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을 잊은 당신에게 - 90세 현직 정신과 의사의 인생 상담
나카무라 쓰네코 지음, 오쿠다 히로미 정리, 정미애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일을 위해 사느라 오늘은 잊은 당신에게』는 90대 현역 여의사가 전하는 스스로 납득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다룬 도서다. 7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일과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상담한 이야기를 엮었다. 저자는 세상의 시선이 아닌, 내 마음을 납득할 수 있는 행복을 향해 매일매일 담대하게 살아갈 것을 주문한다.

스스로 납득하면서 나아가세요.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한발 한 발 내딛는 겁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지만 도저히 만족할 수 없다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을 고민해보고 조금씩 새로운 걸 시도하세요.

남과 비교하며 행복을 찾은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본디 행복이라는 감각은 몹시 불안정하고 미덥지 못한 감각입니다. 좀처럼 오래 지속되지 않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기쁠 때는 마음껏 기뻐하면 되고,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별 수 없지'하고 담담하게 해내면 그만, 인생이란 그런 일의 반복이 아니던가요?

모든 고민은 현실과 내 마음의 괴리에서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가느냐의 문제라며 우선순위를 정하여 지금 당장 중요한 것부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과 인간관계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멀어지는 일이 바로 '타협의 출발점'이라 말한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향에 도달하지 못해 자신감을 잃고 조바심을 낸다. 목표가 없는 삶을 경멸하고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자기혐오에 이르기까지도 한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먼 훗날의 행복을 찾느라 현재의 만족감을 놓치고 있다는 부분을 지적한다. 기쁜 일이 있으면 마음껏 기뻐하고,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별 수 없지'하고 담담하게 하면 그뿐이라는 저자. "어쩔 수 없는 일을 두고 한없이 끙끙대는 건 자신을 몰아붙이는 나쁜 습관이에요. 일단 집에 가서 몸과 마음을 가정용으로 전환한 뒤 기분 좋게 잠드는 것이 제일입니다." 라 조언한다.

인생에는 시련이 따르는 법, 가능한 피하고 싶지만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시련을 피하는 방법'이 아니라 '같은 시련이라도 어떻게 하면 덜 힘들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서 90대 연륜이 묻어난다. 일과 가정을 양립해가는 비결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인내심이 필요할 때 목표나 기한을 정해 보고, '오늘은 이걸 하자'라 정해서 긴장감을 주고, 피하기 보다 함께 해결해나가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 깊숙이 쓸쓸함과 불안, 고독, 괴로움을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슬픔과 괴로움을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조금은 편안해지고 기운을 낼 수 있죠. 그런 식으로 인생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과 서로의 괴로움을 알아주고 보듬어 주면 힘든 세상을 하루하루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라서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하면 안 된다'라는 식으로 단정 짓는 경향이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훌륭하다거나 꿈을 이뤄야 가치가 있다고들 하죠. 이 말들에 그다지 수긍이 가지 않는다면 그 느낌을 믿으세요. 인생의 만족감은 다른 누군가가 결정해주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와 독 같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규칙도 없습니다. 이게 내 인생이야. 하고 굳게 마음먹어야 한다. 남에게 휘둘리기만 하는 인생에 지친다면, 결국 사람은 '나답게' 살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흔적과 신호 - 당신은 어느 흔적에 머물러 사라지는가?
윤정 지음 / 북보자기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생명의 역사, 우주공간에서 우리가 어디에 머물고, 또 어디로 사라지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흔적과 신호』에 인류의 역사 속에서 생명의 가치를 가진 신호를 찾아가는 사유의 과정을 담아냈다. 우리가 단지 태어났기 때문에 살아가고, 죽어야 하는 운명이기에 죽는다는 현실에서 스스로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저자는 우리가 성찰을 통해서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와 죽음이 왜 생명인지 깨닫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될 거라 말한다.

인간이 문자와 기호를 가지고 다양한 사유와 철학, 다양한 이데올로기, 종교, 공간을 이루며 살아가지만 과연 문명이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에게 풍요로움을 가져왔지만, 자연재해 보다 인재를 두려워해야 하고,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져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결국 문명은 인간의 우월함을 드러내지만, 우주의 질서에서 인간을 고립시키기도 한다.

