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별 2 유다의 별 2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8.9







 '어둠의 변호사' 시리즈는 6년만에 읽은 것이다. 그 사이에 작가의 다른 탐정인 진구가 등장하는 책들을 접하긴 했지만 이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작가의 원점인 만큼 더욱 신작이 기대가 됐는데 어쩌다 보니 이제서야 읽게 됐다. 작가에게 있어 가장 긴 분량의 작품이고 내용을 봐도 작가가 심혈을 기울인 게 자명한 진일보한 서스펜스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시리즈 최고의 재미까지는 아니었지만 작가의 노고가 가장 돋보인 작품으로 다 읽은 내 입장에선 높게 평가 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한국추리문학 대상도 받고 영화로도 제작이 된다니 꽤 인정받은 셈이다. 데뷔 때부터 한국 추리소설의 질을 드높인 작가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이리라.

 현직 판사라는 직업에서 오는 지식을 유감없이 작품 속에 녹여내는 작가는 이번에 희대의 사이비 종교인 백백교를 소재로 쓴다. 작가 말마따나 이제까지 다뤄지지 않은 것이 신기한 엄청난 소재인데 그렇다고 그걸 또 조사해서 바쁜 와중에 집필한 작가도 참 대단하다. 어쨌든 우리 앞에 당도한 이 이야기 속에는 또 다시 고진과 이유현이 콤비로 등장해 시리즈 최대의 활극을 펼쳐준다. 긴 분량에 걸맞는 거대한 스케일을 갖추고서 말이다.


 지금부터 꺼낼 말이 느닷없긴 한데... 거대한 스케일을 갖추다 보니 작가가 데뷔 때부터 지향했던 트릭 위주의 본격 추리소설 특유의 재미는 다소 빛을 보지 못한 느낌이다. 이야기 속에서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하는 완전범죄는 밀실, 알리바이 등 여러 요소를 엄청난 난이도를 띄고서 질적으로도 양적으로도 작가가 발명한 다른 트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트릭조차도 진상이 별로 궁금해지지 않는 주변의 서사에 의해 주위가 분산됐던 것도 사실이다.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 막판의 추리 쇼가 이렇게 '아무래도 상관없다'며 기대가 안 들어보기는 또 처음이다. 그렇게 생각해놓고 막상 정체를 알고 꽤나 감탄한 나였지만 어쨌든 예상치도 못하게 본격 추리소설의 백미가 묻혀 읽으면서도 참으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는 결코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겠지만 위의 말은 고도의 디스가 아닌 일종의 칭찬이다. 어떻게 보면 본격 추리소설 스타일만 그리실 줄 안다는 내 고정관념이 완전히 깨부순 것이 바로 이 작품이기 때문이다. 보물 찾기를 비롯한 수수께끼 풀이, 기기묘묘한 분위기, 정의감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악인은 추리소설은 물론이거니와 범죄 소설에선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인데 아주 탁월한 솜씨로 다양한 요소를 집약시켜서 꽤나 안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이 말은 작가 스스로의 영역을 넓힌 것이라서 영락없는 거장의 탄생을 목도한 게 아닌가 하는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는데 솔직히 처음엔 소재가 너무 거창해서 소화하지 못했을까 걱정도 했지만 그건 정말 범인凡人의 기우에 불과했던 것 같다.


 고진과 이유현 말고도 화미령 변호사, 김종노 노인, 사이비 교주 용해운 등 다른 진영에 속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활력있게 굴리는 것도 볼만했고 실제로 있었지만 80년이나 묵은 백백교 사건을 갖고서 이만큼 허구를 가미해 완전히 토속적이면서도 극한의 긴장감을 낳는 스릴러를 그린 것도 대단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의 제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배신자 유다의 별은 사람의 나약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광신의 무서움과 그를 이용하는 개쓰X기의 잔학무도함을 드러내는 것으로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제목에서 드러나는 서늘함이 그야말로 시리즈는 물론이고 이번 작품의 처음부터 결말까지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 오싹함을 느꼈던 것 같다.

 위에서도 말했듯 본격적인 추리소설의 부분이 예상 외로 부각되지 못했지만 그를 만회하고도 남을 서스펜스를 겸비하고 있었고, 게다가 이러한 퀄리티의 이야기를 뽑아낸 것에서 작가의 집필 열정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이제까지 잘 해주셨지만 앞으로도 더욱 기대하게끔 만들어버렸다. 그야말로 한국 최고의 추리소설가의 위엄을 드러낸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