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감성의 심리 스릴러 소설인 <테라피스트>는 마지막에 이르러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전율이 느껴진다. 장마가 끝나면서 더운 여름날 읽기에 적합한 심리학자 저자가가 미묘하게 조절하는 감정선에 빨려 드는 노르웨이의 산장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그가 떠날 때 밖은 어두웠다. 나는 그가 몸을 숙여 이마에 입을 맞출 때 잠에서 깼다. "
소설 <테라피스트>의 시작인 이 한 문장은, 소설 속 주인공 사라의 상태를 드러내는 함축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평범한 여느 날과 같았던 아침과 같았지만, 오전 근무 중에 남편이 남긴 음성 메시지가 마지막 목소리가 되어 버리며 사라의 삶은 한순간에 혼란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작가 헬레네 플루드는 심리학자로 <테라피스트>에서 혼란 속에서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정교하게 그려낸다. 평온하던 집은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경찰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공간이 되어 버린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분석하고 나아지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일인데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그녀, 홀로 사건을 추격해 나가는 심리학자 사라에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남편을 잃고 아빠의 집에 가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아빠는 어떤 글을 쓰고 있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아빠의 스크랩북에서 '도덕주의와 집단을 위한 최선'에 대한 글이 눈에 들어온다. 아프리카 평원의 들개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무리에 최선인 것이 최고의 정의다'라며 병들고 늙고 다친 개체들은 무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떠난다는 다소 과감한 글이다. 알츠하이머를 앓던 사라의 어머니가 어느 날 약을 과다 복용하고 죽음에 이른 일도 어쩌면 우연이 아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라는 마지막에 다다르면서 어둠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지만 결코 쉽게 질문할 수는 없다. 너무 많이 묻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모르는 것이 최선이니까. 질문이란 위험한 대답을 자신이 평생 알고서 살아야 할 뭔가를 감수하는 것인 질문의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앉아있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고 누군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버린 그녀의 삶은 이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테라피스트>는 저자가 소설 곳곳에 숨겨놓은 장치들이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하나 연결된다. 잔인하지 않으면서 치밀한 스토리 전개가 매력적인 책으로 끝장을 봐야만 그녀의 진가를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