우주 공간의 양자는 모든 생명의 정보를 기록하는 놀라운 현상을 DNA라는 흔적으로 남기고 있다. 그 흔적이 생명 질서로 이어져 오는 그 끝점에 호모사피엔스가 있다. 호모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생명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현생 인류의 학명이다. 호모사피엔스는 30만 년 전에 등장하여 어떤 생명체도 만들 수 없는 문명의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공간의 주체는 인간이다. 동양 철학의 사유에서 인간이란 서로 받들고 협력하면서 공간 사이로 왕래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광대한 우주의 푸른 행성 지국의 공간에 머물러, 어둠 속에 별빛을 바라보면서 봄날의 개나리꽃을 노래하는 존재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는 아직도 무지하고, 불안정하고, 불확실성 존재다. 그래서 아름답고 모든 것이 가능한 존재다.

저자는 아름다운 사람은 자신이 말해지고 있는 지식의 한계를 고민하는 사람일 것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다 믿는 것들 모두가 부정확할 수 있고 틀릴 수 있다 말한다. 이러한 고백은 무의식을 향해 아름답고 새로워지게 하는 생명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한다. 자신의 믿음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이상 가르칠 수 없고, 배울 수 없다. 삶을 고백한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말할 수 있으면서도 부족한 자신의 한계를 고민하는 것이다. 불확실성에는 늘 무지에 대한 신선함이 있기에 아름다운 고백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구현하는 존재인지 모른다.

 

