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샤 아저씨 - 한 경영인의 삶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
도용복 지음, 정수하 그림 / 멘토프레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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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6.25전쟁을 겪으며 전쟁터보다 더 무서운 게 가난이었다는 저자는 성공과 부를 위해 달려왔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당뇨와 고엽제의 합병증으로 쓰러지면서 죽음의 공포를 맛보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업인이 오지 탐험가와 음악인의 삶으로 제2 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저자 도용복은 1993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시작으로 약 172개국을 방문했으며, 남미 아마존 21회, 아프리카 18회를 찾은 오지 탐험가이다. 1년에 300일을 일하고 65일 동안 여행하는 저자는 여행의 매력은 알 수 없는 미래로 가득 차 있다며, 출발지와 목적지는 분명하지만 그 안에 놓인 과정은 언제나 미지에 있기 때문에 흥분을 느낀다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인 '빠샤 아저씨'는 저자를 칭하는 단어가 아니라 그를 안내했던 여행 가이드의 호칭이다. 저자가 지향하는 여행의 중심엔 늘 사람이 중심이다. 무엇을 보고 어디에 가본 일도 중요하지만, 누구를 만나서 어떤 대화를 나누었으며 어떻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무슨 재미난 일이 있었는지가 저자에게 중요하다. 그래서 170여 개국을 여행한 저자에게 여행에서 가장 힘든 순간은 가이드와 헤어지는 순간이다.

저자는 인생 공부를 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적고 느끼는 대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기록하고 반복해 읽고 곱씹는 버릇은 오지 여행에서 시작되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고 하는데 2011년 아마존을 여행하며 남긴 기록을 <빠샤 아저씨>로 엮어냈다. "파멸한 과거에게 메모는 경쟁을 위해 필요했다. 반면, 새로 태어난 미래에게는 사랑의 충만을 위해 필요했다. 여행지에서 아주 사소한 감정에서부터 기억하고 싶은 모든 순간을 하나하나 담았다. 발로하는 독서를 마치고 배낭을 열면 몇 권의 노트가 지나온 길을 이야기했다."

 

단순히 스치는 인연이 아니라 가슴에 '스미는 인연'으로 여기는 저자의 마음은 타인에게 마음을 닫아가며 상처를 받기 주저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여행에 대단하고 능숙한 언어를 구사할 필요도 없이 현지에서 만난 이들과 즉흥적으로 어울리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 사랑, 존중으로 충만한 여행을 즐기는 저자의 삶을 배워볼 만한 것 같다. 그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 대단하고 부럽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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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싫어하는 말 - 얼굴 안 붉히고 중국과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정숙영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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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제와 금기어를 소개해, 중국과 어떻게 제대로 소통할지 제안한다. 정치와 역사 문제에서부터 영유권 분쟁과 국가 주권, 국민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국이 싫어하는 말>은 중국과 얼굴 붉히지 않고 대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수록했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사안들 중에 우리가 자주 부딪히는 이슈는 무엇일까? 1911년 이후 중국 현대사 속에서 확고하게 굳어진 '하나의 중국'원칙과 국가 주권에 대한 사항이다. 중국은 이미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과 마카오는 물론이고,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과 분리될 수 없는 일부분이라는 '하나의 중국'원칙을 강조한다. 중국이 강조하는 '하나의 중국'을 등한시하면 대만을 뺀 지도를 중국 지도라고 인식하기 쉽다. 중국의 온 오프라인 출판물에는 대만 영토가 중국령으로 명기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인 것이다.

현재 홍콩은 미국, 영국 등 세계 20여 개 국가와 범죄인 인도 조례를 맺고 있지만,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와는 체결되어 있지 않다. 조례가 통과되면 사안에 따라 대만, 마카오, 중국 본토에 홍콩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게 된다. 홍콩 시민들이 걱정하는 것이 이 부분인데 중국 정부의 간섭이 결국 고도의 자치를 약속한 일국 양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게 홍콩인들의 생각이다.

