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6.5








 요즘들어 공감이 많이 가는 제목이다. 미안하다고 말해. 아주 사이다가 따로 없다. 정말이지 진즉에 미안하다고 말해야 했는데 안하무인하게도 입 꾹 다물고 있는 사람에게 꼭 던지고 싶은 말이다. 차마 정치 얘기는 꺼내지 않으려 했지만 끝까지 가관인 누구 때문에 적잖이 속이 터지는 요즘에 아주 시기적절한 제목이 아니었나 싶다.

 소설은 아주 단순하다. 어딘지 증오가 서린 제목에서 짐작이 가겠지만 꽤 직설적인 작품이다. 시리즈의 주인공 조 올로클린이 우연히 살인사건 수사에 개입되는 이야기와 3년 전에 납치된 어느 소녀의 이야기가 병렬로 진행된다. 이때 소녀의 이야기가 아주 생생한데 꽤 감정적이라서 과잉된 느낌도 적잖이 있지만 그 감정의 떨림이 책을 들고 있는 손가락에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장치가 극중 긴장감을 높이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는데 사실 이는 대부분의 스릴러 소설은 대다수 차용하는 서술 방식이라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기도 하다.


 마이클 로보텀이라는 이름은 처음 접했고 당연히 '조 올로클린' 시리즈도 처음 접해보는데 이 작품만 읽어봤을 때는 그 매력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심리학자인 주인공이 프로파일링을 펼치는 스릴러가 영미권에서 한두 작품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이 작품에서 조 올로클린은 심리학자로서의 면모보다 차라리 심리학을 전공한 형사나 탐정인양 활약해 시리즈의 정체성에 의심이 갔다. 한마디로 개성이랄 것을 엿볼 수 없었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조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것조차 진부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사건의 진행 양상도 그렇다. 술술 읽히긴 하는데 그게 몰입이 돼서 그런지 아니면 너무나 익숙한 나머지 휙휙 넘긴 것일 뿐인지 애매하다. 또 중간중간 소녀의 이야기도 지속적으로 삽입되기 보단 텀을 두고 결정적인 순간에 들어왔으면 훨씬 충격적이고 궁금증을 유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소녀의 감정 묘사야말로 이 작품의 포인트였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매번 읽기가 좀 부담스러웠다.


 마이클 로보텀과 시리즈의 다른 작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대 이하였다. 작가를 둘러싼 그 수많은 찬사를 공감하기 힘들었고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았다. 오로지 제목만 기억날 듯하다. 미안하다고 말해. 작중의 파이퍼가 느끼는 바와 같이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미안해할 줄은 모른다. 알고서 그러는 것인지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후자의 경우라면 병이지만 전자는 의심할 여지가 없잖은가. 이건 약간 다른 얘긴데, 미안한 짓임을 알고서도 했고 알았기에 숨겼다면, 이것 자체만으로도 들통났을 때 벌을 받겠다는 무언의 긍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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