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크로스 미래과학 - 질주하는 상상 + 새로운 시선 + 위험한 논쟁
김보영 외 지음, 허정은 그림 / 우리학교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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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SF 소설, 혹은 해당 소재를 갖고 뭔가 소설을 쓰려고 하면 의외로 관련 자료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어느 정도로 과학적 고증이 있어야 할 것인가, 일리가 있는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 입 밖에 꺼내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 일이다. 재밌는 일이기도 하지만 맨땅에 해딩하는 것만큼 무모한 짓도 없다.

 이 책은 SF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4명의 저자가 참여해 다양한 미래상과 과학 기술이 제시된다. 소설의 형식을 띄긴 했는데 간단하게 설정만 푼 창작 노트에 더 가깝다. 여담이지만 곽재식 작가의 경우엔 같은 주인공을 연달아 등장시키는 형식을 취해서 상당한 잔재미를 추구했는데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다.


 기본적으로 이 책에 나오는 설정들은 깊이보단 다양성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대에 비해 가볍단 느낌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기대에 비해서. 일부 눈에 들어온 소재의 경우엔 다른 책을 더 참고하는 수밖에 없겠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 도서관에서 청소년 도서로 분류돼 있었다. - 책이라 흥미를 돋우는 목적으로 쓰인 경향이 있는데 제법 성과가 쏠쏠할 듯하다. 적어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못지않으니.

 유전자 결합 아기, 건강 보험 칩, 인공지능 포비아, 인공지능 센서의 정밀함, 로봇 도우미, 빅 데이터, 가상 세계, 우주 통로... SF는 정말 무수한 소재로 가득한 장르구나 싶었다. 작가의 역량, 상상력에 따라서 다채로운 작품이 등장하는 건 두말하면 입 아프고. 과학 기술이 하나의 종교 같은 위상으로써 우리 미래에 부상한다면 기존 인간의 삶의 규칙을 정했던 윤리가 어느 정도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이때 마주할 새로운 문제에 어떻게 마주할 것인지 묻는 엔딩이 대부분이었다.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질문이이리라.


 어떻게 보면 참 설레는 장르가 아닌가 싶었다. SF에서 제시되는 미래란 대체로 어둡기 마련인데 그건 하나의 상상일 뿐, SF 작가나 과학도들은 어떠한 미래를 꿈꾸며 그려가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던 것이다. 미래로 가는 길엔 시항착오가 있을 테지만 그를 상상하고 글로 풀어내는 일은 그 자체로써 충분히 즐거운 일일 수 있다. 일반 독자로서가 아닌 소설가 지망생으로서도 의미 있는 독서가 아닐 수 없었다.

어차피, 지금 일본이랑 미국에서 규정이 안 나왔기 때문에 실제 규정은 아직 만들지 않을 거야. 일본 규정이 나와야 한국 공무원들 규정을 만드니까. 한국 규정이라는 게 다 그렇잖아. 일본 규정 따라 하고, 너무 이상해 보이면 미국 규정도 좀 집어 넣고. 좀 민감한 거면 유럽 것도 참고하고. -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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