'하나의 중국'원칙은 국가 주권 문제로 이어진다. 티베트와 달라이라마, 중국의 '화약고'로 일컬어지는 신장 등은 국제 사회가 제기하는 인권 문제 이전에 중국이라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국가 주권을 깨뜨리는 이슈이기에 중국으로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중성적 단어를 쓸 필요가 있다. 특히 비즈니스 같은 영역에서 무심코 민감한 부분을 건드릴 필요는 없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꺼내는 순간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미국은 종종 이용한다. 이에 중국은 인권 카드를 주권을 침해하려는 비열한 정치적 의도라고 맞받아치지만 '인권=선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중국의 반발이 국제적으로 그다지 먹히는 분위기가 아니다. '티베트와 인권'이 함께 엮여 나오기만 하면 중국이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또한 언론에서는 흔히 중국인을 묘사할 때 '왕서방'이라는 단어와 함께 19세기 변발 이미지를 사용한다. 특히 중국인이 세계 곳곳의 회사와 부동산을 모두 사들인다는 내용이 많은데 이를 통해 중국인을 탐욕스럽고 교활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19세기 말 서구 열강에 의해 치욕스러운 역사를 경험한 중국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무시하는 것이며, 중국과 중국 문화의 다양한 특징을 사상시키는 우리의 다민족 감수성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일대 일로에 지정학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말을 거부한다. 시진핑 주석이나 중국 관영 언론은 늘 일 대 일로 가 지정학적 도구가 아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지정학은 필연적으로 강대국들이 전 세계 지역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정치, 경제 패권 다툼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말이 바로 패권주의다. 최근 중국이 외견상 힘으로만 밀어붙이고 '오만하게'보이도록 만드는 배경에는 중국의 핵심이익이 있다. 핵심이익은 일종의 중국의 국익으로, '국가의 생사존망이 걸린 중대한 이익'이다. 즉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들에서 중국은 여느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것이다. 크게 국가 주권, 국가 통일,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기본 보장, 국가 안전, 중국 헌법이 확립한 국가 정치제도와 사회의 안정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이 싫어하는 말>에는 중국이 표방하는 국가 운영의 기본 원칙부터 주권과 정치 문제, 국민 정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슈들을 포함하고 있다. 중국과 얼굴 붉히지 않으면서 영리하게 소통할 수 있는 지식과 방법을 다루고 있어 중국과 교섭해야 하는 이들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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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비밀병기, IF
조원경 지음 / 김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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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 전문가 조원경이 세계 부의 흐름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부자들의 삶과 일의 법칙에 대해 투자의 원칙부터 돈의 속성, 부자의 마인드까지 돈을 벌고 모으는 방법에 대해 <부의 비밀 병기, IF>에 담아냈다. 부자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며, 지식을 쌓거나 한 분야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부를 끌어당기는 삶의 법칙을 실천하는 사람이 부를 쟁취하는 것이라며 부자가 되는 방법에서 그치지 않고, 돈과 인생에 대한 사고의 경계를 확장시킨다. '부의 비전','황금 투자의 밀어','비즈니스의 병법','부자의 기량' 네 가지 주제로 부자의 마인드와 정체성부터 돈을 다루고, 일과 삶의 기술 그리고 돈의 속성과 부자의 그릇에 대해 다룬다.

 

금수저로 태어났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로또에 당첨되면 인생역전이 가능할까? 부를 구축하는 사과와 습관을 길러주는 도구 '만약에'. 상상을 통해 생각거리가 풍성해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새로운 관점으로 성찰할 수 있다. 현실을 직시하되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인생을 사유해보면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해 세상살이에 대한 해법을 터득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또한 현재를 제대로 살기 위해서 과거를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실패도, 실수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의 실수 때문에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지나간 행위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과거의 교훈은 언제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좀 더 윤택하고 자유롭게 갈기 위해 '만약에'라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만약에'는 이루어지지 않은 아쉬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믿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면 노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삶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다는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은 움직이는 현상에 쉽게 매혹된다. 로마 시대사상가 키케로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징조가 생기는 것은 태초부터 정해진 법칙이라고 말했다. 모든 움직이는 물체에는 이를 움직이게 한 에너지가 반드시 존재한다. 트렌드나 현상보다 이를 움직이게 만든 힘에 집중하면 미래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 그래서 주가의 등락보다 이를 움직이는 힘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부의 비밀 병기, IF>는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인 존 레넌과 마이클 잭슨부터 철학자들의 이야기까지 다루면서 자신이 일군 부를 수성한 사람과, 한순간에 부를 잃은 사례를 소개하며 어렵게 쌓은 부도 한순간에 잃기 쉽다는 점을 보여준다. 인생에서 진정한 풍요로움은 무엇인지, 진정한 부자 정신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돈은 수단이어야지 목적이어서는 안된다며, 진정한 부자는 '돈은 안락한 삶을 위한 수단'일는 부부을 강조한다. 특히 '돈에도 인격이 있다'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아울러 진정한 부자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삶이 자유롭고 윤택하며 만족스러운 사람, 돈에 지배되지 않고 돈을 가치 있게 활용하는 사람이다. 경제적인 부는 나에게 자유를 주고 삶을 더욱 윤택하고 가치있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지, 부를 창출하기 위해 종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되뇌어 본다. 나를 빛내기 위한 도구인 '부'를 창출하기 위해 'IF'를 내 삶에 녹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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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호스 - 성공의 표준 공식을 깨는 비범한 승자들의 원칙
토드 로즈.오기 오가스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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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1년 영국에서 출간된 벤저민 디즈레일리의 젊은 공작이라는 소설에서 주인공이 경마에서 돈을 걸었는데 잘 알려지지도 전혀 예상도 못 했던(dark) 말이 우승하며 큰돈을 잃게 되는 부분이 나온다. 경마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우승하며 판세를 뒤집을 때 사용되던 용어인 다크호스를 소설에 인용하면서 그 표현이 인기를 끌게 되자 그 이후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강하고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승자가 아닌 기본적인 실력이나 역량적인 면이 베일에 쌓여져 있거나 그것을 뛰어넘어 우승하는 상황에 사용하는 관용적인 표현으로 되었다. 사회의 각 분야들에서 다크호스들의 성공과 활약상들은 점차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도서 다크호스 저자인 토드 로즈는 아리스토텔레스, 공자, 성 아우구스티누스같이 고대의 철학자들의 가르쳤던 인생의 성공에 대한 글들은 시대를 초월하는 지혜로서 오랜 생명력을 이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인간이 서로에게 성공에 대한 조언을 하는 성공 문학, 자기계발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며 가장 유용한 성공 조언은 실제 생활에서 실행이 바로 가능하고 구체적이며 효과가 빠른 구체적인 조언이라고 한다. 인류 3세기 폴리네시아 사회에서는 카누를 잘 만들고 조정을 잘하게 성공 비결이었으며 13세기 몽골제국에서는 말을 잘 타고 간수하는 능력, 15세기 아즈텍 제국에서는 인신공양의 제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기, 18세기 러시아에서는 농노로 전락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었다고 한다. 다크호스는 굳이 분야를 나누자면 성공을 위한 자기 계발서이다. 하지만 각 시대의 변화에 따라 성공의 법칙들 또한 변화되어 왔고 현재 사회에서도 그 변화의 흐름 속 연장선 속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성공에 대한 시대적 발자취를 따라가는 역사적인 배경과 사회적인 부분을 자세히 다루고 있기에 성공에 대한 역사와 사회적인 내용을 가미한 복합 인문서라고 할만하다.

