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8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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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머릿속 생각의 나무를 나타내는 아주 단순한 제목의 단편집. 단순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상상력을 자신하는 반증이므로 그 나름대로 존경할 만하다. 아니,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말 사소한 상상 하나로 짧게나마 이야기의 얼개를 갖춰 확장시키는 건 정말 재주라 할 수 있다.

 비록 설정 노트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비아냥이 들리긴 하지만 -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실제로 여기서 나온 설정들이 후에 장편으로 발전했다니... - 가벼운 마음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뛰어난 SF가 아니라는 것은 문외한인 나도 알 수 있지만 상상을 구체화하는 이야기꾼으로선 더할 나위 없었다.



 내겐 너무 좋은 세상


 물건들이 사람한테 말을 걸 수 있는 세상. 인공지능이 발달해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핸드폰이, 바라보는 시계가, 물을 마시려고 손에 든 컵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A.I의 남용이 작가 특유의 유머로 승화돼 감칠맛이 났다.



 바캉스


 가끔 과거에 대한 과한 로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 로망을 아주 산산이 부수는 작품.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일상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중세 프랑스에 대한 로망 때문에 시간 여행을 갔던 주인공이 호되게 당한다는 내용이다. <여름으로 가는 문>에서도 비슷한 사유가 나오는데 현대 문명의 이기를 알게 된 사람은 절대 과거에 적응할 수 없다... 맞는 말이다.



 조종


 읽으면서 머리와 꼬리가 다투는 한 마리 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기 왼손과 다툼을 벌이는 형사의 이야긴데 뱀이 아닌 사람의 경우로 치환하니 정말 무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뱀은 말을 안 듣는 꼬리 때문에 자멸할 뿐이지만 사람은... 철저한 계획으로 상대를 파멸시키려 들다니;; 설득이 안 된다고 꺼내드는 비장의 카드가 참으로 기똥찼던 결말이었다.



 암흑


 디스토피아를 맞아 온 세상이 암흑 속에 갇힌 와중에 홀로 살아남은 노인의 이야기. 하지만... 씁쓸한 반전인 한편으로 왠지 더 발전하면 더 재밌는 뭔가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3주 전에 읽은 책이라 모든 수록작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데 어떻게 보면 이 소설집의 단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각각의 이야기가 짤막한 단편집이란 형식 자체의 단점이라고 두둔하기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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