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말하기 스킬을 키우려고 노력했었는데, 사회생활을 10여 년 하고 느낀 바는 말하기 내공을 키우는 가장 기본은 말을 아끼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자들의 말 하기 내공은 배우고 싶고, 그들의 지혜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더 커진 것 같다.
저자는 《고전에서 찾은 말의 내공》에서 말하기 내공을 키우는 방법을 크게 10가지 파트로 나누고, 챕터별 5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목차만 봐도 솔깃해지게 소제목을 참 잘 뽑았다.'싶었다. 내용은 다소 딱딱했지만, 금세 책의 현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는 책이다.
✔ 말은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끌어들이는 것’
✔ 어떻게 해야 말의 내공을 기를 수 있을까?
✔ 틈이 있고 유연해야 말이 단단해진다
✔ 상대에 맞춰 다듬어져야 말 다운 말이다
✔ 보통의 말로 비범하게 말하는 것이 화술이다
✔ 대화는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에서 시작한다
✔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해야 할 말을 하라
✔ 어떻게 해야 대화를 장악할 수 있을까?
✔ 원칙이 있어야 말이 휘청대지 않는다
✔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역사를 결정했다
자신을 모욕하는 이에게 역으로 돌려주는 안자의 일화는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상대를 기선제압하기 위해 못된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저자는 이에 기지를 발휘해 재치 있는 언변으로 상황을 역전시키는 묘수가 바로 '말의 힘'이라는 사실을 짚어준다.
간략하게 '안자의 일화'를 소개하자면, 키카 140cm인 안자가 제나라의 사신으로 적국 초나라를 방문하자, 초의 관리들은 성문은 굳게 닫아두고, 5척 높이의 개구멍만 뚫어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조롱한다.
이에 안자는, "오늘 제가 개의 나라에 사신으로 왔다면 당연히 개구멍으로 들어가야겠지요. 그런데 만약 초에 방문한 것이라면 다른 문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응수하며 상대를 치켜세우는 동시에 꾸짖는다.
이어서 왕을 알현한 뒤에도 초나라 왕은 "제나라에는 인물이 그렇게 없는가?"라며 타박하자, "우리 제는 사신을 구분해 보내고 있습니다. 현명한 사신은 현명한 임금을 뵙게 하고, 어리석은 사신은 어리석은 임금에게 보냅니다. 저는 가장 무능한 사람이어서 별수 없이 초에 사신으로 오게 되었습니다."라고 대답함은 물론이고 또다시 제나라 사람을 책망하는 말에 우문현답으로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렸다고 시인하게 만든다.
이처럼 재치 있는 말은 자신의 삶에 실수를 줄이는 동시에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자신의 생명과 국가의 명운도 달리하는 엄청난 파워를 지닌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듯, 상황과 말의 정도를 늘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