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진구 시리즈 3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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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장중한 제목에 비해 3류 드라마 같은 소재를 들고 온 도진기의 신작.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유산 상속을 둘러싼 싸움을 읽고 있자니 이게 정말 도진기 작가님의 작품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좀 지루했고 중심이 되는 사건 없이 떡밥만 계속 던지니까 몰입감이 꽤 떨어지긴 했다.

 어둠의 변호사 고진말고도 도진기 작가님은 진구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캐릭터를 선보였었다. 옛날에 진구가 활약하는 작품을 재밌게 읽어서 신작이 언제 나오나 궁금했는데 이렇게라도 읽으니 반가웠다. 그런데 생각보다 흡입력이 떨어져서 실망스러웠는데 중반부부터 도진기 작가님의 실력이 발휘됐다. 아, 참고로 진구만이 아니라 고진도 등장하는데 생각보다 활약은 적지만 그래도 비중은 남다르다.


 도진기 작가님은 놀랍게도 현직 판사시다. 판사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바쁠 텐데 추리소설을, 그것도 멋들어진 추리소설도 쓰신다는 것이다. 어쨌든 정말 대단하기 그지없는데 한편으론 판사면서도 은근히 법 이야기를 잘 다루지 않고 본격 추리소설만 쓰셔서 약간 아쉬운 감도 없지않아 있었다. 직업적 특성을 작품 속에 녹이면 대단한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런 나의 바람을 거의 완벽하게 이뤄준 게 바로 이번 작품이었다. 순전히 돈으로만 연결된 이 막장 가족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단죄하는 통쾌한 작품이었다. 솔직히 초중반부가 너무 통속적이고 묘사도 세련되지 못해서 슬슬 바닥이 드러난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걱정도 들었는데 그건 정말 기우였다. 모든 부분에서 재밌을 순 없지만 어쨌든 후반부에서는 실망감을 잘 만회해준다. 분량만 어떻게 좀 줄였으면 좀 더 괜찮을 법도 했는데 말이야.


 뜬금없긴 했어도 <정신자살>에서 모두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이탁오 박사가 다시 등장한다. 법의 허점을 돌파한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진구가 깨뜨리는데 이후에 진구, 이탁오, 그리고 고진 변호사가 어떤 식으로 조우할지 정말 기대된다.

돈만 있다면 굳이 행복해질 필요 있어? - 28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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