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6








 최근에 '3대 SF 거장' 중 한 명인 하인라인의 <여름으로 가는 문>을 읽었는데 이번엔 3명의 거장 중 다른 한 명인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을 읽었다. 윌 스미스 주연의 SF 영화로 유명한 <아이, 로봇>의 원작 소설인데 내용은 전혀 다르다. 영화는 소설의 중요 소재인 '로봇의 3원칙'을 바탕으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를 만들었을 뿐, 로봇에 대한 다양한 사유로 점철된 소설엔 미치지 못한다. 물론 사람마다 감상은 다르겠지만, 무려 50년의 세월이란 차이가 있는 소설과 영화 중 나는 소설 쪽이 훨씬 혁신적이고 신선해마지않았다.

 아이작 아시모프가 정립한 '로봇의 3원칙'은 너무나 유명해 후대의 SF 작가가 로봇을 등장시키는 모든 창작물에서 대놓고 사용할 정도라고 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렇게 많은 로봇 소설을 읽은 건 아니지만 만화 <플루토>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확실히 영향력 있고 유명한 3원칙이라 보자마자 반가울 정도였다. <아이, 로봇>은 3원칙 아래에 놓인 인공지능 로봇들이 등장하는 연작소설로 수잔 캘빈 박사와 로봇 조사관인 파웰과 도노반의 로봇 관찰기를 그리고 있다. 내용의 주된 패턴은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로봇이 등장하고 그 로봇들의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특이한 행동은 위의 3원칙 중 두 개 이상이 서로 충돌해 보이는 오류에서 기인한 만큼 소설만의 독특한 재미를 보장해 참 기발하게 읽혔다.

 SF 소설의 하위 장르에 속할 로봇 소설을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한 셈인데 아마 이 작품이 정수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의 모든 놀라운 점은 전부 60년 전 작품이란 것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 특유의 유머나 감성은 물론이거니와 추리나 반전의 형식을 띤 서사도 아주 반색하게 만들었다. 듣자 하니 아이작 아시모프는 SF 소설말고도 <흑거미 클럽>이라는 추리소설도 집필했다는데 이 작품만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 스스로가 만든 '로봇 3원칙'이란 규칙 안에서 황당하면서도 의외의 반전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당초 노렸을 인공지능에 대한 고찰도 부족함 없이 그려내는 등 균형감이 상당했다.


 하인라인의 작품도 참 좋았지만 난 아시모프의 작품을 읽고 비로소 SF에 빠져든 것 같다. 몇 번이나 하는 얘긴지 모르겠는데 이제야 SF의 매력에 반했다. 아니면 아시모프의 매력에 반했는지도 모르지. 특유의 미래를 상상하는 세계관과 기존 윤리에 대한 끈임없는 질문이 하나부터 열까지 내 뇌를 자극시키는 느낌이 든다. SF를 찾는 이유로 이보다 더한 것이 필요하지 않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