저자는 철학과 신학을 접하며 이성적인 절대 진리로 무장한 도덕주의자로 살았으나 상징적인 개념으로 편집된 언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을 숨기는 위선자의 모습이었다 한다. 그러다 정신분석학을 만나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자신의 고통 속에서 자신을 진실로 이야기해야 한다. 이 고백은 정직한 삶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과정으로 불확실성으로 불안해하고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여 우리 체내의 단백질이 '새로운 정보'에 반응하도록 돕는다. 우리는 우리 존재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지만, 하나씩 알아가면서 우주의 공간, 지구의 공간, 인간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하나도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껏 우리의 삶을 억압하고 이성적인 고통의 흔적을 남겨왔지만, 신비한 삶으로 다가가기 위해 용기를 내어 절대적인 위로를 받기를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 -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김경욱 지음 / 왓어북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자영업 10곳 중 7곳이 문 닫는다'라는 말이 옛말이 아니다. 최근에는 '존버'란 말이 나올 정도로 회사 밖은 전쟁터니 현재 몸담은 회사에서 내 자리를 지키면서 버티는 게 최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저자는 대기업 사무직을 거쳐 군산에서 마트를 창업하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평균 내방객 800명, 평균 이익률 7%를 달성했다. 본인의 창업 노하우를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하여 조회 수 116만을 돌파해 프로젝트 6회 대상을 받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수익성이 확보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돈이 다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라는 말도 돈을 벌어본 후에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 돈을 버는 것이 목표라면 스타트 업보다 전통적인 자영업이 더 나은 선택이다.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는 스타트업들의 경우 내부 재정 상태를 보면 오랜 기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물론 이는 시장 선점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공격적인 선행 투자를 하는 산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저자는 1일 객수를 늘리기 위해 보유 고객 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마트 인근 지역의 인구가 획기적으로 늘지 않는다면, 반경 3킬로 미터 내 한정된 인구 안에서 어떤 마트가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가로 경쟁해야 한다. 다시 말해, 후발주자 입장에서 기존 마트가 보유하던 고객을 우리 고객으로 전환하면 보유 고객 수를 늘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초기에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할인을 통해 고객을 최대한 유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은 고객을 획득하는 데 소모된 비용으로 인식한다. 스타트 업계에서 이런 비용을 UAC(User Acquisition Cost, 이용자 획득비용)이라고 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주어진 업무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장사를 시작한 후 청소처럼 작은 일부터 손실 예측 같은 사업 지속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까지 모두 내 업무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나를 도와줄 동료, 선배, 상사가 존재했지만 여기서는 내 뒤에 아무도 없었다. 결정도 고민도 실행도 온전히 내 몫이라는 것을 시작하고서야 깨달았다.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데, 저자는 창업 전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중소형 마트 12곳의 재무제표를 검색해 각각의 매출, 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등을 산출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한 결과 3%의 영업이익률이었는데, 수익을 꾸준히 올리는 목표를 가지고 마트를 창업했다. 마트를 시작하고 향후 매출을 측정하기 위해 단순히 하루 매출이나 객수보다 고객의 평균 구매주기, 신규 고객 수, 이탈 고객 수를 중점적으로 파악하여 고객 수 증감 및 재방문율을 확인하고 전략을 짰다. 상시 할인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소액 구매자에게도 사은품을 제공해 재방문을 꿰한 결과 오픈 4개월 만에 월간 활성 고객수(MAU)가 매월 평균 24%씩 증가하며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사업에 정답은 없다. 그러니 사업가의 자질에도 정답은 없을 것이다. "성공 공식을 찾는데 열중하거나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는데, 7~8년 전만 해도 창업가들은 나만의 스타일대로 승부수를 던졌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소위 대박을 터트린 창업가들이 나왔다"라며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부할 것을 강조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 공부의 첫걸음인 경제 기사를 읽기 위해 나만의 판단 기준이 정립되어야 한다. 기사를 읽으며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수정하면서 지식을 쌓아가다 보면, 경제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경제에 대한 기초가 없어 막연히 어렵다고 포기하는 이들에게 기본 개념과 경제 상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경제는 이론대로만 움직이지 않고 다양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온다. 따라서 저자는 이론적 정의를 외우기 보다 상황에 맞게 개념을 응용할 줄 아는 데 포커스를 맞추라고 한다.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기에 GDP를 밥그릇에, 금리를 신호등에, 경상수지를 성적표에 빗대어 설명한다. 아무리 경제에 문외한이라 한들 <세상 친절한 경제 상식>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경제와 가까워져 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개념에 그치지 않고 실제 헤드라인을 수록하여 실전에 활용 가능하도록 구성되었는데, 책을 읽고 나면, 기사 헤드라인만 봐도 전체 맥락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를 파악하려면 '공격'과 '수비'를 잘 가늠해야 한다. 공격 측면에서는 GDP를, 수비 측면에서는 부채를 확인하면 된다. 수비가 엉망이면 공격을 잘해도 이기기 어렵다. 아무리 득점해도 상대에게 점수를 계속 내주는 상황에서는 수비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채를 줄여야 한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바뀌는데 주식 시장에서는 공급이 거의 한정되어 있다. 어떤 회사가 새롭게 상장되거나 상장폐지되는 등 공급에 변화가 생길 때도 있지만 대체로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라고 봐도 큰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정말 많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다거나 유가가 폭등한다거나 하는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 과정을 일일이 분석하는 것은 굉장히 복잡한 일이라서 결과만 따로 숫자로 정리한 것이 경상수지다. 무역도 시장 원리를 따라 움직인다. 이때 일부 나라들은 무역 때문에 손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럴 때 '무역 장벽'을 세운다. 무역 장벽을 세우는 대표적인 방법은 관세를 이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 초년생이나 경제 입문자들에게 경제 기사를 읽으면서 시장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돈을 모으라고 한다. 사회 초년생들은 자신만의 틀이 잡혀있지 않지만, 제대로 된 틀을 갖출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일찍 시간을 투자해서 자신만의 틀을 만들어야 훗날 미소 지을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의 가격이 한없이 오른다면 아파트를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쌓을 수 없을뿐더러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기만 한다. 그러므로 정부는 부의 확장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는 측면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해 기회를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아파트 '청약'제도 역시 이런 정책 중 하나다. 사회 초년생일수록 밑천이 없을수록 적은 돈으로 장가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멋모르고 주식투자하여 큰돈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단, 주식을 시작하고 싶으면 공부하여 던져(주식시장)에서 보스(수익률이 높은 종목)을 사냥할 수 있도록 말이다. 비록 현실은 갓 게임을 시작해 단검 하나를 손에 든 채 용감히 던전을 누비는 쪼렙일지라도 말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꾸준히 경제 기사를 읽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정보의 홍수에 살고 있기에 나만의 기준을 더욱 확고히 세울 필요가 있다. 가짜 뉴스를 거르는 안목, 그리고 나의 상황과 어울리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작품을 한국 작가가 소설의 소재로 썼다는 사실, 그것도 조선시대 노론에 탄압받던 천주교인들과 엮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웠다. 그러나 읽을수록 흥미진진하고 빠져드는 소설이라 감탄했다. 소설 『최후의 만찬』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추리소설의 스펙트럼을 넘어선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에 더 기대를 가져봐도 좋을 듯한 역작이다.

