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 마음이 여기 있어요
강선희 지음 / 시크릿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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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니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자꾸 에세이에 손이 가나보다. <아무도 모를 마음이 여기 있어요>는 사랑했던 사람에게, 사랑하고자 했지만 사랑하지 못한 사람에게, 그리움만 가득한 사람, 보고 싶지만 볼 수 없는 사람에게 눈을 마주 보며 차마 전하지 못한 진심을 기록한 에세이다.

짤막하지만 마음 앓이를 한 흔적이 고스란히 베여있는 저자의 글은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것 같아서 담담하게 전해지며 공감이 간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들이 이별 후에야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타인에게서 그 사람의 향기, 말투, 행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게 하기도 한다.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보다 나의 잣대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그러나 정작 그때는 오만한 자신의 모습을 깨닫지 못하고,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의 진심과 진가를 알게 된다는 게 얄궂기만 한 현실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어떤 이는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타인에게 마음을 여는데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사랑이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처한 환경과 정서가 맞아야 서로를 진정 마주할 수 있다. 사랑하는 남녀가 적절한 타이밍에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이 세상의 진부하기도 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에 흠뻑 취해보았던 이들이 있었기에 수많은 에세이가 쏟아져 나오고 이를 읽고 수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고 있을 테니 말이다.

 

'요즘 저는 언제나 제 옆에서 묵묵히 존재해 주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껴요.

가끔 나의 삶이 고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들이 내가 살아내야 할 이유를 굳이 찾지 않아도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줘요. 정말 이유가 되어줘요.

그게 저에게 얼마나 큰 힘인지 몰라요.

최근에 그 사람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는데요.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낭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어요.

낭만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게 너무 좋아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그 낭만으로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나 봐요. 버텨내나 봐요.

우리가 끝까지 놓지 않고 가져가는 이 낭만들이

부디 우리를 배신하지 않길 바라요.'

 

지닌 사람, 묵묵히 곁에 있는 사람은 낭만을 지닌 사람이라는 저자의 표현을 음미해보았다. 자신만의 정신세계가 확고해 쉽게 무너지지 않고, 단단한 사람. 그들은 이미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단련되어 자신만의 방식을 찾은 사람들이지 않을까. 자신을 버티게 하는 힘, 그것을 낭만이라고 표현한 저자의 은유가 마음에 든다. 나는 나의 소중한 이들이 삶이 고단하다 느낄 때 생각나는 사람, 그때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낭만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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