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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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감성의 심리 스릴러 소설인 <테라피스트>는 마지막에 이르러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전율이 느껴진다. 장마가 끝나면서 더운 여름날 읽기에 적합한 심리학자 저자가가 미묘하게 조절하는 감정선에 빨려 드는 노르웨이의 산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가 떠날 때 밖은 어두웠다. 나는 그가 몸을 숙여 이마에 입을 맞출 때 잠에서 깼다. "

소설 <테라피스트>의 시작인 이 한 문장은, 소설 속 주인공 사라의 상태를 드러내는 함축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평범한 여느 날과 같았던 아침과 같았지만, 오전 근무 중에 남편이 남긴 음성 메시지가 마지막 목소리가 되어 버리며 사라의 삶은 한순간에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가 헬레네 플루드는 심리학자로 <테라피스트>에서 혼란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교하게 그려낸다. 평온하던 집은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경찰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 되어 버린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고 나아지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일인데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그녀, 홀로 사건을 추격해 나가는 심리학자 사라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남편을 잃고 아빠의 집에 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는 어떤 글을 쓰고 있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아빠의 스크랩북에서 '도덕주의와 집단을 위한 최선'에 대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아프리카 평원의 들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무리에 최선인 것이 최고의 정의다'라며 병들고 늙고 다친 개체들은 무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떠난다는 다소 과감한 글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던 사라의 어머니가 어느 날 약을 과다 복용하고 죽음에 이른 일도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라는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어둠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지만 결코 쉽게 질문할 수는 없다. 너무 많이 묻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모르는 것이 최선이니까. 질문이란 위험한 대답을 자신이 평생 알고서 살아야 할 뭔가를 감수하는 것인 질문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앉아있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버린 그녀의 삶은 이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테라피스트>는 저자가 소설 곳곳에 숨겨놓은 장치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하나 연결된다. 잔인하지 않으면서 치밀한 스토리 전개가 매력적인 책으로 끝장을 봐야만 그녀의 진가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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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혼자 살아갈 너에게 - 서툰 오늘과 결별하기 위한 엄마의 지혜
다쓰미 나기사 지음, 김윤정 옮김 / 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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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자식이란 어떤 의미일까? 열 달 동안 품고 있던 소중한 존재가 세상을 살아가며 혹여 다치고 상처라도 입을까 전전긍긍하는 사람. 자신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자식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 엄마다. <인생을 혼자 살아갈 너에게>는 밀리언 셀러인 <버리는 기술>의 저자인 다쓰미 나기사가 홀로서기를 시작한 자식이 인생을 살아갈 때 필요한 요소요소를 적어 나가다 죽음을 맞이한 유작이다.

"진정으로 혼자만의 고독과 한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진정으로 남에게 의지하고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뭐든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자기 선언을 했다면, 남에게 의존하거나 지배하지 않는 강인함을 지니면서도 서로 힘이 되어주는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게 될 겁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은 언제든 들이닥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인생을 혼자 살아갈 너에게>에서 어떤 어려움을 마주한다 해도 자립해서 사는 능력과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돌보는 능력이 있다면 인생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며 자립해서 살아가기 위해 정리 정돈, 인간관계, 금전 관리, 필요한 여러 지식과 기술에 대해서 설명한다.

만약 지금껏 혼자 살아본 적 없다면 따뜻한 식사부터 청소, 빨래, 정리 정돈 등 집에서 누리는 모든 생활에 대해 누군가의 수고를 알기 어렵다. 집에 돌아올 때 반겨주는 누군가가 있었고, 오롯이 집에서는 쉬기만 했다면 말이다. 그러나 청소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없이 생활을 한다면 집은 내가 쉬는 공간이 아니라 나를 잠식하는 공간이 되기 쉽다. 설거지만 해도 하루 이틀 쌓이면 개수대가 가득 그릇으로 채워질 테고, 쓰레기도 제때 버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쓰레기 더미가 쌓이게 된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을 가꾼다는 것은 이처럼 자잘하면서 아무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일들을 꾸준히 해나갈 때 유지되는 것이다. 하나만 손을 놓아도 금세 티가 나는 것이 집안일이듯 심신이 편안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나름의 시간과 수고가 필요하다. 그래도 규칙을 만들어 지켜 나가다 보면 어느덧 나만의 향이 나는 공간이 완성되어 가지 않을까. 심플 라이프의 붐을 일으킨 저자답게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면 고집부리지 말고 의지하며 요령껏 살아가기를 바라는 엄마의 사랑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조언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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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터 SHORTER - 하루 4시간만 일하는 시대가 온다
알렉스 수정 김 방 지음, 안기순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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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직원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꼰대, 그것도 찐 꼰대다. 일 잘하는 사람은 업무 강도를 높여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내에서 업무를 마무리하며 워라밸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SHORTER 쇼터>에서는 근무시간은 단축하지만 입금을 삭감하지 않으면서 생산성과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터득한 기업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에 돌입하고, 근무일수를 줄여 인건비를 줄이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일하는 장소나 시간에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아웃풋'을 낼 수 있는 기업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실 경력이 높아질수록 처리해야 할 과업이 많아지고, 숙련됨에 따라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회사일이 많아지는 만큼 개인 용무를 봐야 할 일 또한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젊을 때는 직장의 위치나 업무 강도에 개의치 않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회사는 집과 가까운 곳, 잦은 야근을 요구하는 회사는 꺼려지게 된다. 매일 10시간 이상씩 근무하는 환경은 번아웃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져 개인적으로 심신이 지치는 것은 물론 이직률을 높여 회사에서도 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저자 알렉스 수정 김 방은 이전 도서 <REST, 일만 하지 않습니다>에서 개인적 차원의 휴식을 강조했는데, <SHORTER, 쇼터>에서는 기업이 근무시간을 줄이는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주 4일 근무하면서 하루를 여가활동이나 개인 용무의 시간으로 보내면,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지기 때문에 업무에 매진할 동력을 갖게 된다.

