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단편소설 35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김동인 외 지음, 성낙수 엮음 / 리베르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6.0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한다니... 적어도 10년은 늦게 읽은 것이구나. 책장 한 켠에 자리해 먼지만 쌓인 책들을 그만 방치하고 집어든 책이었는데 분량이 상당해서 깜짝 놀랐다.

 교과서에서 한 번쯤 읽었던 작품이나 듣기만 하고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들을 읽을 수 있었는데 언급하는 게 귀찮을 정도로 익히 알려진 작품들이라 낯익으면서도 또 낯설었다. 사실, 교과서에 실려있어서 수업 시간에 공부한 작품들이 대다수였는데 내가 그 작품들에 대한 일종의 반감 같은 게 있어서 그닥 즐겁게 읽진 못했다. 설령 정규 교육을 이미 다 수학한 지금일지라도 거부감이 들긴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이란 수식어는 인정할 수 없다. '한국 근대사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읽으면 도움이 될' 이라고 고쳐 쓴다면 또 모를까.

 나는 두 가지 편견을 갖고 있는데, 하나는 고전은 반드시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과 또 하나는 교과서 수록 작품은 무미건조하다는 것이다. 미리 언급했듯 나는 이걸 편견이라 했지만 마냥 틀린 편견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고전 문학은 시대가 흘러도 읽힐 수 있는 시대 초월적이고도 보편적인 주제의식이나 혹은 역사적인 가치를 가진 문학이라 생각한다. 그런 고전 문학은 권장되어야 마땅하지만 필수가 되어선 안 된다. 당장 우리들의 얘기를 담아낸 현대 문학이 있잖은가. 비록 현대 문학이 고전 문학에 비해 작품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고전 문학 특유의 역사성과 가치도 떨어지지만 그렇다곤 해도 고전보다 게을리 읽어선 안 된다. 기왕 읽는다면 현대 8, 고전 2의 비율이 적당하지 않을까. 고전 문학이 은근히 명성에 비해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까다로운 작품이 많은 것을 고려하면 필수란 수식어가 함부로 붙여져선 안 될 것 같다.


 또 나는 수학이나 영어도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 국어 교육의 접근법도 참 많이 글러먹었다고 생각한다. 국어와 문학을 공부한다, 한마디로 정답을 찾아내야 하는 그 인식이야말로 문학을 죽이는 첫 번째 요인이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읽고난 뒤에 자연스레 배움을 얻게 되는 문학, 이 경우가 바람직하지 작품의 주제의식이니 당시의 사회상을 파악하는 것에 주력을 다하는 - 사실 요즘 국어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지만 나 공부할 적엔 그랬다. - 주입식 작품 감상은 독서를 멀리하게 되는 지름길이나 다름없다.

 그런 맥락에서 봤을 때 국어 교과서의 작품들은 무미건조하지 않은가 싶다. 물론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와 검증된 작품성, 문학사적 가치 등 여러 기준에서 교육을 위해 엄선된 작품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문제는 그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교과서란 어쩜 이렇게 재미 없는 작품만 골라 수록했는지 늘 불만스러울 따름이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달라 평가가 다 다르겠지만 내가 봤을 땐 이것저것 재며 엄숙히 골라낸 작품들이다 보니 너무 딱딱하고 신선하지 못한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독서가 완전히 취미로 정착된 다음 찾아 읽어본 책들의 경우엔 교과서 문학엔 없던 다양함과 신선함이 있어 괜시리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였다.


 여기 작품들은 크게 언급해야할 만큼 가치를 못 느꼈고 대신 이렇게 여러 편 읽다 보니 새삼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그 지난했던 국어 수업을 용케 버텼구나 싶어 기분이 얼떨떨했다. 오랜만에 읽는 작품도 있어 살짝 반가운 마음도 없지 않아 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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