 

사도세자의 에피소드부터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역사시대가 아닐까. 우리에게 익숙한 조선시대의 선조들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절묘하게 엮인 탄탄한 스토리가 몰입도를 높였다. 1791년, 정조 15년 전라도 진산군에서 신주를 불사르고 천주교식으로 제례를 지냈다는 이유로 윤지충과 권상연이 처형당하였다. 이들은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순교자였다. 조사 과정에서 윤지충의 집에서 발견된 그림 한 점은 사건을 진행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의 모사본이었다. 도화서 화원들은 이 그림을 없애자고 하지만 정조는 서학과 유교의 난세를 풀어갈 수수께끼 같은 비밀이 그림에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을 가지고 별제 김홍도를 불러 그림에 대해 검토를 맡긴다.

김홍도는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까닭 모를 두려움이 밀려왔고, 시간이 멎은 듯 눈앞이 캄캄하고 어두웠다. 얼어붙은 느낌은 무엇이 될지, 몸서리치는 것도 잠시 삶과 죽음으로 분할된 양자의 선택이 그림 속에 들어 있는 것을 알았다.

"도화서 별제가 말하길 13인의 만찬은 세상의 비밀을 품고 있다 하옵니다. 화성 행차를 앞둔 근자에 노론의 암투와 다를 바 없다 했사옵니다 " 임금은 왕가의 비기를 생각했다. 오래전부터 비밀리에 전해온 비기에는 세상 안에 감추어진 존재들이 득실거렸다.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정조의 심리뿐만 아니라 순교 소식을 듣고 신앙이 흔들리는 정약용의 심리도 묘사도 탁월하다. "순교란 조용하고 무거운 길이다. 길 끝에 천주의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허나 그 길이 천주의 길이란 말이가?" 답할 수 없는 물음을 던져 놓고 약용은 깊이 시름했다. 곡기를 끊고 기도에 묻혀도 글 속에 참된 천주의 신념은 허기로 다가왔고, 약현, 약전, 약종 형들을 향한 조정의 탄압, 자신을 겨냥한 노론의 사찰을 두려워했다는 부분, 이에 따라 정약용은 신념을 버리더라도 편입하여 살아남는 길을 택하였다. 우리가 어떠한 인간으로 남아야 하는지 고뇌하게 만든다.

 

순교한 여령의 딸 도향이 『왕가의 비기』에 기록된 '불을 다룰 수 있는 돌연변이'라는 설정, 다빈치의 작품에서 장영실의 흔적이 발견된다는 점 그리고 프리메이슨까지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더 깊이 있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최후의 만찬』은 200여 년 전 조선시대에 이념과 정치 종교 간의 대 논쟁의 시대상이 반영되었지만 양심과 신념의 갈등은 현재까지도 시사 사하는 바가 크다. "애끓지 마라. 절실하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간절한 것은 절망에 지나지 않음을..." 한 줌 재로 돌아간 기도문의 가치는 죽음에 있을 것인데, 죽음은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며, 부활은 영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약용은 생각했다. 역사의 실존 인물들의 서사로 이어지는 『최후의 만찬』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처음 접한 우리 선조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준 기발한 책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