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이희재 만화 삼국지 10 - 오장원에 지는 별, 완결
나관중 원작, 이문열 엮어옮김, 이희재 만화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10







 고전을 그렇게 가까이하지 않는 나지만 몇 번을 읽어도 열광하는 작품이 하나 있다. 삼국지, 정작 나관중이 쓴 <삼국지>도 읽어본 적이 없고 하물며 정사로도 살펴보지 않았으면서 여러 2차 창작물을 통해 수없이 접한 작품이다. 아마 내 또래 20대들에겐 만화책이나 게임 등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이문열이 펴낸 <삼국지>를 만화가 이희재 씨가 그린 <만화 삼국지>를 읽었다. 도대체 몇 번째 읽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삼국지 만화를 접한 적이 없어서 얼만큼 묘사가 잘 됐는지 비교할 순 없으나 모르긴 몰라도 초심자가 삼국지를 이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몇 번이나 읽으니 질릴 법도 한데 여전히 재밌었다. 관우가 의리는 두터우나 오만한 인물이란 것도, 조조는 볼수록 복잡한 인물이고 - '너의 가족을 극진히 보살피겠다'... 그 어떤 말보다 기억에 남는다. 상대를 죽이면서 입에 담는 말치곤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일말의 주저함이 엿보인다. - 유비는 생각보다 무능하지 않다는 게 이번에 느낀 점이다. 특히 자기를 낮추며 기회를 노리고 제갈량에게 유선이 재주가 없으면 대신 황제가 되란 말에서 유비란 인물의 그릇을 가늠할 수 있었다.

 옛날과 달리 각 권마다 만화 본편이 끝난 뒤에 서술되는 해설이 있는데 이번엔 정독을 했다. 예전엔 글뿐이라서 넘겼는데 지금 읽으니 알짜배기도 이런 알짜배기가 없다. '삼국지'가 워낙에 내용이 방대해 여러 해석과 주장, 자세한 배경 설명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간 궁금했거나 짐작했던 것들을 다뤄주고 있어 한층 더 '삼국지'를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위, 촉, 오의 대서사시는 이렇게 다시 읽히고 막이 내렸다. 패권을 장악한 조조, 적벽대전을 거쳐 삼분되는 천하, 제갈량의 출사표, 유비 삼형제와 제갈량의 꿈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결말이 지금 와서 보니 참 쌈박하게 받아들여졌다. '삼국지'가 전달하는 것이야 뭐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이것이야말로 역사이며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사의 비참함이자 아이러니한 재미가 아닌가 하고 담담하게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이게 다 뭔 소리냐면, 결국 나는 또 '삼국지'를 읽을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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