 이불속으로 깊이 파고들어 보았지만 또록또록 정신이 든다. 마사지볼을 몸 이리저리 옮겨가며 피곤을 물리쳐본다. 때마다 조금씩 장을 보는데 오늘따라 텅 비어있는 냉장고 안에서 짜투리 채소를 긁었다. 오늘 아침과 간식 도시락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양이다. 머리 속으로 오늘 하루에 동선과 일정을 그려보고 몇가지 메모를 한다. 띠링! 꽤 이른 아침인데 친구가 여행가자는 문자를 보내왔고 그러자 답했다. 오늘은 비가 와서 꼬마의 등교에 동행했다. 그래도 아침을 일찍 시작한 덕분에 약속 장소에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동료와 동료의 짐을 싣고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무사히 행사는 시작됐고 중간에 일어나 아이의 하교 픽업을 위해 또 달렸다. 조금 늦었나 싶게 학교 앞에 다다랐을 때 마침 운동장 트랙을 걸어나오는 녀석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아침에 싼 간식 도시락에 유부초밥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갈 때에 비로소 내 오늘의 1부가 마무리 된다.

뜻하지 않게 새벽에 일어난 것도, 채소가 알맞게 남아 있던 것도, 친구의 여행제안 날짜가 마침 비어있는 날인 것도, 동료와의 약속에 늦지 않은 것도, 내 작은 차로 그녀를 도울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 좋은 행사에 곁다리를 걸칠 수 있었던 것도, 급히 움직였지만 아이와 엇갈리지 않은 것까지. 모든 일정이 순조로웠고 이변이 없이 매끄러웠다. 오늘 내겐 그 자체가 행운이었다. 엄마로, 친구로, 동료로_힘을 보탤 수 있는 내 자리가 있었던 것 말이다. 친정엄마의 표현을 빌리면 영양가가 없는 일에 에너지를 쓰는 하등 실속 없는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곳이라도 내 에너지가 필요하다면 내어줄 수 있는 기회가 곧 일상의 행운이라 확신한다.

받아쓰기 백점을 받았으니 선물을 주면 좋겠다는 꼬마에게 너를 위해 공부했고 백점을 받아 스스로 행복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냐는 말로 시작해서 넘치는 행운을 바라기 보다는 현재의 기쁨에 집중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잔소리로 마무리 했다. 아이는 아직 이 말을 다 받아들이지 어렵겠지만, 지금 별탈 없이 자라주는 너를 보며 욕심보다는 현재의 반짝임을 더 잘 알아차리자고 다짐하는 내 마음이 모쪼록 너에게도 닿길 바래본다. 행운에 총량이 있다면 절반이상을 뚝 잘라 할애한 결정체가 너라고 말해주고 싶은 책을 만났다. #행운이툭 #봄마중 #호수네책 #책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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