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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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혼다 테쓰야의 <짐승의 성>의 후기를 쓸 때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짐승 같다'는 말은 어떤 경우엔 짐승에게 대단히 실례되는 말일 수 있다. 짐승은 악의를 갖고 살생을 범하지 않는다. 다 먹고 살기 위해서 뭔가를 죽이고 먹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 개구리가 나온 만큼 - 공교롭게도 <짐승의 성>과 이 작품은 출판사가 같다. - 개구리로 예를 들겠다. 뱀이 개구리를 먹는 이유는 개구리가 싫기 때문이 아니다. 개구리를 죽이고 싶기 때문에 먹는 게 아니다. 배고프고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한 개구리를 표적으로 삼아 잡아먹을 뿐이다. 여기에 선과 악은 없다.

 하지만 인간이 개구릴 죽이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일부 국가는 먹지만... 아무튼 대체로 아직 덜 자란 아이들이 개구리를 죽이는 이유는 다른 이유가 없다. 순전히 재밌기 때문에 개구리를 매달아 죽이고 으깨 죽이고 밟아 죽이고 해부하는 것이다.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엔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다.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저렇게 무참히 죽일 수 있나?


 이 작품은 개구리를 갖고 놀다 죽인 아이처럼 사람들을 죽이는 범인이 등장하는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그 유아적인 범죄 동기는 사람들을 삽시간에 공포의 난간으로 밀어넣고 경찰은 별다른 증거가 없어 용의자를 확정 짓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이윽고 설령 살인마가 잡힌다 하더라도 정신 이상을 방패 삼아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을 거란 비명 섞인 우려가 터지고 이야기는 잔혹한 결말을 내보인다. 신참 형사 고테가와에게는 더 없이 잔인한 통과 의례 과정이 아닐 수 없었다.

 <짐승의 성> 이후로 가장 수위가 센 소설이었는데 작중에서 계속 강조하듯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이 장난치는 구석이 다분한 범죄라 나 역시 읽으면서 참담한 기분이 이어졌다. 더욱이 연쇄살인이 이어질수록 시민들이 한순간에 폭도가 되는 전개가 나오자 식은 땀이 날 지경이었다. 너무 막장이 아닌가 싶은 한편으로 사실적이고 통찰력 있는 묘사라 줄곧 압도당했다.


 이 소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거듭하는 반전과 심신 상실자에게 범죄 책임을 묻지 않는 형법 39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한층 강한 강렬함을 선사한다. 처녀작답게 직설적이고 오그라드는 묘사가 적잖았지만 - 액션 묘사는 약간 과하고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 복선도 교묘하고 - 단 복선 회수에서부터 이어지는 추리는 너무 휘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 작가 스스로가 맡은 컨셉과 주제의식을 철저히 책임지고 있어 생각보다 만족하고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추리소설적 얼개와 더불어 주제의식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시사하는 바가 상당해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심신 상실자의 진정한 치유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건가 싶어 반감이 들었지만 그 단호한 태도 덕분에 형법 39조라는 조항 자체가 명분만 좋은 악법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비슷한 작품으로 야쿠마루 가쿠의 <어둠 아래>가 떠올랐는데 그 작품보다 더 복잡한 범죄의 동기를 보니 참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에게 있어 악하고도 가늠할 수 없는 본성이란 게 존재한다면 치유의 가능성이란 정말 속단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에 고개가 푹 숙여졌다.


 처음 접하는 작가였는데 내 입장에선 완전 재야의 고수를 만난 기분이다. 비슷한 설정과 주제를 들고 온 일본 추리소설은 많이 읽었기에 별 기대 안 했는데 이 풋풋한 처녀작은 추리소설 특유의 쾌감을 부족함 없이 안겨줬다. 특히 사회파 추리소설은 간만에 읽은 셈인데 과히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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