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불황이라 얘기할 때 '1년에 100만 부'를 팔아치운 천재 편집자가
있다. 손대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연발시킨 일본 겐토샤의 편집자, 미노와 고스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펴낸 책 <미치지 않고서야>.
아마존 재팬 종합 1위, 누계 판매 부수 12만 권을 달성하며 '일본에서 가장 핫한 편집자'이자 '시대를 앞서가는 히트 제조기'로 불리고 있는
유명 편집자다. 외곽에 살던 저자가 시내로 집을 옮기고 부수입을 위해 발품 팔아 본업의 20배가 넘는 수익을 내기까지 온몸으로 이루어낸 성과들
그의 경험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는 대중이 열광하는 콘텐츠란, 특정한 어느 한 명에게 강력히 가닿는
콘텐츠라고 말한다. '30대 영업사원을 위한 비즈니스 서적'처럼 대충 뭉뚱그려 잔재주를 부르는 마케팅으로는 책을 팔 수 없다. 어느 한 명의
영업사원이 점심으로 무엇을 먹는지, 닭튀김 정식인지, 편의점 도시락인지 철저하게 상상하지 않으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책을 만들 수 없다.
극단적일 정도로 어느 한 개인을 위해 만든 것이 결과적으로 대중에게 퍼져 나간다. 사람들이 매일 무엇을 느끼는지 냄새 맡는 후각은 앞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힘과 더불어 온갖 종류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공무원이라면 또 모르지만, 일반 민간 기업이 취업 규칙으로 부업을 금지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다. 법률은 부업 금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회사는 사원의 인생을 통째로 책임져주지 않는다. 갑자기 연봉이 줄어들 때도 있고
명예퇴직을 당할 수도 있다. 내일 당장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불확실한 사원을 노예처럼 여기는 회사는 버려라. 조직이 근무시간 외에
개인적인 시간까지 속박할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현상을 일으키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결과를 남기는
동시에 스스로 전설을 쌓아 올려야 한다. '브랜드'에 사람도, 돈도 따라온다. 그것을 보고 눈에 띄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며 야유하는 사람은
진심을 담아서 일한 적이 없는 응석꾸러기일 뿐이다.
회삿돈을 사용해 적자를 쌓아가며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면 된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어리광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거면 본인 돈으로 하라. 그런 사람이 만드는 책은 대개 재미도 없다. 각오가 없기 때문이다. 각오가
무른 사람의 콘텐츠는 느슨하다. 비즈니스로 하는 일이기에 돈을 벌지 못하면 언젠가 끝이 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만들기 위해, 제멋대로 굴고 자유롭게 살기 위해, 우리는 숫자와 싸워야만 한다.
편집자가 특별한 일을 한다는 환상 같은 건 사라진 지 오래다. 나는
궁극적으로 전부 백지인 책이 있어도 사람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고 생각한다. 정보의 가치가 한없이 0에 가까워진 지금, 책은
체험을 파는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의식이 달라진다. 시각이 달라진다. 행동이 달라진다' 이런 체험까지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편집자들은 늘 글자와 종이를 끼고 살아간다. 출판만큼 아날로그 산업도 없을
것이다. 책이 기획되고 원고가 작성되고 탈고된 이후에도 수차례의 수정교를 통해 책이 완성되는데 가재본이 만들어지고 최종 인쇄본이 나오기까지
과정에 참여하는 이가 편집자다. 편집자가 저자와 편하게 일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작가의 비위를 맞추는 것은 물론이고 오탈자 검수를
포함하여 책의 가독성까지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 편집자다. 책을 누가 편집했느냐에 따라 책은 독자의 사랑을 받을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판사에서 외서를 제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책을 출간하기까지 구성이며 출판사 직원들에게 이 책은 어떠한 책이라 소개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것도 대부분 이들의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책을 정말 미친 듯이 좋아하지 않고, 다양한 상식을 겸비하지 않으며, 인고의 시간을 견뎌낼 수
없다면 할 수 없는 직업이 또 편집자일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책을 편하게 읽고 있는 데는 그들의 땀과 수고가 깃들었다는 점을 감사하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