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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겨울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평점 :
7.3
한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자전적인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혼혈로서 겪어야 했던 필연적인 정체성 혼란을 속초에서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로 발현해냈다. 쉽게 설명하면 이런 내용인데... 대부분의 프랑스 소설이 그렇듯 이 작품도 난해한 구석이 적잖았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한국인으로서 느낄 수밖에 없는 어색함도 있어 조금 아쉬웠다.
실제 저자는 프랑스에서 살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은 속초에서 사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런 설정은 나름 인상적이긴 한데 정서적으로 와 닿거나 혹은 실질적으로 전달된 바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건 그냥 혼혈인 주인공이 얀 케랑이라는 만화가와 교감을 나누는 이야기다. 부분적으로는 혼혈만이 가질 수 있는 시각이 드러나 흥미롭긴 했지만 그게 작품 속에서 겉도는 느낌이 있었다. 사랑 이야기 자체도 지지부진한 편에 속하는데 괜히 애매하게 정체성 이야기와 결부시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것 같다.
글쎄, 작가가 작품 속에 자전적인 요소를 얼마든지 넣어도 상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건 작품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요소였는가의 여부인 것 같다. 냉정하게 말하면 작가의 사정 같은 건 독자 입장에선 아무래도 좋은 것이고 요는 작품의 완성도와 설득력이다. 작중의 한국에 관한 묘사가 한국적이지 않고 다분히 외국인의 시선인 것만 같았던 건 기분 탓이라 치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무대가 꼭 한국이어야 할 당위성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럼 한국이면 안 될 당위성이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작가에게 익숙한 요소일수록 작품이 자연스러워진다고 대답하겠다. 작가조차도 낯설어 하는 무대를 얘기해봐야 어설프게 보일 뿐이다. 이 작품에 국한된 얘기는 아닌데 아무튼 시도에 비해 성과는 미미해 읽는 내내 어딘가 답답했다.
속초는 최근에 여행을 간 적이 있어 - 하필 그때 여행 시기가 겨울이었다. - 제목에 눈에 띈 책이었다. 무슨 얘기일까 싶어 읽었는데 예상 외의 정경이 펼쳐져 의외였다. 확실히 겨울의 속초는 황량한 데가 있었다. 나쁘지 않은 장소 선정인데 작중에서의 묘사는 크게 두드러지지 못했다. 프랑스의 노르망디와 동일선상에 놓고 뭔가 의미를 찾아내긴 했는데 이거야말로 지극히 외국인스러워서 거리감이 있었다. 번역의 문젠가? 어째 하나같이 시큰둥하기 그지없었다.
친구 중에 속초가 고향인 녀석이 있는데 괜히 또 들러보고 - 겨울에 간 것도 친구 때문이었다. - 싶었다. 여름은 또 어떤 풍경일지. 뜬금 없지만... 이런 말이 아니고서야 이 할 말 없는 책에 대한 감상을 끝맺을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라도 추천하기 애매한 작품은 곤혹스럽다.
결국, 글쓰기는 내가 현실에서 찾아내지 못한 거처를 창조해내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경계 너머에서 모든 공간이 동일할 수 있고 모든 상상이 가능한 그런 거처 말이다. - 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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