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 반올림 24
김해원 외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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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최근에 <불량한 주스 가게>로 청소년 문학 엔솔로지를 맛보고서 흥미가 생겨 이것 저것 알아봤더니 꽤나 저변이 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걸 떠나서 내가 옛날에 산 책 중에도 그에 속하는 작품들도 몇 있었는데 기왕 흥미가 생긴 김에 더 읽어보게 됐다.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에서 펴낸 바람단편집의 6번째 출간작인 <가족입니까>. 예전에 인상 깊게 읽은 <열일곱살의 털>의 저자인 김해원 씨를 포함해 총 4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작가들의 개성까지는 미처 파악하지 못했지만 릴레이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니 이것 참 신선하다는 느낌은 물씬 들었다. 제목 그대로 가족에 관해 묻는 4개의 단편이었는데 주제를 드러낼 소재를 명확하게 잘 잡아서 읽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자라는 건 나무토막이 아니다!' 김해원

 

 <열일곱살의 털>을 쓴 김해원 씨의 작품으로 연기자를 꿈꾸는 여자애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배우가 되는 것을 꿈꾸는 엄마를 둔 여자애가 주인공이다. 이는 큰 차이가 있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인해 꿈을 꾸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처지가 불편하다. 극성인 엄마도 불편하지만 자신을 위해 희생한다는 그 의심의 여지 없는 진실한 마음 때문에 섣불리 내칠 수도 없다.

 가족애를 드러내는 핸드폰 광고에 지원하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만다. 아쉬워하는 엄마와 기쁜지 아쉬운지 모르겠는 자신의 갈팡질팡한 마음, 그리고 깨달음. 그렇게 일반적인 소재는 아니지만 분명히 이 세상에는 주인공과 같은 처지에다가 비슷한 엄마를 둔 나머지 극성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를 캐치해 가족에 휘둘리거나 혹은 가족에 휘둘리도록 무기력하게 가만히만 있던 소극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그를 떨쳐내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조가 신선했다.



 '지금 하세요!' 임태희


 위의 작품에서 나온 핸드폰 광고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이 드러난다. 광고를 기획한 주인공은 고객의 의견에 맞게 가족애가 담긴 광고를 만드는데 아빠, 엄마, 딸, 아들을 연기할 배우가 필요하게 된다. 문제는 유명 배우를 쓰기에는 돈이 많이 드니 일반인 중에서 연기자를 뽑아야 하는데 주인공이 엄마 역할로 캐스팅되고 만 것. 마흔 가까이 독신으로 산 주인공이 배우도 아닌데 당연히 엄마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러나 광고는 찍어야만 한다.

 결국 촬영 당일을 맞았고 연기가 도저히 풀리지 않던 주인공은 조언에 따라 약간 데면데면한 자신의 엄마와 통화하며 연기의 실마리를 잡게 된다. 그와 동시에 일에 치이느라 자발적으로 가족으로부터 외톨이가 되어야 했던 자신의 삶과 가족이란 울타리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가족'이란 테마를 떠올렸을 때 당연히 청소년이 주인공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성인 주인공이 나오니 신기하다. 신체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성인이 됐지만 우리는 아직 누군가의 자식이고 새로 가족을 만들기 이전에 어느 가족에 소속돼 있음을 상기시켜주는 따뜻한 이야기였다. 단순하지만 제법 효과적으로 의미가 전달된 작품이라 생각한다.



 '관계자 외 출입급지!' 김혜연


 이런 부류의 갈등이 내가 학교 다닐 때도 많긴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손톱만큼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비단 나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애들이 핸드폰에 껌뻑 죽는 것은 공감할 만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요금이 24만원 나오는 게 말이 되는가. 어쨌든 주인공은 지도 지가 잘못된 걸 알지만 적반하장격으로 자신을 꾸짖는 엄마에게 반항해 가출을 하는 되먹지 못한 녀석이다. 엄마도 말이 심했지만 그걸 감내하지 못하는 걸 보면 확실한 어린애란 생각이 든다.

 이런 어린애가 어떻게 성장하는지가 작품의 관건이었다. 가출한 녀석이 보금자리로 삼은 곳은 이모의 집으로 아직 독신이고 자신을 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어 염치 불구하고 찾아갔다. 이모는 주인공을 흔쾌히 맞이하지만 조건이 있다고 한다. 자신이 기획한 핸드폰 광고에 아들 역할을 연기해달라고.

 이 작품은 부모 자식 간의 화해를 그리고 있다. 그 장면이 내가 바란 대로 시원시원한 맛이 없어 좀 실망이었지만 으레 화해란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의 소재가 하나도 이해는 안 가지만 실제로 이런 이유로 문제가 생기는 걸 주위에서 한두 번 본 게 아니니까 현실성은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르고스의 외출' 임어진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가장 공감이 안 갔었다. 제목도 좀 뜬금없는 것 같고 주인공 나름의 가족관이나 갈등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이 퇴근했을 때 비어있는 집에 불만을 갖는 아저씨들이 많다는 것은 익히 들어왔지만 이해가 안 가기는 매한가지다. 일종의 이기심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아저씨가 핸드폰 광고의 아빠 역할을 맡는다는 그 연결고리하고는 접점이 그다지 많은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어색함이 많이 느껴졌고 별개의 이야기라고 상정하고 읽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줄곧 깨금발을 딛고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구나. 그래서 앞으로 혹은 뒤로 넘어질까 봐 무척이나 겁을 냈구나. 난 혼자니까 모든 걸 잘 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 모르는 게 있어서도 안 되었고 아파서도, 지쳐서도 안 되었어. 외로움은 나약한 것,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믿어 버렸지. 하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것은 왜일까. 엄마의 마음이 곧 내 마은인 것철머 느껴진는 것은 왜일까...... 어쩌면 나는 이제껏 엉뚱한 곳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던 게 아닐까? - 111~1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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