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단편 베스트 12 - 코난 도일이 직접 뽑은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정태원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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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현존하는 모든 추리소설의 탐정 캐릭터의 대명사인 셜록 홈즈는 유럽 문학에서 가장 성공한 캐릭터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그 인지도가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을 웃돌 정도니 정말 말 다했다. 뤼팽의 저자인 모리스 르블랑도 괜히 작품 속에 홈즈를 등장시켰다 아직까지 욕을 먹는데 그만큼 셜록 홈즈가 상징하는 바는 남다르다. 홈즈를 현대에 맞게 각색한 드라마 <셜록>도 대히트해서 과연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 뭐, 있을 순 있겠지만 정말 찾기 힘들 것 같다.

 나도 명색이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한 사람으로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몇 편 접해봤다. 이 책은 두 번째로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혁신적이다. 혹자는 그 시대의 라이트 노벨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안 맞는 비유인 것 같다. 홈즈가 이룩한 업적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성질은 더러워도 비상한 관찰력과 두뇌 회전을 자랑하는 탐정, 철저한 논리적 추론과 수사로 범인을 지목하는 활약, 때론 천하의 악당과 동귀어진할 만큼의 정의감... 모범이라 칭해도 좋을 탐정의 모든 조건을 최초로 선보인 캐릭터가 바로 셜록 홈즈가 아닐까. 까놓고 말하면 '셜록 홈즈' 시리즈가 가장 재밌는 추리소설이 아닐 순 있어도 시리즈의 주인공 셜록 홈즈가 가장 매력적인 탐정 주인공으로 손꼽히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대부분의 탐정이 어떤 방면으로든 홈즈의 영향을 받았을 정도니 말이다.

 내 개인적으론 홈즈보다 더 복잡미묘한 매력과 행적을 보인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홈즈 쪽을 두둔하고 싶다. 의뢰인이 등장하고 의뢰인의 인상착의를 보고서 추리를 맛보기로 보여주고 이윽고 사건을 해결하는 패턴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지만 컨셉 하난 제대로 잡은 덕에 그리 쉽게 질리지 않는다. 더욱이 이 책은 무려 작가가 직접 선정한 BEST 12 선집이니 유독 돋보였던 것 같다.


 '얼룩 끈'과 '빨강머리 연맹'은 통상적인 살인사건 - > 범인 잡기 형식의 추리소설과는 전혀 다름에도 인상적이었고 그 유명한 홈즈의 죽음과 귀환은 또 읽어도 여운이 짙었다. 창작자도 죽일 수 없을 정도로 - 정확히 말하면 부활시키길 강요당한;; - 인기가 어마어마했다는 후일담 없이도 충분히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자신이 탄생시킨 캐릭터가 100년이 지나도 인기가 식지 않는 걸 저승에서 보노라면 도대체 무슨 심정일까? 처음엔 증오하다시피 해서 죽이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또 다를 것 같다.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하기 힘든 명탐정의 위엄은 건재했다. 글쎄, 트집을 잡으려면 플롯이든 뭐든 건드릴 수 있겠지만 말 그대로 트집에 불과할 것들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추리소설의 모범을 - 정정하자면 당시엔 '탐정소설'로 불렸는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의 소설이다. - 간직한 시리즈니 오늘날에도 읽힐 만하구나 싶었다.

자네는 보기만 할 뿐 관찰을 하지 않아. 보는 것과 관찰하는 것은 완전히 달라. - 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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