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에디션 D(desire) 9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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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리플리' 시리즈와 히치콕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의 원작을 쓴 것으로 유명한 작가라지만 나는 영화 <캐롤>의 원작 소설가로 알고 있다. 그 영화를 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원작보다 못하다'고 하기에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영화가 이 정돈데 원작이 더 좋단 말이야?

 하지만 영화를 먼저 봤기 때문인지 원작보다 못하다는 의견엔 동의를 못하겠다. 아울러 많은 독자들이 번역이 별로라는 의견이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걸 보면 내가 느낀 것도 마냥 착각은 아닌가 보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지극히 평범한 연애소설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게 이 작품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어떤 작품을 접할 때 단순히 내용의 완성도만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꼭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 작품같은 경우에는 동성애를 치우치게 묘사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다. 작가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인 걸까? 그 점은 크게 상관없을 것이다. 동성애자 중에도 본인의 성향을 비관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이는 순전히 작가의 통찰력으로 추켜세우는 게 마땅하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만으로도 이 작품의 진가를 짐작할 수 있다. 동성이라서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사랑에 빠진 거다. 그게 동성이었을 뿐.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주인공의 남자친구는 동서애는 다 그렇게 된 배경이 있다고 넘겨버린다.

 

 50년대의 미국은 지금처럼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지 못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지만... 어쨌든 동성애를 병적으로, 혹은 사회 문제와 결부시키려드는 건 정말이지 전근대적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대선 후보 토론 때 심상정 후보가 말했듯 동성애는 정체성일 뿐이기에 찬성하고 반대할 수 있는 문제를 떠나므로 차별해선 안 된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취업하는 데 애로사항이 생기고 직장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하고 하물며 도덕성까지 의심당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도 불합리한 처사다.

 대놓고 사회 계몽적인 소설은 아니지만, 작품 속 여성들의 사랑 이야기에는 분명 우리가 잊어선 안 되는 가치관이 은은하게 녹아들었다. 비록 평범하고 때론 지루하게 읽히지만 이 소설은 동성애 소설이 아니라 연애소설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자극적이지 않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싶었다.

 

 

http://blog.naver.com/jimesking/220660076529

 

 

 이건 영화 <캐롤> 포스팅. 영화는 비주얼적인 부분과 더불어 배우들의 몰입도 100% 연기 덕에 소설보다 훨씬 몰입이 됐다. 만약 둘 다 읽는다면 소설 -> 영화 순이 낫겠다.

아니, 남자 좋아하는 남자 얘기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갑자기 사랑에 빠진 거지, 이를 테면 남자 남자, 여자 여자끼리.

그건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 안 그래? - 1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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