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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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난 사형 제도를 찬성한다. 죽음이 사건 해결의 전부가 될 수는 없고 사형 집행자에게 큰 심적 고통이 뒤따른다 할지라도, 설령 잠정적 범죄를 잠재우는 효과가 그리 뛰어나지 않다 하더라도 나는 사형 제도를 찬성한다. 단 한 명이라도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건 사형의 모순이 아닌 경찰 수사상의 실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선 기막힌 행운아가 등장한다. 부모를 죽인 죄목으로 곧 사형당할 처지의 멜빈에게 '자수한 사람이 있어 집행을 잠정 보류'한다는 통보가 내려온다.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이 감옥에 들어가기 전은 물론이고 들어오고 나서의 20년 동안에도 한 번도 듣지 못한 이름의 남자가 자신을 구하고 만 것에 멜빈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인 데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를 보지 못했다. 에이머스 데커는 처음 접했는데, 참 불우한 남자가 아닐 수 없다. 가족을 끔찍한 범죄에 의해 전부 잃었는데 하필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잊지 못하는' 증상을 앓는 터라 가족이 살해당한 모습을 계속 끌어안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악몽 속을 걷고 있는 이 남자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기막힌 행운아인 멜빈의 이야길 듣고 석연치 않은 무언가를 감지한 데커는 멜빈의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보통은 다른 작품의 엔딩이어도 무방할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니 특이했던 작품이다. 처음엔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이려나 싶었는데 막상 읽으니 꼭 그렇진 않았다. 멜빈과 멜빈의 부모에게 닥친 어마어마한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로 사형수 이야긴 곁다리에 불과했다. 이 부분은 좀 아쉬웠다. 사형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논란을 건드리는 사회파적 시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 말한 '단 한 명이라도 무고한 사람이 사형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그건 사형의 모순이 아닌 경찰 수사상의 실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라는 말에 대한 번복은 다음으로 미뤄둬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끝날 듯 끝나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이야기에 몰입도가 점점 떨어졌고 전작을 읽지 않은 탓인지 몰라도 주인공인 데커가 그리 인상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전체적으로 활약은 컸는데 행동의 당위성이랄지 목적의식이랄지 아무튼 약간 뜬구름 잡는 경향이 있었다.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종 차별 키워드도 아주 심도 있게 다뤄졌던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나쁘지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이야기의 설정과 전개를 위해서 동원된 필연적인 소재란 느낌이 들었다. 딱 서양식 스릴러가 추구하는 수준의 깊이만 갖췄을 뿐이었다. 나라가 다르면 작품이 얼마나 달라질까 싶지만, 바꿔 생각해 일본 작가, 그것도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가 썼다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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