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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어느 날, 문득 삶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비록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열정적으로 살았다고 자부할지라도 말이다.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무기력해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이는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라 번아웃증후군일지도 모른다.
아나운서의 삶을 내려놓고, 자신을 위해 여행작가이자 알랭 드 보통의 인생 학교 서울 교장을 맡고 있는 손미나 작가는 겉보기에는 강인하고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완벽주의자의 성격 탓에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온 줄 알았는데, 사실은 열심히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쿠바와 태국 여행을 하면서 요가와 심리 상담을 통해 마음 챙김을 경험한 그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가는 과정을 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에 담아냈다.
'몸의 주인은 마음이지만, 마음의 스승은 몸이라고도 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몸이 곧 나일까요, 마음이 곧 나일까요? 나 자신을 만난다는 것은 뭘 의미할까요? 요가의 세계에서는 나를 만난다는 것이 내 호흡을, 즉 지금 내 현재의 순간을 오롯이 느낀다는 것을 뜻하지요. 지금 바로 여기에 몸과 마음, 정신이 모두 함께 머무는 것 말입니다. 많은 사람이 몸은 여기 두고 정신과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는 상태로 살지요. 당신의 마음과 정신은 어떤가요? 당신 몸과 함께 지금 여기 있습니까?' p 121
시간이 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소유한 것이 많다고 한다. 1분, 1초를 쪼개 써도 늘 시간에 쫓겼던 이유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무의미한 일이나 관계에 시간을 허비하기 때문이다. 가진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쉴 새 없이 계속 노를 저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를 위해 내어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어디서 살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버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행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무엇인지, 자기 삶의 어느 부분에서 욕심과 집착을 덜어내야 할지 아는 것 말이다.
쿠바와 태국 여행 에피소드는 누구나 겪으면서 당황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그녀의 다래끼 사건으로 쿠바에 가면 돼지고기를 함부로 먹지 않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도 하고, 그녀가 상담하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네 삶에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은 있는지, 나를 얼마나 사랑해 주고 있는지 점검하게 한다. 번아웃을 경험해봤기 때문이었을까 에세이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이 시간은 내게 나를 오롯이 쉬게 해주는 휴식이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자기 자신의 내면세계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물 흐르듯 바라보면서 사랑하다 보면, 이 세상에서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물의 흐름처럼 장애물이 생기면 돌아가고, 패이면 채우면서 유유히 자신의 길을 가는 물처럼 말이다.
현재 시점에 집중하되 현재에 머물고 있는, 혹은 일어나고 있는 모든 내외적인 요소와 존재, 감정, 자극 등을 아무런 판단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챙김'을 조금 더 진지하게 실천해 보아야겠다. 인간을 human being이라고 하는 것처럼,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그 가치가 있고,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나를 있는 그대로 아낌없이 사랑해 주어야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