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7.5







 책, 하물며 글쓰기에 미친 사람을 결코 일반적이라고 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도 어디 가서 문예 창작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특히 내 또래들이 그런 것 같다. 소설이나 시를 쓰는 걸 배운다고 하면 그런 과도 있냐며 되묻는다. 하긴 나도 진로 상담 이전까지 몰랐으니 피차일반이라 할 수 있겠다.

 문예창작과와 국어국문학과는 명백히 다른 과다. 문과/어문학 계열이 아닌 엄연한 예체능 계열 전공으로 말 그대로 창작을 배운다. 비평도 배우긴 하나 국어국문학과와는 접근하는 이유가 다르다. 아무튼 고1부터 책을 미친 듯이 읽은 나조차도 문예 창작과의 존재조차 몰랐으니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하면 입 아플 것이다. 나야 글쓰기가 전공이자 꿈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난 학기 때 소설 창작을 가르쳐 주신 강영숙 교수님의 소설을 읽게 됐다. 교수님 소설이라 읽은 게 아니라 읽고 싶어서 산 책이 알고 보니 교수님 책이라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한 학기 동안 교수님으로부터 소설 창작의 신세계를 경험한 터라 책이 더욱 기대됐는데 막상 읽으니 수업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한껏 자전적으로 읽혔다. 솔직히 소설치곤 허구다운 얼개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교수님 후기처럼 좀 더 나중에 써야 할 작품이긴 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 작품은 정말이지 한정적인 독자에게나 남다르게 읽힐 소설이었다. 바로 나처럼 전공자들, 아니면 글쓰기에 대해 열망을 갖고 있거나 꿈을 꾸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작품을 완독하기란 힘들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독자 가리는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가 소설을 쓰는 건 전적으로 작가의 마음이고 당연히 그에 따라 취향도 갈리고 독자도 갈리겠지만 지나치게 마니악하면 읽는 입장에선 그저 난감할 뿐이다. 이 작품이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았지만 분명한 건 파트마다 다음 파트를 읽고 싶게끔 만드는 몰입도가 많이 부족했다. 나름 흥미로운 전개가 간간이 나오는데 그게 글쓰기와 전혀 상관이 없는, 한 번도 글쓰기에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에겐 어찌 돼도 상관없을 지점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은 이 책을 읽지 않을 확률이 높긴 하나...

 나는 어땠냐고?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교수님 소설이 아니었으면 중간에 읽기를 그만뒀을 것이다. 책 띠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글쓰기의 첫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은 이들, 글쓰기를 통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소설!'

 이 문구를 작품을 다 읽고 봤는데 그래서 큰 감흥이 없었구나 싶었다. 사람마다 글쓰기에 대해 정의가 다를 텐데, 예를 들어 나는 소설을 작가의 주장을 이야기로 하여금 재밌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생각을 바탕으로 글쓰기에 열을 올리는 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아직까지 타성에 젖진 않았다. 덧붙이자면 타성에 젖을 정도로 오래 글을 쓴 것도 아니다. 그런 나에게 소설의 문구처럼 <라이팅 클럽>을 읽어서 마음을 다잡을 필요까진 없었던 것이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읽었지만 잔잔하게 와 닿은 것 외엔 그렇게 재밌게 읽히진 못했다. 돌이켜 보니 메타소설은 늘 그랬다.


 올해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공모전에 내 소설을 응모하는 것인데 슬슬 남의 소설만 까지 말고 내 소설과 마주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글쓰기란 게 참 앉은 시간에 비례하는 작업이 아니라서 참 애가 탄다. 그런 와중에 소설 속에서 생활과 글쓰기가 병행이 안 된다는 말엔 정말 폭풍처럼 공감되고...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병행해서 성과를 거두고 말리라.

생활과 글쓰기는 절대로 병행할 수 없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늘 한쪽이 부서지고 깨졌다. -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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