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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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시마다 소지하면 <점성술 살인사건>에서의 싸가지 없는 미타라이와 토막 살인의 기괴함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 작품을 먼저 읽었더라면 느낌이 완전 달라졌을 듯싶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하구나. 시마다 소지 특유의 아주 직설적인 주인공의 대사 덕에 같은 작가라는 것을 매치시킬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나치게 정의로워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흐릿한 주인공 형사나 묵직한 메시지로 인해 다른 작가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위의 제목은 너무 길고 긴 만큼 또 너무 직설적이라서 별로지만 확실히 작품이 담고 있는 작가의 취지는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부끄러운 만행이 요즘도 도사리고 있는 와중에(유명 연예인의 열애설로 덮어지고 있는 게 문제인데 둘에게는 악감정은 전혀 없지만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시의적절하게 읽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시마다 소지 같은 양심적인 일본인이 많았으면 좋겠다. 이건 여담이지만 역사에 관해서는 정말 일본만큼 양심적인 사람이 적고 무지한 사람이 대부분이고 비양심적인 사람이 다 망치는 나라도 또 없는 것 같다.


 시작은 매우 단순했다. 정신이 이상한 노인이 가당찮은 이유로 여자를 살해한 것만 같았다.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고 대부분의 경찰도 그렇게 생각했다. 주인공인 요시키 형사만이 뭔가 의심을 품었을 뿐이다. 이른바 형사의 감에 이끌려 모두의 만류와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심층 조사에 들어갔더니 이건 누구도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그늘이 드러나는 것이다.

 노인을 아는 사람들은 절대 살인을 저지를 위인이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부터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분명히 노인이 여자를 죽였다. 하지만 그를 알던 사람은 이를 부정한다. 그렇다면 처음에 밝혀진 살인의 동기가 완전히 잘못된 게 아닐까? 그런 의심에서 비롯된 대수사극은 훌륭한 사회파 추리소설의 장으로 발전해 나간다.


 사실 본격 추리소설적인 부분도 있긴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눈길이 가진 않았다. 시마다 소지 특유의 허황된 맛이 가미됐는데 솔직히 제목에서처럼 '기발한 발상'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사회파 추리소설을 지향했던 작품의 방향과는 좀 따로 놀지 않았나 싶다. 순수하게 사회파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싶어서 트릭 부분을 대충 읽어보긴 또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말하긴 그렇지만 작중의 주임 말마따나 범인(결과)은 변하지 않으니까. 다만 그 속내가 궁금했지.

 예상치도 못하게 한국인의 심금을 울렸던 작품은 일본인에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으로선 대단히 반가우면서도 '기특하기' 그지없었다. 약간 얼떨떨한 감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좀 늦었다 싶을 만큼 진즉에 들었어야 할 말이었으니 감사하기도 했다. 사과를 받았는데 왜 감사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사과도 너무 고프면 감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생각해도 참 가슴 아픈 일이네 그래.


 대단히 흡입력을 갖추거나 하진 않았지만 사회파 추리소설의 요소, 살인의 의미를 파헤치고자 하는 그 의의를 잘 드러냈고 거기다 작가 나름의 한국에 대한 진지한 사과도 있어서 덩달아 진지하게 읽었던 작품이다. 그게 다였다는 느낌도 들지만 그게 다라도 상관없다는 심정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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