하루의 근무 시간을 단축하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기업이 많지만, 사실 직원들은 일을 마감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일에 몰입하게 된다. 회식, 종무식, 송년회 날을 상기시켜 보면 그림이 쉽게 그려진다. '6시에 출발해야 하니 5시 50분까지 업무 마감하도록'이라는 공지를 받자마자 잡담도 하지 않고 쉴 새 없이 일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야근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회사라면,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하지 않고 시간을 낚기 위한 궁리에 몰두할 것이다. 기업의 리더라면 '생산성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근무 시간을 줄이면서 일의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로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근무 시간 단축이 기업 문화로 자리 잡히기까지 수반될 문제점은 없는지, 직원들과 소통을 통해 흐름에 맞게 차근차근 정착시켜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사업 진행 속도를 늦추려고 이 제도를 도입한 게 아닙니다. 제가 세운 목표는 정신을 좀 더 집중해서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삶의 방식을 바꾸려면, 먼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근무 시간을 주 35시간으로 줄이면서 인터뷰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주 4일 근무가 정착되는 날이 머지않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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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 -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디자인경제
장기민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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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문제나 사물을 인지하고 인식할 때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부분을 먼저 파악하려 한다.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부분들은 그 문제나 사물이 가지고 있는 핵심이며 특징이며 본질이 되며 그것의 결국에는 아이덴티티일 것이다.

홍대 앞은 왜 홍대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로 가득할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디자인화되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여 인식하게 해주는 도서다. 책 제목대로 홍대에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은 홍대에 재학 중이거나 홍대와 관계있는 사람보다 아닌 사람 수가 월등히 많다. 더구나 그중에는 홍대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많다. 홍대에 볼일은 없지만 홍대를 찾는 사람들의 이유는 홍대 주변이 가지고 있는 젊은 분위기의 놀 거리와 먹거리의 명소로 우리들 사회 속에서 인식됐기 때문이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의 창업자가 누구인가요?라고 질문을 하면 보통 100명 중에 99명은 스티브 잡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애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함께 공동 창업한 회사이다. 스티브 워즈니악은 스티브 잡스와는 다르게 직장의 조직원들을 잘 챙기며 사랑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애플 하면 스티브 잡스가 먼저 떠오르는 것일까? 애플의 기업 철학인 Think difference를 가지고 세상에 없던 아이폰을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인식된다는 것은 정의된다는 것이다. 정의되어 지질 않는 것들은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점점 사라져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은 인식의 수준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의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이미 자연스럽게 인식됐던 디자인들 속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영감들을 이 책에서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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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연애소설
이기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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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사랑'은 공급받고 있음에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언제나 필요한 존재다. 이기호 작가의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오늘도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모든 이들을 위한 누가 봐도 진짜 연애 소설이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여자친구가 아파서 마스크를 쓰자 자기도 아프겠다며 여자친구가 쓰던 마스크를 가져가는 10대의 순수한 사랑부터 대학생의 연애, 취준생, 직장인의 사내 연애, 이별한 남녀의 끝나지 않는 사랑, 중년부부의 사랑, 그리고 죽음을 앞둔 70대 노인의 사랑까지 30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사랑에 대해 풀어낸다. 주인공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들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상처 혹은 아픔이 있다. 저자는 소설에서 두 가지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아픔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 그리고 그 아픔을 바라보며 자꾸 마음이 쓰이고 신경 쓰인다면 그것이 사랑임을 말이다. 이처럼 사랑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이라는 잔잔한 페이소스를 이끌어낸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은 짤막한 단편으로 구성된 소소한 일상 모음집이라 아가와 다이주의 <막차의 신>,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의 한국 버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디 마음이 나이를 먹나요? 세상이 먹는 게 나이지..." 에피소드에서 주인공들이 무심코 내뱉는 한 마디 한마디가 애잔하면서도 공감되는 꾸밈없는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우리의 곁에 무심코 손이 가는 따뜻한 사랑이 있다면 팍팍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이 되지 않을까." 모두,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봐도 연애소설>에 등장하는 위독한 아버지를 둔 딸의 바람처럼 이 세상에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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