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팩스 부인과 여덟 개의 여권 스토리콜렉터 55
도로시 길먼 지음, 송섬별 옮김 / 북로드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7.2







 스파이와 코미디는 궁합이 좋아서 심심치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당장 영화 <쟈니 잉글리시>와 <스파이>가 떠오른다. 이처럼 영화로는 어느 정도 익숙한 장르인데 소설로는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미국의 추리소설가 도로시 길먼의 '폴리팩스' 시리즈는 해당 장르의 기수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번에 처음 읽어봤지만, 일련의 전개 방식이 하나도 낯설지 않았다. 그게 좋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난 내용에 비해 소설적 문장력이 뒤떨어지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소설을 두고 가령, '영상화가 기대되는 소설'이라든가 '활자로만 감상하기 아까운 소설'이라고 치켜세운다. 소설은 결국엔 완연한 서사의 문학이기에 문장보다 내용에 좀 더 점수를 매기다 보니 그렇게 말하게 됐다. 아주 칭찬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것이다. ... 이런 말을 쏟는 이유는 사실 별로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시리즈의 전작을 읽진 않았지만 감상하기에 애로사항은 없었다. 전작과 후속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내용이 아니라 가볍고 유쾌한 활극 중심이라 적당히 즐기다 책장을 덮으면 그만이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난 그런 적당함을 좋아하지 않지만 좋아할 사람은 무지 좋아하리라. 적어도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구석은 없는 내용이라 가볍게 읽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정확히 무슨 경위였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CIA 비밀 요원으로서 전적을 올린 바 있는 폴리팩스 부인이 나이에 걸맞지 않은 첩보 활동을 펼친다는 얘기다. 허황됨이 짙지만 본래 이런 이야기는 허황된 맛으로 이끌어가는 법이다. 과거에 사회주의 국가였던 불가리아 한복판에서 폴리팩스 부인이 오지랖 부리느라 필요 이상으로 임무나 여정이 고단해지는 내용은 뻔하지만 한편으론 로망을 자극시키기도 했다.


 사실 취향에 너무 안 맞아 할 말이 많지 않지만 그럼에도 시리즈의 의의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만했다. 작가가 자신의 갈증을 소설로나마 풀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건 여간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리포터'를 쓴 조엔 K 롤링도 그랬지만 현실을 돌파할 매개체로써 소설은 제법 효과적인 도구가 아닌가 싶었다. 백지를 활자로 채우는 일은 누군가한테 그저 고통에 불과할 수 있지만 때론 누군가에겐 희망이자 희열이 될 수 있다니... 믿기지 않지만 나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행복을 거머쥔 이 책의 저자가 실로 우러러보였다.

 전작과 후속작을 읽겠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유쾌한 에너지를 뽐내는 작품임엔 부정할 수 없다. 숨 한 번 고르기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작가가 자신의 벅찬 현실을 위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던 것처럼 우리도 비슷한 목적으로 접근하면 꽤나 만족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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