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향신료 9 - Extreme Novel
하세쿠라 이스나 지음, 박소영 옮김, 아야쿠라 쥬우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7.1






 이번 권은 8권과 9권으로 분권된 '대립하는 도시' 에피소드였다. 작가가 말하길 대략의 틀은 잡았으나 도대체 분량이 어디까지 길어질지 몰라 일단 분권을 했다고 한다. 작가의 특성상 300쪽만으로도 꽉 채우는 느낌을 줬는데 이번엔 그 두 배 가까이 되니 읽기에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이 작가를, 이 시리즈를 단순히 라이트light 노벨이라고만 보기엔 치밀한 구석이 있어 정말이지 만만히 볼 수가 없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처음 읽었을 때도 그랬는데 두 번째 읽을 때라고 별로 다르지 않더라. 호로의 고향 찾기라는 소기의 목적은 일단 코앞에 두고 굳이 먼 길을 돌아가는데 그 이유가 아주 생뚱맞진 않지만 그래도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이만큼 이야기를 늘리는 것도 재주다. 애초에 캐릭터 설정이며 세계관이 탄탄하게 설정돼서 다소의 억지스러운 전개는 용인할 수 있긴 하다. 여전히 앞으로 뻗어나갈 로렌스와 호로의 여정이 어찌 풀릴 것인지, 그리고 무엇보다 종착지에서의 풍경은 정말 궁금하니까. 그와 마찬가지로 목적지로 가는 과정도 궁금하긴 하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어떻게 보면 '상인들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삼는 시리즈의 색깔이 가장 진하게 밴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다. 피도 눈물도 없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남의 뒤통수 치는 것도 불사하는 상인들의 세계가 잘 묘사됐고 그 사이에 끼어 고생을 사서 하는 꼴이 된 로렌스의 고난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컨셉에 제대로 충실했기 때문일까? 심리전이나 상인들 이야기 자체엔 크게 매력을 느끼지 않은 독자라면 이번 에피소드는 어쩌면 읽기에 가장 고역인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호로와 줄을 타는 듯한 장면과 호로의 뜻을 헤아리려는 로렌스의 발버둥을 보여주는 등 완급 조절을 시도하지만 그 타이밍이며 횟수 등이 너무 계산적이고 노골적이라 어딘지 타성에 젖은 게 아닌가 싶었다. 애초에 이 에피소드의 시작 자체가 그리 자연스럽지 못했으니 예견된 일이기도 한데 에피소드 자체는 은근히 완성도는 갖췄지만 - 에이브의 공이 컸다. - 시리즈의 1권이나 2권, 심지어 무척 답답했던 3권이랑 비교해도 몰입도나 이야기의 당위성이 좀 바래진 것 같아서 참 아쉬웠다.

 대략 이 시리즈를 반 정도 읽었는데 슬슬 내가 읽지 못한 내용들이 나올 차례가 됐다. 정확히 몇 권까지 읽었는진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호기롭게 읽는 시리즈인 만큼 각 에피소드의 완성도가 제각각이어도 다음 권은 계속 기대된다. 10권은 언제 읽게 되려나?

어쨌든 나를 위해 화를 내 주는 타인은 귀한 재산이야. 소중히 하라고. - 8권 38p




남들의 호감을 사는 것은 일종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지. - 8권 42p




돈은 어디까지나 물건을 사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이외의 뭔가를 살 때 악이 되는 겁니다. 나무를 베기 위한 도끼로 사람을 베는 것처럼요. - 8권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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