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에토 모리 지음, 이송희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9.3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 영화는 예상과 달리 염세주의적 가치관으로 풀어낸 세계관에 일차적으로 놀랐고 그 첫인상에 반하는 대단히 설득력이 있는 따뜻한 마무리가 이차적으로 놀라운 작품이었다. 당초 그 영화를 본 이유 중 하나가 모리 에토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 미야자키 아오이의 목소리 연기를 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 순서가 바뀐 것 같지만, 또 시간도 약간 흘렀지만 이렇게 원작 소설을 읽게 됐다. 가급적 사서 읽을 생각이었는데 절판 도서라 부득이하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내용은 벌써 두 번째 접하는 터라 책을 또 읽어야겠다는 생각까진 안 들었지만 만약 이 책을 구매해서 읽었더라면 선뜻 중고 서점에 팔기 망설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밑에 링크로 첨부할 영화 포스팅의 점수를 보면 알겠지만 원작 소설이 좀 더 좋았다. 영화에선 아무래도 주인공에게 퍽 충격을 줬을 엄마와의 관계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는데 소설은 엄마말고도 아빠, 형과의 관계도 다루고 있어 분량을 떠나 보다 균형감이 잡힌 느낌이었다. 지면에도 제약이 있다지만 영상 문학과 비교했을 때 생각하는 바를 거의 디테일하게 풀 수 있다는 점에선 아무래도 소설보다 빛을 발하는 장르는 또 없다고 한다. 영화를 본 게 약 2년 전이지만 두 매체의 차이가 분명히 느껴지는 걸 보고 새삼 소설의 장점이란 게 와 닿았다.


 전생에 큰 죄를 저질렀지만 '당첨'이 돼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나'. '나'는 천사 프라프라의 안내를 받아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을 기도한 소년 마코토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엔 '나'는 왜 마코토는 자살을 했을까 의아스러웠지만 프라프라의 안내에 의해 평온한 것처럼 보인 마코토의 가족의 추한 모습을 알게 된다. 이후 '나'는 생전에 마코토도 미처 표현하지 못했을 극도의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마코토의 몸 안에 홈스테이하는 동안 전생의 죄를 기억해내야 윤회의 사이클로 들어갈 수 있는 처지인 '나'지만 마코토가 자살할 수밖에 없는 우울한 사정에 질려 '나' 역시 의욕이 도통 생기지 않는데...

 다른 사람의 몸으로 살아가는 기묘한 입장의 '나'는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아무래도 입장에서 오는 무기력함의 탓이 클 것이다. 타인의 삶이라 그런가, 애당초 윤회의 사이클이란 것도 뭔지 모르겠는데 삶의 의지라니, 무기력한 걸 넘어 당혹스럽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이런 한 발짝 떨어진 입장은 의외로 마코토의 삶의 순간 순간에 과감히 지르는 저돌성으로 발현되곤 하는데 기존 마코토의 행동거지완 달라 주변에 크고 작은 변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물론 마코토에게도.


 작품의 제목은 한 가지 색깔로 정의될 수 없는 인생의 특징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말 자체는 인생의 진리라며 운운할 수도 없을 그냥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은근히 많지만. - 이번이라고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하진 않았다. 그보다 특기하고 싶은 것은 타인의 몸에 홈스테이하게 된 '나'라는 주인공인데 이거... 은근히 잘 만든 설정이구나 싶었다. 우리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선 겁을 내며 하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데 타인의 몸으로 살게 되면 어떨까? 아마 조금은 부담이 덜한 처지라 이것 저것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수습은 자기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 못할 게 없을 것 같다.

 소설의 설정이 처음엔 참 밑도 끝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작가는 아마 타인이 빙의돼 거침없이 살아가면 아이러니하게도 움츠렸을 때 놓친 걸 보게 된다는 점에 주목해 이런 소재를 쓴 것 같다. 이 기발한 설정의 심상찮은 주제는 어느 청소년 성장 소설을 찾아봐도 비슷한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명확하고 특이한 주제라서 이렇게 아른거리는 것 같다. ...나 지금 스포일러 피하면서 말하고 있는 거 맞겠지? 아무튼 끝났다고 여겼을 때 시작된 기묘한 삶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아이, 청소년은 물론이고 성인 독자에게도 남 얘기가 아닐 텐데 기회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성장 소설의 미덕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 할 수 있으니.



https://blog.naver.com/jimesking/220813907516 


 이건 영화에 대한 포스팅.

때로는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컬러풀한 저 세계.

그 극채색 소용돌이로 돌아가자.

거기서 모두와 더불어 온통 색깔 투성이가 되어 살아가자. 설령 그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 24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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