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플라이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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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순전히 전작을 읽었기 때문에 집어든, 별 생각 않고 읽은 책이다. 아직 두 권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일찍이 가독성과 독창성으로 승부를 보는 작가란 걸 간파해서 큰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요번 작품을 읽는 내내 마치 일본의 넬레 노이하우스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 읽고난 후에는 오히려 넬레 노이하우스가 독일의 가와이 간지였다며 생각이 바뀌었다. 가와이 간지가 작품 속에 녹여내는 장치가 훨씬 다양하니 좀 본받았으면 좋겠다.

 추리소설이란 게 참... 섣불리 규정 짓기 힘든 장르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읽기 버거울 만큼 하잘 것 없거나 너무 유희에 치중한 나머지 가볍거나 아니면 추리소설이라고만 부르기엔 뛰어난 문학성을 겸비한 작품도 있다. 최초의 추리소설은 애드거 앨런 포의 <모르그가 의 살인사건>이지만 '추리'라는 게 인간이 날 적부터 지니고 있던 사고인 만큼 최초의 추리극은 오이디푸스 신화라는 얘기도 있다. 그 말인 즉슨 추리소설의 전개 양식은 비단 추리소설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실 모든 소설이 갖출 수 있는 양식이 아닐까?

 

 왜 이런 이야길 하느냐면, 추리소설을 읽을 때마다 작품 속의 모든 요소가 다 좋은 경우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어떤 소설은 탐정만 마음에 들고, 아니면 트릭이 기상천외해서 인상적인 데에 비해 문장이 엉망이거나 반대로 문장은 수려한데 추리소설치고 너무 밋밋한 내용인 경우도 있고 작가가 너무 장광설을 펼치느라 점수가 깎이는 불상사도 있다. 뭐, 비단 추리소설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겠지만 작가가 온갖 것을 다 동원해 작품을 꾸며놓을수록 온전히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바로 이 작품이 그렇다. 반은 좋은 의미로, 반은 안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다.

 이 작품의 전작인 <데드맨>도 설정과 트릭이 괜찮았던 것에 비해 범인의 동기나 인물간 드라마는 깊이가 얕아서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반대로 이 작품 <드래곤플라이>는 설정이나 트릭은 그저 그랬지만 일부 인물들의 감정선은 뇌리에서 떠날 기색이 없다. 댐 건설을 둘러싼 암투나 잠자리와 관련된 - 댐 건설과 마을과의 알력이란 키워드 때문에 넬레 노이하우스가 연상됐나 보다. - 이야기가 인물의 내면을 이토록 잘 묘사할 줄은 솔직히 말해 기대도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장애인이 나오는 소설을 좋아하는데 - 대표적으로는 오츠이치의 <어둠 속의 기다림>과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이다. - 이 작품에서도 아주 인상적인 행보를 보이는 시각장애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처음에 얼핏 잡다해 보이는 소재들이 자꾸 등장해 정신 없었다. 하지만 진상이 드러날수록 그 밑에 감춰진 인물의 감정이 절절하게 다가와 코끝이 찡해질 정도였다. 동기가 이해불가하긴 했는데 범인 입장에서, 정말이지 눈물을 머금고 감행해야 했던 내적 갈등을 표현해서 꽤나 인상적이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특이한 동기를 잘 쓰는데 그것과도 다른 느낌이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여러 인물이 얽히고 설켜 발현되고만 비극이 제법 추리소설틱했는데 씁쓸한 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기대 안 해서 그랬는지 상당히 괜찮게 읽었다. 추리소설적인 측면보다 막간의 심리 묘사로 감동을 받았다. '진실'과 '사실'이 어떻게 다른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듯한 내용이라 계속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거, '가부라기' 시리즈의 3탄도 궁금해졌다.

이 세상에 진실 같은 건 없습니다. - 290p



당신들은 마음에 드는 진실을 찾아 수사하시면 됩니다. 세상 사람들을 납득시키면 그게 진실이 될 겁니다. 설사 그게 진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라고 해도 말이죠. - 2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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