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8.5






 나는 거만한 사람, 특히 예술계에서 거만한 사람을 무지 싫어한다. 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나는 병적으로 싫어한다. 이 싫음의 근원은 <비정상회담>에서 배우 조민기 씨가 한 말로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을 듯하다.


 취미(예술)는 윤활유지, 삶을 돌아가게 만드는 휘발유가 아니다.


 취미와 예술을 치환해서 풀어낸 건 순전히 내 마음이다. 그렇다. 나는 예술이란 영역 자체가 삶의 본질과는 무관한 일종의 취미의 영역 안에 놓여져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자칫하면 굉장히 위험하고 삭막한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생각을 순순히 버리지 못하고 굳이 말로 꺼내야겠는 데에는 예술이 삶보다 상위의 개념이라 착각하는 치들 때문이다. 그들의 예술적 재능으로 하여금 다른 주변의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갑으로 군림하려는 치들의 속셈에 도저히 이 말을 꺼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예술적 재능이 아무리 대단한들 누군가의 삶보다 대단치 않으므로.


 그런 치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굉장히 많은 것 같다. 굳이 예술적 재능이 아니더라도 돈이나 권력, 나이 같은 것으로 비슷한 짓거리를 범하는 치들이 있듯이. 이번에 읽은 <가마타 행진곡>에서도 내가 싫어해 마지않는 유형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안하무인에다가 독선적이고 실로 권위적인 긴짱이라는 인물이 말이다.

 긴짱의 권력은 확고부동하다. 잘 생기고 매력적이고 추종하는 이들도 많은 명실상부한 영화판의 스타다. 그를 반증하듯 긴짱은 영화에 대한 열정도 있고 저 나름대로 영화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 몸소 실천하기도 한다. 그게 다소 한없이 그릇됐을지라도 자신의 이상과 목표를 자발적 추종자들을 움직여 성취해내는 행동력 또한 갖추고 있다.


 여기서 이 자발적 추종자라 함은 상당히 위험하면서도 아주 익숙한 인물로 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스턴트를 긴짱의 지시로 하게 되는 야스, 긴짱에게 버림받았으면서 긴짱을 바라보는 고나쓰의 시선 같은 걸 보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내 개인적으론 긴짱이 그렇게 매력적이지도 않고 천하의 X놈이라서 특히 그렇게 느끼는 듯하다. 아무튼 그들을 비롯해 다른 영화판 사람들도 긴짱을 향해 맹목적인 헌신을 하고 앉았는데 정말이지 대가 없는 충성이라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한없이 발랄한 작풍의 이면에 도사리는 것들은 무시무시하기 이를 데 없었다.

 역자가 후기에서 이 무시무시함을 잘 정리해줬다. 1982년의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작품이 당시의 시대상을 얼마나 잘 반영했는가를. 지금도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지만 -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인물에 대한 무비판적 숭배를 정말 세련된 블랙 유머로 꼬집은 작품이라는 내용이었다. 작품에서 비치는 것처럼 강자나 약자나 모두 한심하게 보이는 상황,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그 상황 속에 놓여있었다는 전제가 너무도 와닿았다.


 오늘 아침부터 실망스런 뉴스를 접하고 보니 이 책의 내용이 더욱 와닿았다. 읽을 때는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는데 곱씹으니 더욱 화가 난다. 나오키상은 정말 괜히 받는 게 아니며 이토록 시대를 풍자했으니 당연히 받을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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