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타 사계절 1318 문고 103
최영희 외 지음 / 사계절 / 201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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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최근 SF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작년에 학교에서 바자로 싸게 구입한 <안녕, 베타>가 떠올랐다. SF 청소년 소설 엔솔로지라는 말에 혹해 샀는데 드디어 읽게 됐다. SF와 청소년 소설이라니, 그 조합이 도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아하니 우리나라는 SF 청소년 소설의 불모지나 다름없던데 그런 와중에 이런 엔솔로지가 등장한 건 기적이 아닐까 싶다. 여러 작가들의 짧은 소설이 모여 각종 SF 설정을 집약하고 있는데 설정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분량은 개인적으로 좀 아쉬웠다. 한낙원과학소설상을 수상한 표제작 '안녕, 베타' 정도가 괜찮았고 나머진 너무 청소년/성장 소설의 틀에 갇혀 다른 소재라도 비슷한 감정선을 보였는데 그럼에도 SF 특유의 진지한 고찰은 간직해 장르의 앞날은 기대하게 만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SF가 추리소설만큼이나 범용성이 크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안녕, 베타'


 나와 똑같은 외양의 대체 인간이 더 나은 삶의 필수품으로 대두된 미래를 그린 작품이다. SF가 미래를 얘기하면서도 현재를 얘기하는 소설이라 한다면 그에 아주 걸맞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인간의 정체성이 함부로 규정될 수 없고 외양이 같은 것만으로 두 개의 동일한 정체성이 있을 수 없음을 아주 잘 역설해줬다. 나아가 인공지능에 대한 화두도 던지는, 만들어진 인격이라고 하대할 자격이 주어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도 무척 좋았다. 결말이 통쾌한 건 두말하면 입 아프고.



 '엄마는 차갑다'


 로봇도 가족의 구성원이 될 수 있을까? 엄마에 대한 결핍을 로봇 엄마로 대체하는 이야기는 이래저래 짠하게 들린다. 아, 오해하지 마시길. 한낱 고철을 엄마로 여기는 주인공이 짠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런 주인공을 두고 짠하게 바라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짠하다는 것이다. 날 때부터 지닐 수밖에 없는 기계의 숙명이 가장 원초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바로 전에 감상한 단편 '레트와 진'도 비슷한 인상을 남겼다. 정말 인공지능이 인간에 가까워지는 날이 온다면 그들의 '삶'이 정말 '삶'으로 받아들여질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진짜'


 표제작 '안녕, 베타'와 같은 듯 아주 다른 이야기다. 그 유명한 아톰도 이 작품의 주인공과 같은 처진데 쉽게 정의 내리기 민감한 내용이다. 죽은 사람을 대신한 인공지능 로봇이 과연 죽은 사람과 같은 존재일 수 있는지... 결국 상호가, 그러니까 이 작품으로 말할 것 같으면 부모와 로봇 자식이 서로의 관계에 동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문제다. 개인적으로 정확히 같은 인격이란 존재하지 않아서 제아무리 비슷하게 만들어도 로봇이 이전에 죽은 인간과 같은 인간이라 할 수는 없다. 이는 '안녕, 베타'에서 논의되기도 한 문제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사자들이 무시하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그건 그것대로 문제삼을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존중 받을 만한 선택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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