산업화, 기계화, 디지털화로 변화되어온 현재 우리는 표준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정규 교육과 사회에서 바라는 인재도 표준화, 정형화되어 왔다. 정해진 커리큘럼에 맞춰서 교육을 받고 그 무리 중에서 가장 우수한 사람이 되고, 일류 회사에 입사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승진하는 어떤 목적지를 의식하고 열심히 노력하면서 끝까지 버틸 수 있는 조언이 성공전략으로 표준화되어서 우리에게 각인되어 왔다. 하지만 현재 사회에서는 표준화되어있는 인재들을 뛰어넘는 다크호스들의 성공이 많아지고 있으며 이들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표준화 인재와는 다른 절대적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자신의 일에 대한 충족감이었다. 성공해서 충족감을 느끼는 게 아닌 충족감을 느끼기에 성공하게 된 게 가장 큰 차별화된 특징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자신의 일에서 다크호스가 되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기가 충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며 다크호스 도서는 그 길을 찾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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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명확히 설명 안 되는 불편함에 대하여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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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도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닌데'라는 말을 서두에 붙이며 조심스레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을 다는 순간 거창한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고, 모두를 납득시킬 만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두렵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에게 향해지는 그 모든 날카로운 공격들을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기 어려운 더 큰 이유는, '이건 뭔가 좀 불합리해'라고 한 걸음 나아가 말하기도 전에 '나는 워마드가 아니며 남성 혐오를 하지 않는다.' 따위를 먼저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점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말이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으며 치마를 입지 않는 것이 페미니즘의 근원은 아닐 것이다.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선택의 자유다. 원하는 옷을 입고, ~답게 보이지 않아도 되는 자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게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는 자유여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결국 이르러야 하는 지점은 '그럼에도 나는 꾸밈 노동을 거부한다.'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꾸밈 정도를 의식하여 상대방을 평가하지 않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우리는 더 이상 꾸미지 않은 것에 대한 창피함, 죄책감 같은 것을 굳이 감당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내가 입고 싶은 것을 입고, 하고 싶은 만큼 화장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페미니즘을 이슈로 하여 말다툼을 해본 커플이라면 남자친구에게 이 말을 들어봤을지도 모르겠다. "너 요즘 페미니즘이니 뭐니, 그거 때문에 그래?" 혹은 더 많은 의미를 담은 한 문장, "너 페미니스트야?" 이 당당하고도 이기적인 문장에 황당함을 느끼는 이유는, '원래 이 세상은 네가 양보하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는 건데, 왜 갑자기 안 하겠다는 거야 ?'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주면 내가 얼마든지 돌봐주고 예뻐해 줄 텐데, 왜 새삼스럽게 거부하는 거야?'라는 숨은 뜻을 읽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사를 내뱉는 남성들이 페미니즘을 피하고 싶은 이유는 자신이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빼앗기는' 것이 아니라, 내 여자친구가 당연히 누려야 했던 권리와 자유라면 어떨까.

인식의 차이였을까. "여자 30대면 너도 이제 끝났네","여성스럽게 머리 좀 길러","애는 엄마가 키워야지","밤늦게 다니면 안 되지, 넌 여자잖아!"같은 말들은 걱정이 아니라 여성 혐오에서 나오는 거란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생각들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고 말조심해야 할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유독 여성의 목소리가 작았던 것 같다. '여성'이라는 단어에 부여해 왔던 '여성으로써의 행동들'은 우리나라의 가부장적인 정서에서부터 시작이었을까. 분쟁의 소지를 만들지 않기 위해 더 이상 얘기하기를 꺼리기 쉽지만, 가까운 연인이나 가족이기에 더더욱 여성에 대해 그리고 남성에 대한 가치관을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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