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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지웅배(우주먼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2월
평점 :
몇 년 전부터 천문학자, 건축학자 등이 예능에 패널로 출현해 입담과 지식을 뽐내면서 이공계 사람들의 말이 따분하다는 편견이 점점 깨지고 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도 비슷한 맥락에서 선택했다.
저자는 책 프롤로그에 천문학자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본인에게도 에세이 의뢰가 들어왔는데, 마감일을 어기면서 글을 못쓰다가 평소에 품고 있던 질문들을 쏟아내며 두서없이 써 내려간 천문학자의 의식의 흐름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라 소개한다.
천문학과 은하계만 생각하는 오타쿠지만, 천문학자는 진정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는지?, 왜 사람들은 아름다운 밤하늘, 우주에 관심이 없는지 등등 짚어보며, 자신이 왜 천문학을 붙들고 살아가는지 소회를 밝힌다.
천문학자인데 수학을 잘 못한다는 저자는, 허수의 등장으로 수학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며 천문학자들의 농담을 풀어놓기도 한다.
"수학을 아주 잘하면 수학자가 되고, 수학을 조금 잘하면 물리학자가 되고, 수학을 못하면 천문학자가 된다고 말이다. 수학자는 수학의 본질을 파고들고 그 원리의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는 지독한 천재들이다. 그리고 물리학자는 그 수학적 원리를 실제 우주와 자연에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 지름길을 제시하는 개척자다. 그러면 천문학자는?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잘 갈고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며 우주가 별 탈 업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구경한다. 천문학자는 거대한 우주를 유랑하는 관광객쯤 될지 모르겠다."
저자는 천문학자들의 밤은 길다고 한다. 우주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시간이 밤이기 때문이다. 주로 연구시간대가 밤인지라 감성적이기 쉬운 시간대에 작성하는 천문학자의 글도 감성적인 경우가 많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는 감성적인 에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우주 덕후의 따분하지 않은 우주 이야기다.
천문학 연구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실익은 많지 않아 쓸모없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문학도로 살아가기를 잘했다고 말하는 저자의 천문학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138억 년 전에 시작된 우주의 역사, 셀 수 없이 많은 은하로 채워진 거대한 바다에서 인간이란 작은 존재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며 살아가는지, 시간이 흐르는 영원히 미완성일 우주에 대해 궁금하다면 한번 밀키웨이 세계로 빠져들어 보아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