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람들처럼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에게서 찾은 행복의 열 가지 원리
말레네 뤼달 지음, 강현주 옮김 / 마일스톤 / 201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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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덴마크인 저자가 19년 동안 덴마크를 떠나 살았다가 '덴마크가 정말 행복한 나라'임을 깨닫고 쓴 책이다. '덴마크 사람들처럼'. 덴마크는 확실히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더불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정평이 났고 살인적인 세금으로도 악명이 높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릇으로 유명하고 또 어떤 사람에겐 우유로 유명하고 내게는 레고로 유명하고 인어공주도 유명하고 최근엔 비선실세의 딸 때문에 더욱 유명해진 나라이기도 하다.

 무엇을 숨기겠는가. 이 책은 명실상부하게도 덴마크의 행복 비결을 적어낸 책이다. 그렇다 보니 어지간히 자랑하는 조로 얘기하는 게 아닐까 하고 지레짐작할 수 있겠다. 그런 경향이 아주 없다곤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읽는 내내 제법 '잘 썼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더욱 객관적이게 된다고 덴마크에서 나고 자란 작가가 타지에서 생활하면서 체감한 것들이 상당히 잘 정리됐다. 그게 잘난 체하는 기색 없이 전달되는 것은 다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인데 이게 바로 작가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덴마크인의 겸손함'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는 나라. 국가는 국민의 신뢰에 보답해 헌신하는 나라. 95%~99%까지의 범인을 위한 나라.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 사회적 성공보다 개인의 행복을 날 때부터 추구하며 교육하는 나라.

 위의 수식어는 전부 덴마크에 해당하고 내가 이 책에서 극히 일부만 인용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여러 매체와 연구 조사를 토대로 덴마크가 왜 행복한 나라인지 정리했다. 작가의 의견을 연구 조사가 증명해주고 연구 조사의 와 닿지 않는 수치를 작가가 자신의 개인적인 체험으로 이해를 돕는다는 차원에서 공정성과 생생함을 아주 잘 겸비했다고 볼 수 있다.

 저런 나라가 실재한다니... 덴마크는 정말이지 우리와는 아주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한 예를 들자면, 덴마크의 시장의 과일 가게에는 주인은 없고 물건과 바구니 두 개밖에 없다고 한다. 두 개의 바구니의 역할은 이렇다. 하나는 과일의 값을 넣는 바구니, 다른 하나는 잔돈 바구니. 손님들은 과일 앞에 적힌 가격대로 돈을 바구니에 넣고 - 잔돈도 확실하게 바꾸며 - 주인은 문을 닫을 때쯤에서야 어디선가 기어나와 돈만 챙기고 문을 닫는다고 한다. 문을 열 때와 닫을 때만 오는 셈인가...


 위 예시가 불과 첫 장에서 나온 예시다. 저자가 어렸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저 모습엔 변함이 없단다. 저, 저게 말이 되나? 일찍이 덴마크가 아주 개방적이고 - 개방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어느 여성 국회의원이 '국가를 위해 섹스하고 아기를 낳읍시다!' 하고 출산 장려 캠패인이 나올 정도라고... - 세계적인 수준의 복지를 갖춘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요소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처음 알게 된 것인데 정말 상상 이상이다.

 신뢰, 교육, 자유, 기회 균등, 겸손, 공동체 의식, 가정, 돈에 초연한 것, 양성평등 등 작가가 나름대로 살펴본 덴마크 행복의 기원은 아주 흥미로웠다. 허투루 풀어낸 내용도 없고 충분히 객관적이었고 여러모로 부러웠다. 위의 과일 가게처럼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가득하고 부정부패도 없고 하고 싶은 것을 찾도록 유도하는 교육 이념도 전부. 그렇다 보니 질투가 생기고 무력감이 생길 정도였다. 그래, 덴마크니까 그렇지,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생각하고 책을 덮으려고 할 즈음에 작가가 '결론'에서 아주 길게 행복에 대한 자신의 의견, 그리고 행복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마치 우리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자신이 쓴 덴마크의 행복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으리라 서두를 밝힌다. 심지어 덴마크의 가치관을 모두가 동의할 수 없을 것이며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한다.

 요는 자신이 정말 행복하겠다며 부러워한 행복의 가치관을 자신의 상황과 국가의 상황에 따라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작가 자신이 덴마크와는 전혀 다른 프랑스에서 살고 있지만 덴마크에서의 가치관으로 행복을 쫓은 것처럼, 어디에서건 어느 상황에서건 자신의 가치관을 관철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고 그런 토대로 삶을 운영한다면 원하는 행복을 거머쥐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끝까지 괜찮은, 정확히는 끝에 가서 정말 괜찮아진 책이다. 알게 모르게 덴마크 사회의 모순을 밝히지 않은 책의 내용 - 기껏해야 도둑질이 쉽다는 것 정도? 당연한 얘기지... - 때문에 생긴 반감마저 녹는 기분이었다. 덴마크 사람들처럼. 내가 덴마크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면 덴마크로 이민을 가면 될 일이지만 그럴 것 없이 내가 덴마크 사람들처럼 살아도 될 일이지 않을까. 물론 너무 따라하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안 될 것 없잖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막혔던 무언가가 뚫려 한결 시원해졌다.

 덴마크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한 곳인데 이 책 덕분에 더욱 가고 싶어졌다. 솔직히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두고 두고 읽어야 할 듯하다. 얇은데 내용이 많아서 이래저래 참고할 수 있겠다. 특히 다른 건 몰라도 덴마크를 이해하는 데 정말 유용했으니 말이다.

신뢰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힘이다. - 28p




자신의 소명을 찾는 일은 늘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소명을 찾기 위해서 의욕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교육제도가 우리에게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최고가 되라고 강요한다면, 우리의 소명을 찾아내는 일은 더욱 힘들 것이다. - 54p




인생은 우리를 계속해서 시험하겠지. 우리는 단지 시시때때로 문제를 바꾸고 싶을 뿐이고. - 93p




세금을 많이 낸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번다는 뜻이니 원하는 것을 하면서 멋진 삶을 살 수 있다는 거네. - 1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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